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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정책좌담회] 환자 공감 '뇌전증' 편
[돌봄 정책좌담회] 환자 공감 '뇌전증' 편
  • 이민호 기자
  • 승인 2021.06.09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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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전증은 어떠한 질병인가?
◇ 뇌전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가?
◇ 뇌전증 환자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병원 중심의 질병 치료, 가족화·시설화 중심의 보건·의료·복지 체계가 한계를 맞이하면서 이를 어떻게 전환시켜 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치료(cure) 중심에서 예방과 돌봄(care) 통합으로의 전환,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의 움직임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환자가 의료서비스의 객체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주체로 인식되고 있다. 환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이며, 어떻게 조직화하고 성장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를 위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환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 구체적인 수요·행태·인식 상황, 보건·의료 서비스 및 전달체계의 문제점 및 한계 요소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분석이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부터 환자 수요 기반형 의료·돌봄 서비스 개발, 관련 법제도 개선 등이 가능한 것이다.

이번 정책좌담회에서는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뇌전증에 대한 이해와 수요·행태·인식 상황을 들어보고 보건·의료 서비스 및 전달체계에 관한 정책적 과제를 도출하고자 한다.

뇌전증은 뇌신경세포 중 일부가 비정상적인 전기신호를 일으키며 나타나는 발작 혹은 경련을 경험하는 질환이다. 우리나라 국민 100명에 한두 명 정도는 경험할 정도로 흔하며, 현재 뇌전증 환자는 약 30∼4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매년 약 2∼3만 명 정도의 새로운 뇌전증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질병의 특성상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고, 낙인과 차별을 받고 있다. 우울증, 불안장애 등 심리적 질환을 동반하기도 해 뇌전증 환자나 그 가족들의 어려움은 가중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서 낙인에 대한 보다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고 뇌전증에 대한 인식 개선과 법률 제정으로 환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뇌전증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뇌전증 장애 또는 뇌전증과 함께 다른 장애를 동반하고 있는 경우 해당 시설로부터 거절당하거나 입소하더라도 일정 기간 이용 후 다른 시설로 이동해야 하는 이중 고통을 당하고 있다. 정책적으로도 뇌전증은 우선순위에서 배제되어 있어 사회적 편견과 정부의 관심에서 소외되어 있는 대표적 장애 유형이다. 뇌전증 환자와 그 가족들이 안심하고 살아가기 위해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2021년 5월 27일 경기도 평택 동방학교에서 진행된 제1회 <환자 공감 정책좌담회>에서는 뇌전증 가족이면서 동방학교 교사인 박관영 선생님, 오랫동안 뇌전증 환자 및 환자 가족과 공감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서정주 나우사회혁신랩 소장,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만나 묻고 답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뇌전증의 현황은 어떻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들어보자.



환자 공감 정책좌담회… 뇌전증 편

▲2021년 5월 27일 경기도 평택 동방학교에서 ‘환자 공감 정책좌담회-뇌전증 편’이 개최됐다. 좌담회에 참여한 (왼쪽부터)서정주 나우사회혁신랩 소장, 박관영 동방학교 교사,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진=이민호 기자)


◆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 = 환자 중심과 국민의 눈에 맞는 의료·보건 시스템으로 어떻게 전환시켜 나갈 것인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그 현황과 어려움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오늘 환자 공감 정책 좌담회는 환자의 어려움을 듣고 정책이나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은 없는지, 그리고 환자도 단순한 수혜나 객체의 대상에서 벗어나 주체로 성장하고 조직화되기 위한 기반은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준비했다.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는 두 분을 모셨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 본다면.


◇ 박관영 동방학교 교사 = 경기도 평택에 있는 특수학교인 동방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고, 한국뇌전증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둘째 딸이 뇌전증을 앓고 있고 병원에 입원했는데 주치의 선생님이 한국뇌전증협회장이었다. 협회장님이 아이들을 위해 문화 공연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때 저는 성악을 전공한 경험으로 무대에 몇 번 오르게 됐고, 그런 인연이 이어져 현재 이사까지 맡게 됐다.

저는 특수학교 교사이면서 뇌전증 자녀를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님들이 정보가 부족하면 도움을 주고 있다.


◇ 서정주 나우사회혁신랩 소장 = 저는 환자 공감 활동을 해오면서 5~6년 전쯤 뇌전증이 있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질환의 특성상 사회활동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얘기를 직접 듣게 됐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조사해 보니 사회적인 편견이 질환의 증상을 더 가중시키고, 기술이나 제도, 사회의 인식 부족 등 여러 요인이 있었다.

이후 나우(나를 있게 하는 우리)에서 쉼표합창단 프로그램을 했고, 뇌전증 아이들과 가족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그때 박관영 교사와도 인연이 닿았다. 쉼표합창단에서 아이들과 가족들 23명이 참여하면서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활동을 했었다.

뇌전증 아이들은 경기가 언제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기에 교육에 어려움이 있고 위험에 대비하기도 힘들다. 아이들이 착용하는 헤드기어 사이즈나 가격만 봐도 어려움을 알 수 있다. 뇌전증이 있는 사람들이나 가족들이 참 살아가기 어려운 사회적 환경이라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뇌전증은 어떤 질병인가?

▲뇌전증에 관해 묻고 있는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성지은 = 뇌전증은 어떤 병인가?

◇ “뇌전증은 뇌에서 일어나는 스파크…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어.”
박관영 =
우리 몸의 신경들은 전기신호를 주고받으며 일을 한다. 이 중 뇌 신경에서 과도한 신호가 갑자기 방출되어 비정상적인 사건을 나타내는 병이 뇌전증이다. 이 비정상적인 사건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발작이다. 주치의 선생님의 비유를 빌리자면 어떤 자동차가 문제없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자동차 안에는 잠재된 사고가 있다. 누구에게나 이와 같은 전기신호는 나타날 수 있다. 그러다 운동, 감각, 정신 활동 등 잠재됐던 신호가 다양한 형태로 드러났을 때, 우리는 이것을 뇌전증이라 부른다. 자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게 뇌전증이다.


◆ 성지은 = 뇌전증 환자가 어느 정도인가?

◇ 박관영 = 등록 장애인 수를 기준으로 국내 뇌전증 환자는 약 7,000명에 이른다. 다만 뇌전증 환자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그 숫자를 이야기하기 조심스럽다. 그 이유 중에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본인의 뇌전증을 일부러 밝히지 않거나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 성지은 = 정확한 통계도 없어 어려움이 더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 “등록률이 낮은 뇌전증… 등록했다가 더 큰 피해 볼 수 있어.”
서정주 =
전문가 말에 따르면, 100명 중 1명 정도는 평생에 걸쳐 뇌전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등록된 치료받는 환자 수를 보면 인구 1000명 중 2~3명 정도라고 하는데, 이 숫자가 정확히 신뢰하기 어렵다. 뇌전증 장애 분류도 있는데 등록하는 환자가 적다고 한다.

발달 장애 등 더 큰 주요 장애가 있을 경우 그걸로 등록하고 뇌전증으로 이중 등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경기가 적게 일어나는데 굳이 등록했다가 더 큰 피해를 보고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어 등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성지은 = 통계나 집계가 되지 않는다면 연구자나 기업이 들어오기가 어렵게 되고, 또 정책화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 박관영 = 그렇다. 뇌전증에 대해 참여하고 싶어도 명확한 차트가 없다. 그렇다 보니 뇌전증을 위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또 뇌전증에 대해 누구와 도움을 주고받을지가 명확하지 않아 더 소외될 수 있다.


◆ 성지은 = 뇌전증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 박관영 = 원인은 유전적 요인, 감염, 종양 등 다양하다.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고, 두 가지 이상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제 딸의 경우는 선천적으로 일어났는데, 치료를 통해 발생 주기를 낮추는 방향으로 통제하고 있다. 유병률은 소아・청소년에서 높았다가, 성인에서 낮아지고, 노인에서 다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전증 환자들의 삶은 어떠한가?

◆ 성지은 = 뇌전증 환자들의 삶은 어떤지 궁금하다. 특수학교는 어떤 곳인가.

◇ “뇌전증은 장애 안에 동반되는 것. 가중장애도 될 수 있고 언제든 일으킬 수 있어.”
박관영 =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분류를 한다면 장애인은 학생일 때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비장애인 아이들은 일반 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는다. 장애 학교에서는 뇌전증을 일으키는 학생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왜냐면 뇌전증은 장애 영역 안에 동반된 중복장애라 생각하고 있고, 가중장애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10년 전 뇌전증은 옛날 용어로 정신병, 지랄병 등 저속하게 일컬어졌다. 경기, 간질로 여겨졌던 게 지금은 뇌전증으로 전환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지적장애라는 용어로 순화돼 장애인에 대한 인권이 옛날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한국뇌전증협회 이사장, 연대 세브란스 김흥동 교수가 이런 용어를 정책적으로 바꾸려고 많은 노력을 해 오셨다.

뇌전증으로 용어가 순화되면서 지랄병이 아닌 뇌에 스파크 전류가 잘못 흘러 몸 바깥으로 나오는 현상으로 인식전환이 되고 있다. 그래도 아직 60대 이상은 지랄병으로, 50대 이상은 경기·간질이라 인식하고 있다. 그래도 50대 이하에서는 뇌전증으로 인식이 개선되는 것 같다.

▲ 박관영 동방학교 교사가 뇌전증 환자의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성지은 = 서정주 소장도 뇌전증과 관련해서 많은 활동을 해왔는데, 인식전환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짚어 본다면.

◇ “무서운 병으로 인식돼 온 ‘뇌전증’… 각각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서정주 =
2015∼2016년만 해도 유튜브에 뇌전증을 검색하면 굉장히 자극적인 영상들이 나왔었다. 뇌전증 경기를 일으킨 모습으로 편의점에서 쓰러졌다거나 자동차 사고를 내는 영상들이 난무했다. 그러다 보니 대중들은 뇌전증에 대해 무섭게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오해가 거듭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쉼표합창단을 하게 됐다.

처음엔 비장애인이었다가 점점 장애 진도가 나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몇 년 지나 지적장애 3급을 판정받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는 아예 움직이지 못하거나 소통도 불가해서 기저귀를 차고 지내는 경우, 장애가 있는데 뇌전증이 동반되는 경우 등 상황은 다양하다. 일반학교에 가고 있는 학생도 있고, 특수학교에 가고 있는 학생도 있고 어디를 다니기에 어려운 학생도 있다. 아이와 학생들의 상황을 면밀하게 봐야 한다.


◆ 너무 다양한 ‘장애’…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워
성지은 =
환자나 장애인을 얘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하나의 대상만으로 단순화시켜 얘기한다. 하지만 환자나 장애 유형은 너무나 다양하다. 시각장애인만 봐도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이 있고, 어떤 것은 보이는데 어떤 것은 안 보인다거나 하는 예도 있다. 이렇듯 다양하다 보니 한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한국1형당뇨환우회의 경우 공통된 부분이 있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평생 관리해야 하다 보니 응집력이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뇌전증의 경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돼 있고 그 장애인 속에서도 다양하다 보니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것 같다. 더욱이 뇌전증이라고 알리는 순간 낙인이 찍힐 수 있어 말도 꺼내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 “장애는 단지 불편한 것뿐… 불편한 것을 해결한다면 장애가 있어도 괜찮아”
박관영 =
장애라고 하는 것을 우리가 정의를 내려 본다면, ‘불편’이다.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가 불편한 거다. 불편한 것을 해결하면 그분은 장애인이 아니게 된다. 즉 휠체어를 타시는 분인데 휠체어로 경사로든 엘리베이터든 어디든지 갈 수 있다면 장애인이라 말할 수 없다. 그런 것처럼 뇌전증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도 마찬가지이다.

뇌전증이 올 때 전조증상이 있는데, 제 딸의 경우 눈에 10초 정도 초점이 없다가 뇌전증을 일으켰다.


◆ 성지은 = 전조증상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스트레스가 많았다거나 뭔가 자기 뜻대로 안 되었다거나 그 원인을 본인이 알 수 있지 않은가?

◇ 박관영 = 표현이 어렵다 보니 질환으로 인한 2차 사고를 예방하기가 힘들다. 비장애인 경우, 한 학생은 갑자기 의자 밑으로 내려가 발작을 일으키고 올라오는 걸 봤다. 전조증상이 오는 걸 본인이 알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자기도 모르게 오기도 한다.

제 딸의 경우는 장애가 있어 뇌전증에 대해 표현을 못 한다. 넘어지는 건 일반인을 포함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데, 집안에서는 저희 딸이 부딪혀 넘어져도 안전하다 보니 저희 집에서만큼은 뇌전증에 대한 장애는 없는 거다.

(제 딸은)약을 먹다가도 뇌전증을 일으키는데, 넘어져도 쿠션이 있다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안전하게 뇌전증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안타깝지만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 1분 이상 지속되면 지능이 떨어지고, 2분이 넘어가면 호흡곤란이 생기고, 5분이 넘어가면 생을 마감할 수도 있는 골든타임이 있다. 위급한 사람들은 산소호흡기를 낀다든지 조치가 필요하다.


◆ 성지은 = 약을 꾸준히 먹으면 호전되지 않은가?

◇ “발작을 조절할 수 있지만, 약을 매칭하는 시간은 환자에게 굉장한 고통 수반돼”
박관영 =
실제로 약물치료는 뇌전증 환자에서 가장 우선적인 치료로 70% 정도에서 발작이 조절된다. 하지만 재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약물의 종류와 성질이 다양하기에 해당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물을 선택하는 것은 의료진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예를 들어 1번부터 100번까지의 약이 있다고 하면 1번 약을 먹여보고 괜찮은지 확인하고, 2번 약을 먹여 확인한다.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동시에 병용해 보기도 하고, 이렇게 조정해나가는 시간이 필요한데 뇌전증 환자한테는 굉장히 힘들다.

비장애인들은 표현할 수 있으니 가족들이나 옆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이 아프고, 장애인들은 표현을 못해 뇌전증으로 표현하는 것뿐이다. 저희 반에도 7명의 학생이 있는데 약을 줬는데도 한 명이 뇌전증을 일으켜 보호자한테 얘기한다. 그러면 보호자가 병원에 얘기하고, 의사는 그 약을 빼고 다른 약을 넣고… 테스트를 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사는 약은 안다지만 환자에 대해 모를 수밖에 없어 최대한 매칭을 해서 맞춰진 약을 줘야 하는데, 그 환자에게 맞는 약을 매칭하기까지 굉장히 어려운 고통의 시간이다.


◆ 성지은 = 일상에서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 “뇌전증은 갑자기 발병돼… 제2의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야”
박관영 =
뇌전증은 갑자기 발병된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 6년 전에 있었던 얘기를 해본다면 열심히 공부하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수업 중 앉은 상태에서 갑자기 90도로 쓰러졌다. 그때 저도 놀랐고 옆에 지도사 선생님이 계셨는데 많이 놀랐는지 갑자기 없어졌다. 학생이 뇌전증을 일으킬 때 부딪히면 위험하니 서둘러 분리시킨 뒤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갑자기 지도사 선생님이 없어진 거다. 그러다 10분 있다 나타나셔서 어디 갔다 오셨냐고 물었더니 너무 무서워서 화장실 갔다 왔다고 했다.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 지도사 선생님은 뇌전증 일으킨 것을 처음 봤다고…

주변의 뇌전증에 대한 인식도 중요하고, 물리적으로는 그 사람이 갑자기 뇌전증을 할 경우, 안전하게 끝낼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제2의 사고가 나지 않도록 나무젓가락과 같은 막대기로 입에 물어 혀를 보호하고,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고개를 옆으로 돌려주며, 신체가 부딪히지 않도록 주변을 잘 살펴주고 보완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성지은 = 뇌전증 환우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다. 여기에 대해 서정주 소장이 설명해 본다면.


▲ 뇌전증 학생들이 겪고 있는 성장 과정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서정주 나우사회혁신랩 소장.

◇ “해외 사례의 ‘전환기 학교’ 국내 도입 필요… 섬세한 복지기술이 지원돼야”
서정주 =
전조증상이 있는 학생도 있고, 없는 아이도 있고, 냄새로 오기도 하고, 다른 신호로 오기도 하는데, 어떤 분은 함께 밥을 먹으며 얘기하다가 갑자기 1초, 1분간 가만히 있는 경기 증상도 있었다. 이것을 주변에서 이해해 주면 그냥 일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주변의 이해가 없으면 위험한 제2의 상황이 들이닥치는 경우도 있다.

뇌전증을 가진 상당수의 아이는 상처가 많다. 그래서 헤드기어를 써야 하고 실제 해외에 가면 헤드기어를 쓰고 생활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것을 쓰고 있으면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과학기술을 활용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예측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에서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데,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몸에 바이탈 사인에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이 계속 누적해가면서 어떠한 몸의 움직임이 있을 때 뇌전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감지할 수 있다면 훨씬 위험이 감소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경기·발작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맺거나 취업,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떤 자연스러운 성장에 있어 제한된 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많아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심리적·사회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전환기 학교, 트랜지션 클리닉이라는 사춘기 때 심리적인 어려움이나 신체적으로 2차 성징을 겪으면서 변화하는 것들도 세밀하게 신경 쓴다.

물론 삶의 제한은 있겠지만 우리나라도 뇌전증 환자 본인의 최대치를 끌어내어 최대한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지원들이 보다 섬세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 성지은 = 박관영 선생님 자녀분은 몇 살이죠? 사춘기는 어떠셨는지…. 성장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 “뇌전증은 영원불멸한 병일 수 있어”
박관영 =
지금 6학년이다. 장애 학생들은 성장이 늦는 특징이 있어서 그런지 아직 사춘기는 오지 않았고 지금도 기저귀를 입고 있다. 제 딸은 선천성 코넬리아 드랑게 증후군으로 지적장애 판정을 받고 그다음 중복장애로 뇌전증을 받았다. 지적장애는 고칠 수가 없지만, 뇌전증은 약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딸이 호전되어 약을 안 먹은지 3년이 지났는데, 초 3학년 때 학교를 전학하면서 갑자기 뇌전증이 일어났다.

그때 저희는 가슴이 내려앉았다.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는 게 뭐가 어렵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사실 감기약도 어쩌다 한 번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뇌전증 아이들한테는 약 때를 놓쳐서 뇌전증을 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길 수 있다.

3학년, 4학년, 5학년까지 학교를 잘 다니다가 6학년 되던 해에 다시 전학을 갔다. 거기서 또 일주일 다니다 또 뇌전증을 일으켰다. 한 번으로 끝나면 모르겠는데 3번 넘게 하여 응급실에 가게 되고… 주치의 선생님도 놀랐다. 뇌전증 환자 10명이면 1명 있을까 말까 하는 상황인데 선택적인 거라고 하면서 지금 약을 안 먹었기 때문에 다시 먹는 것은 어려움이 있으니 두고 봤다가 또 하면 그때 한번 다시 생각해 보자고 해서 지금은 지켜보고 있다.

며칠 전 수면이 부족했는지 구토 증상을 보이더니 뇌전증을 한 번 했다. 한 번으로 끝나서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 청소년이 되기 위해 갑자기 성장할 때 할 수 있다고 한다. 뇌전증이라는 게 정말 그냥 영원불멸한 병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박관영 동방학교 교사가 뇌전증 인식개선을 역설하며 전조증상을 감지할 수 있는 웨어러블이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 성지은 = 뇌전증의 과제에 대해 말씀 주셨다. 인식전환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보완되어야 요소는 무엇이고, 개발되었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전조증상을 나타낼 수 있는 스마트워치가 개발됐으면… 인식개선 절실히 필요”
박관영 =
서정주 소장이 말씀하실 때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스마트워치로 심박수 등 모든 걸 알 수 있듯이 청각장애인한테 인공와우를 끼는 것처럼 뇌하고 전파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소형의 보청기 같은 걸 껴서 전조증상이 오면 스마트워치에서 반짝이거나 반응이 나타나는 그런 기계를 만들어 주기를 우리나라 과학자들께 이 자리를 빌려 부탁드리고 싶다.

아까 저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으면 그건 장애가 아니다’라고 정의를 내렸다. 뇌전증이 있는 분들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가 왜 어려울까… 뇌전증은 이상한 병이 아니고 우리가 손해 보는 것도 아니고, 피해 입는 것도 아니다. 뇌전증 환우들에 대한 각인과 이미지가 이러한 모름에서 시작되는 의문사항과 그런 불신으로 인해 뇌전증 하나로 잘 살아오던 인생과 삶이 무너질 수 있다. 어떤 분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 데 그분들의 뇌전증이 문제가 아니라 뇌전증을 알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뇌전증 환자가 대기업 보험사에 전화해보면 가입이 거절당한다. 누구나 하나씩 가입돼 있는 보험도 뇌전증으로 가입할 수 없다. 작은 실천이지만 보험을 광고할 때, 보험에 가입된 내용에 선택사항일지라도 뇌전증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었으면 한다. 이를 계기로 뇌전증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도 하나씩 생기면서 뇌전증에 대한 지식이 생기고 인식의 변화가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 “뇌전증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야 연구도 진행될 것”
서정주 =
첫째, 치료제가 많이 나오긴 했지만 개인별로 어떤 약물들이 더 맞을지 또 어떤 치료를 해야 할지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줄여 줄 수 있는 기술개발과 함께 언제 뇌전증이 오는지 예측할 수 있다든가 넘어지는 유형에 따라서 보호할 수 있는 장비라든가 다양한 도구와 환경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셋째로는 우리들의 인식이다. 인식이 기반이 되어야 연구도 진행되고 필요한 제품들도 나오고 또 제도에 대한 변화도 생길 수 있다.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하는가?

▲뇌전증을 포함한 뇌질환의 연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정책 및 제도상의 보완사항에 대하여 묻고 있는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뇌전증도 치매, 파킨슨 등 뇌질환과 연결점 있을 것… 환우회가 생겨 한목소리 내야”
성지은 =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다. 공황장애의 경우, 어느 새부터 공황장애를 밝히는 연예인이나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 사람들을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뇌하고 관련된 질환을 앓고 있다. 치매도 누구나 걸릴 수 있는데 치매와 뇌전증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가 아닐 거라는 느낌이 든다. 치매도 전조증상이 길을 잘 가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걸음도 이상하고 태도도 이상해진다. 그런데 치매 관련해서는 돈벌이가 된다고 하니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뇌전증을 연구하면 결국은 치매하고 연결이 될 것 같다.

뇌의 문제이기 때문에 뇌전증, 치매 등 겹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저는 이러한 뇌전증에 대한 논의를 우리가 좀 더 정리해준다면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치매도 넘어지지 않도록 낙상 방지하는 시스템은 물론 제2의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게 뇌전증과 똑같다. 처음엔 치매로 연구를 시작했지만 우연치 않게 뇌전증에 맞는 치료제 나올 수도 있다. 저는 뇌전증을 잘 모르지만, 일반인의 눈으로 봤을 때 치매도 파킨슨도 뇌의 문제이기 때문에 연관성이 있다고 보인다.

뇌전증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 이 좌담회가 그런 자리다. 뇌전증환우회가 만들어져 환우도 들어가고 그 가족도 들어가고… 감히 말씀드리자면 여기에 기업도 들어오고 전혀 관련없는 사람들도 들어와서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혁신의 플랫폼이랄까, 공론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뇌전증은 장애인 등록 활성화 안 돼 있어… 장애인 혜택 필요”
박관영 =
우리는 정책이라고 하면 많은 시민들이 굉장히 거창하고 거대하게 보이는데, 이게 실생활에서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본다. 현재 뇌전증에 대한 장애인 등록이 활성화 안 되어 있다. 환자들도 장애인으로 등록되기가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정부에서 뇌전증 환자들도 장애인 등록할 수 있고 혜택이 주어진다고 홍보하면 숨어 계신 분들도 한 분씩 나올 거라 생각한다.

또 공익광고 협의회에서 ‘뇌전증은 누구나 있을 수 있는 겁니다’라는 캠페인을 펼쳐준다면 우리들의 인식이 한 번에 바뀔 수도 있을 거라 기대한다.


◇ 서정주 = 지난번에 성인 뇌전증을 동반한 장애인들의 시설이 없어 굉장히 암담하다고 하셨는데, 그 얘기를 좀 더 들려주신다면.

◇ “중증 장애인, 성인 장애인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 좀 더 확대돼야”
박관영 =
고등학교 3학년 19세 정도까지는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거주 지역에도 있을 수 있다. 때로는 부모님을 모르고 재활원에서 살고 있는 학생들도 있지만, 고3이 되고 그다음에는 생활재활원에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성인 시설로 가야 하는데, 여기 청소년 시설에 어쩔 수 없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법을 위반해서라도 여기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 있다. 성인 시설에 자리가 없기 때문에 그렇다.

어느 누구도 중증 장애인을 보는 것을 쉬워하진 않는다. 장애인을 돌보는 사회복지사일지라도 경도 장애인을 보고 싶지 장애가 심한 중증 장애인을 돌보고 싶진 않다. 중증 장애인이 뇌전증까지 있어 약도 복용해야 하고 돌봐야 한다면, 선뜻 환영하기가 어렵다. 성인 복지관에서도 뇌전증이 없는 장애인들만 우선 뽑다 보니 이러한 시설들이 좀 더 확대되는 것이 필요하다.

뇌전증처럼 장애를 가지고 있어 음지에 있는 사람들이 나중에 성인이 돼서도 거주할 수 있는 그러한 시설들이 확대되었으면 한다. 우리 비장애인들이 복지시설에 가서 봉사할 수도 있고, 사회복지사들이 취업할 수 있어 취업문제도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면 좋겠다.


◆ “장애인과 그 가족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연구와 정책으로 이어져야”
성지은 =
성인 장애인의 문제는 뇌전증 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에서도 많이 보인다. 이런 부분은 꼭 해결되었으면 하는 중요한 과제라서 이를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다각도의 정책과 제도 변화로 연결되었으면 한다.

서정주 소장이 보라색은 뇌전증을 대표하는 색이라고 말씀 주셨던 적이 있는데, 잠시 쉬어가도 된다는 의미의 쉼표합창단 얘기를 들었을 때 참 좋았다. 영상을 보면서 아이들의 밝은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뇌전증 학생의 부모 마음은 어떨까… 천벌이라 여기고 울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것은 당신만의 문제가 아니고 함께 나눠 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 뇌전증 가족의 어려움과 뇌전증 인식전환의 활동을 전달하고 있는 서정주 나우사회혁신랩 소장.

◇ “환자 부모들을 공감하면서 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해야”
서정주 =
2017년 쉼표합창단을 하면서 다섯 가족들과의 인연이 생겼다. 그때 어머님들을 보면서 느낀 것이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나 다른 질병도 그렇지만, 특히 뇌전증 아이 어머니들은 참 보살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힘든 것을 얘기하기 전에 저의 안부를 먼저 묻고 여러 얘기를 들어주시는데,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내면서 내공이 많이 생기고 또 인생의 지혜를 얻어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떤 분은 오랫동안 여행을 못 하셨다고 하셔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함께 여행을 갈 수 있을까 고민해 봤지만, 현실로 옮기기에는 어려웠다. 아이가 아프면 상당수의 어머니는 본인 인생은 내려놓고 아이를 돌보는 데 전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다. 혼자 동굴 속에서 어둠 속에서 내 아이랑 둘이 모든 것을 감내하고 견뎌야 한다. 그분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



◆ 성지은 = 이 좌담회를 마련할 때 계획이 있었다. 뇌전증에 대한 인식전환과 환자와 환자 가족을 공감하고 실제 현황에 대해 정확한 조사가 첫 번째였다. 그 다음은 이것은 혼자 하는 게 아닌 모두가 함께 연대·협력해서 실제 문제해결로 어떻게 이어지게 할 것인가였다. 그냥 손잡아 주고 울어주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다음을 준비하는 시작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였다.

아까 뇌전증도 장애인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씀 주셨는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뇌전증 환자들이 세상에 나왔을 때 상처 입지 않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그 기반을 좀 더 포용적이고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뇌전증, 파킨슨, 치매 등 뇌의 문제가 연결되는데, 뭔가 정리될 수 있다면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인식전환과 관련해서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준다면.


◇ “뇌전증을 알리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결심…”
서정주 =
인식전환 활동이 어떻게 해야 지속 가능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방금 유튜브를 잠깐 검색해봤는데, 2015년 뇌전증에 대해 자극적인 영상만 나왔을 때랑 다르게 지금은 그렇지 않다. 5~6년간의 변화라 여겨진다. 그런데 의료정보나 공익광고는 많은데 뇌전증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찾기 어렵다.

나우에서 쉼표합창단을 창단할 때 다섯 아이의 부모께서 굉장히 큰 결심을 했다. 어떻게 표현하면 커밍아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동안 뇌전증이 있다는 사실을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았다가 참여하신 분도 계셨다. 참여하신 이유가 이걸로 인해 내 아이가 피해 볼 수 있지만,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세상을 바꾸는 활동을 해야겠다고 큰 결심을 하고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그 결심이 헛되지 않도록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고, 즐겁게 지속할 수 있도록 어머니들과 연대하고 있다.

또 장애인들에 대한 교육이나 생활 제반의 문제가 해결됐을 때, 비단 뇌전증과 함께하는 분들만 위한 것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그래서 개인별로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한테 충분한 교육을 지원해주고 뇌전증이 있거나 또 다른 사회적인 결핍이 있는 사람들도 누구나 안심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 특정 질병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포용적인 사회로의 변화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해보고 싶다.


◇ “장애 물품이 너무 비싸다… 부담 줄여 주었으면”
박관영 =
저도 쉼표 합창 단원이었기에 옛날 생각이 나는데, 제 딸도 선천적 증후군에다 뇌전증은 3년 후에 생겼다. 저도 특수교사지만 숨기고 다녔다. 커밍아웃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저도 경험해 봤기에 잘 알고 있다.

제 딸이 가지고 있는 증후군이 희소 질환이다. TV에 나오면 2천만원을 지원해 준다길래 밝히기 힘들었지만 TV에도 출연했었다. 치료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2천만원과 내 아이를 바꿨다는 죄책감이 들었지만, 지금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인식변화에 대해 막연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장애인을 위한 물품이 너무 비싸 돈이 없으면 키우기도 힘들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기에 장애인을 위한 책상 하나가 50~60만원이다. 보편적인 책상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위한 책상이 이렇게 비싸다면 장애인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까…

제 딸은 뒤꿈치로 걷는데, 쿵쿵 소리가 나다 보니 층간소음으로 인해 아랫집에서 대문을 주먹으로 두들기면서 항의한 적도 있었다. 그러면 집안 분위기가 엄청나게 엄숙해진다. 제 딸한테 무슨 잘못이 있는 건 아닌데도 이해를 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아랫집은 그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그분들은 사전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비사회적인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층간소음 때문에 아랫집에서 안 울린다고 할 때까지 매트를 쌓다 보니 9cm를 깔았는데, 600만원이 들었다. 일반 가정에서는 이렇게 깔기가 쉽지 않다.



▲2021년 5월 27일 경기도 평택 동방학교에서 ‘환자 공감 정책좌담회-뇌전증 편’이 개최됐다. 좌담회에 참여한 (왼쪽부터)서정주 나우사회혁신랩 소장, 박관영 동방학교 교사,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좌담회를 마무리 지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 성지은 = 말씀주신 것처럼 이러한 개념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 굉장히 중요하다. 뇌전증에 대한 현황 파악은 물론 수요도 명확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정책을 펼치기도 어렵다.

환자 중심으로 돌봄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정작 환자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 환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말로만 환자 중심이 아닌 실제 환자 중심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실태나 어려움에 대한 조사·분석도 필요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정의하면서 정책과제로 묶어내야 한다. 그 시작으로 이번 좌담회를 마련했다.

두 분의 향후 계획과 각오를 얘기해 본다면.


◇ 박관영 = 돌봄, 정말 중요하다. 학부모들은 수학여행을 가장 좋아한다. 2박3일간 현장 학습을 하고 돌아오는데도 학부모님들은 좋아하신다. 야간에 돌봄을 할 수 있는 센터가 없어 장애 학부모들은 장례식도 못 간다. 자녀를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돌봄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16년 특수교사로 재직하면서 알게 됐다.

미국의 경우 장애인 자녀를 두었다면 맨 먼저 형제가 있는지 물어본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장애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고 형제에 대한 중요함은 없다. 장애가 있는 아이의 형제들이 상처받고 있는데, 이것을 우리가 한번 돌아볼 계기가 필요하고 이러한 것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된 생활이 필요하다.

저는 아빠로서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아이들을 많이 보듬어주고 사랑해 주는 것이 저의 임무라 생각한다.


◇ 서정주 = ‘장애인, 노인 등 우리 사회의 약자가 행복해야 진정한 행복한 사회다’라는 말이 있다. ‘건강 격차’ 라는 게 돈이 많아야 건강하고 돈이 없으면 건강하지 않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의 건강 차이, 어떤 소득 격차로 인해 어려움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돈이 많은 사람도 더 행복할 수 있고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누구를 위한 것이 결국은 나와 내 아이한테 돌아가고, 우리 모두가 편안한 사회가 될 거라 생각한다. 공감은 시작이다. 그 이후에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 연대가 중요하다. 객체로 계셨던 분들이 주체로 나서고 연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연결하는 활동을 함께 펼치고 싶다.



※ 사진=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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