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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정책분석좌담회] 허가 인증까지 받은 첨단 제품을 왜 팔 수 없을까?(상)
  • 정명곤 기자
  • 승인 2018.11.28 15:15
  • 댓글 0

혁신기업이 못 넘은 세 번째 산 ‘판매’

글로벌 시장 “너희 나라에서 팔아봤어?”

우선구매제도 혁신기업에 작용 안 해

혁신기업 지원 일자리 창출에 직접 효과

판매 실적 쌓을 국내 테스트 베드 필요

다국적 기업의 30년 네트워크가 원인

 

▲‘혁신 기술 기반 기업의 허가 및 인증을 받은 제품을 공공 조달과 연계하는 방안’과 ‘첨단 기술의 수혜를 국민에게 돌아가게 하는 공공 서비스 혁신’을 주제로 실효적인 대안을 찾기 위한 좌담회가 11월 6일 제주 한화리조트에서 개최됐다. 오른쪽부터 한국과학기술정책플랫폼협동조합(KSPP) 박미영 연구위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성지은 연구위원, 피씨엘(주) 김소연 대표이사 겸 동국대학교 교수.(사진=정명곤 기자)


정부로부터 허가와 인증까지 받은 첨단기술제품들이 국내외 시장을 뚫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대안은 무엇일까?

기업 관계자와 정책 연구자들은 원인을 지난 30여 년 동안 국내 시장에 공고하게 형성된 다국적 기업과의 네트워크에서 찾고 있다. 정부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국내 중소기업의 우수한 제품을 구매하는 우선구매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혁신 기업의 첨단 제품들은 품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혁신기업이 판매의 산을 넘을 수 있도록 정부가 혁신 기업에 국내 판매 실적과 서비스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테스트 베드를 제공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혁신기업은 국내 공공기관의 판매 실적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고, 국가는 혁신 기업의 성장을 유도해 일자리 창출과 공공서비스 혁신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심층정책분석좌담회는 ‘우수한 연구 개발 결과물이 현장까지 닿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화두로 진행되었던 8차례의 좌담회가 안타깝게도 문제의 핵심까지 닿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기획되었다.

좌담회는 문제의 핵심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 집단 지성을 통해 도출한 진단을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마련됐다.

패널로 R&D 개발과 제품의 허가‧인증, 국내외 시장 판매까지 기술사업화의 전주기를 몸소 겪어 온 기업대표와 정책의 분석과 진단을 통해 대안을 제시할 정책 연구자 두 분을 모시고 “혁신 기업의 제품을 공공 조달과 연계하는 방안”과 “첨단 기술의 수혜를 국민에게 돌아가게 하는 공공 서비스 혁신”을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2018년 11월 6일부터 제주 한화리조트에서 개최된 기술혁신학회에서 피씨엘(PCL) 김소연 대표, 한국과학기술정책플랫폼협동조합(KSPP) 박미영 연구위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성지은 연구위원을 모시고 기술사업화의 마지막 주기인 판매의 산을 넘을 방도에 대해 물었다.

 

▶ 패널, 화두를 던지다.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 선 우리나라의 기술과 제품이 현장에서 쓰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사회 = 연구위원님께선 이번 좌담회가 앞서 진행한 8개의 좌담회와 비교해 유형과 성격이 다르다고 말씀하셨다. 어떤 점이 다른가? 또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 성지은 연구위원 = 지금까지 진행해 온 좌담회는 크게 두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부처의 사업을 조명하고 진단하는 좌담회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기획·추진하고 있는 사회문제 해결형 정책들로부터 새로운 변화를 감지했다.

이를 위해 관련 분야 과장님을 모시고 사업의 의도가 무엇인지, 또 사업이 취지에 맞게 적용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던 부분이 한 축이었다. 

또 하나의 축은 리빙랩 활동을 하는 다양한 주체들을 엮어내고 그 성과와 과정상에 나타나는 어려움을 듣는 좌담회였다. 대학, 지역, 연구자, 중간조직, 코디네이터 등으로 엮어 진행되었다.

좌담회를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바로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우리사회가 직면한 문제해결을 위해 연구개발을 수행하여 세계 수준으로 기술을 끌어 올렸지만 정작 현장에서 많이 그리고 효과적으로 쓰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공공 서비스로 구현되는데 무엇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일까?

첨단 기술들이 현장에 쓰이기 위해선 우리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서 한 발 나아가야 하는데 우리나라 사회가 테스트 베드와 시장 역할을 하지 못해 역으로 외국을 통해 들어오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연구개발에 투자를 하면 기술이 사회문제도 해결하고, 경제도 좋아지는 등 파급효과가 자연스럽게 뒤따를 줄 알았다. 하지만 기존 법과 제도 등 사회 시스템이 너무나 탄탄하게 고착되어 있어 새로운 혁신 기술이 안으로 녹아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늘의 좌담회가 끈질기게 잡고 가야 할 질문은 바로 “최고 수준의 국내 기술이 왜 현장에서 쓰이지 못하는가?”이다.

 

“첨단 기술을 가진 혁신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고민하고 대처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이다.”

 

▲한국과학기술정책플랫폼협동조합(KSPP) 박미영 연구위원이 2018년 11월 8일 제주 한화리조트에서 개최된 좌담회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R&D 예산을 투자한 것 대비 얻은 효과가 무엇인가?’라는 첫 화두를 던지고 있다.(사진=정명곤 기자)

 

◇ 박미영 연구위원 = 좌담회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제가 화두로 던지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나라가 20조 원이란 세계 최고 수준의 R&D 예산을 투자한 것 대비 얻은 효과는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정부가 많은 투자를 했는데 기업이나 국민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만족할만한 수준인가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SCI(Science Citation Index, 과학기술분야 학술잡지에 게재된 논문의 색인을 수록한 데이터 베이스 이름)급 논문이라든지 연구 성과의 양적 부분은 충분하지만, 기술무역수지 같이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서는 타 국가들과 비교할 때 상당이 부족하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치명적인 문제이다.

R&D 투자가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우리가 주지해 보자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기술개발의 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지는 실적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기술사업화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시장을 잘 발굴·형성해서, R&D 기반의 혁신기업들이 신 시장에 진입이 가능하도록 어떻게 정책적으로 지원할 건지 고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솔직히 말해 보자.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국내 시장에선 해외 판매 실적을, 해외 시장에선 국내 판매실적을 가져오라고 한다. 우선구매제도가 있지만 혁신기업에는 작용하지 않는다.”

 

◇ 성지은 연구위원 =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기술사업화의 현장에 계시는 분이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다.

 

◇ 김소연 대표 = 특히 보건·의료 기술 쪽에서 사업화 단계를 이야기 할 때 넘어야 할 세 개의 산을 이야기 한다. 첫 번째는 제품이나 기술의 개발이고, 두 번째는 허가·인증이며, 세 번째는 판매의 산이다.

제가 제품의 개발부터 허가와 인증을 거쳐 판매까지 기술사업화의 전 단계를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혁신 기업의 입장에서 판매의 산을 넘기에 관련 제도와 시장구조의 벽이 너무나 높다는 것이다.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의 R&D 개발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허가와 인증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역량이 있다. 저희 회사의 경우에는 글로벌 인증까지 받았다. 그러나 대다수의 혁신기업들이 판매의 산을 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시장은 기존에 있는 제품을 쓰는 것에 너무나 익숙하다. 우리나라가 지난 30여 년간 해외 제품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해주었다. 해외의 제품은 우리나라의 제품보다 기술적으로 성숙되고 좋은 것이란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충분한 R&D 투자로 인해 국내의 기술이 세계 수준으로 올라섰으나 국내 시장에선 국내에서 개발된 혁신 제품이나 신기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해외의 경우 자국 제품의 사용률이 매우 높다. 독일이 미국 제품 보다 자국의 제품을, 미국이 일본보다 자국의 혁신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는 비율은 굉장히 높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자국 제품의 사용률이 매우 낮다. 공공의료기관에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써달라고 하면 “우린 해외 기업의 제품만 써왔는데 이 제품을 믿을 수 없으니 해외 판매실적을 가져오라”고 한다.

반면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고 하면 국내 판매실적을 요청한다. 너희 나라에서도 쓰지 않는 제품을 왜 우리가 써야 하느냐는 논리이다.

기술의 변화속도는 굉장히 빠른데 이렇게 핑퐁 게임을 하는 동안 혁신 기업들은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국내에서 혁신 기업들이 마지막 산을 넘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도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공공의료기관이나 조달청 등을 통해서 조달 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있다. 중소기업 물품들은 FTA(자유무역협정)의 룰에 적용되지 않고 자국의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우선구매제도’가 있지만 첨단 제품의 경우 사실상 적용이 되지 않는다.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면 ‘우선구매제도’가 있으니까 이용하라고 한다.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선 중소벤처기업부의 인증을 받아야 하고 약 2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다 때를 놓치게 된다.

또 우선구매제도와 같은 절차들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부처간 협업체제가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의료기기부분에서 신기술인증제도를 통한 공공구매의 우선구매제도라는 것이 있다. 이론상으로는 보건복지부에서 신기술을 인증을 해 주면, 중소벤처부에서 우수제품으로 인증을 하고, 기재부나 조달청 쪽에서 제품을 등록하면, 우선 구매를 해주는 것이다. 기업이 조달에 매칭 하는 제품이라고 근거를 제시하면 제품에 대해 우선구매제도를 하라는 공문을 보내기 때문에 수요 기관에서 그 제품을 써야 한다.

하지만 부처들 간에 이런 제도의 실질적인 연계가 되어 있지 않아 보건복지부의 신기술인증을 받은 제품 중 중소벤처부에서 우수제품으로 인증을 해 주거나, 조달청에서 우선구매제품으로 등록된 사례는 없다. 중소기업에서 개별 부처를 상대로 일일이 제도를 알아보는 것은 한계가 있어 제도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의료 서비스 관련 기관들은 30여 년 동안 해외의 제품만 써왔다. 그 과정에서 형성된 기존 다국적 기업, 관련 기관의 네트워크가 굉장히 탄탄해서 뚫고 들어가기가 너무나 힘이 든다. 국내에 판매하기가 해외에 판매하기보다 더 어렵다. 현재 체외진단기업 중에 1000억 원을 넘게 매출을 올린 기업이 없다. 그 이유가 국내 판매 실적이 부족해서 해외 큰 시장을 뚫지 못했고 마이너 시장만 들어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의료 제품의 기술력 수준은 10년, 20년 전과 다르게 세계 메이저 제품과 경쟁할 정도로 올라와 있다. 그래서 해외의 본 게임 시장에서 겨룰 준비가 되어 있다.

과거에는 기술력이 부족해서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국내에서 공정한 시장구조만 만들어지면 해외기업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현재 정부 지원의 초점은 창업과 허가에 맞춰져 있다. 기술로 창업을 하고 창업해서 판매에까지 오려면 약 20년이 걸린다. 허가 역시 판매까지 오는 데 약 5년이 걸린다. 창업과 허가 부분을 도와주는 것도 좋지만 혁신기업이 기술사업화의 최종 목표인 판매의 산을 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고 파급효과가 크다.

 

"사회 시스템에 막혀 판매의 산을 넘지 못하는 혁신 기업의 문제를 풀어 주는 것은 정책의 역할이다. 이것이 해결 되면 일자리 창출 문제도 해결된다."

 

▲피씨엘(주) 김소연 대표이사 겸 동국대학교 교수가 2018년 11월 8일 제주 한화리조트에서 개최된 좌담회에서 혁신 기업이 사회 시스템이 막혀 넘지 못하는 ‘판매의 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사진=정명곤 기자)

 

최근에 네이버와과 구글의 국내 일자리 창출 효과를 비교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네이버가 몇 만 명의 고용 창출을 만들어 내는 효과가 있는 반면에 구글은 약 300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국내 매출은 비슷하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다국적 업체도 마찬가지이다. 각 나라에 영업 조직만 두기 때문에 해당 나라에선 고용 창출 효과가 매우 낮다. 정부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연구 기반 제조업을 보다 더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저희가 조사를 해 보니 회사의 매출 2억 원 당 1명의 고용 효과가 있었다. 다국적 기업의 경우 5억 원이나 10억 원 당 1명의 고용 효과가 있다.

정부에선 ‘연구개발 도와줬더니 해외는 못나가더라’, ‘매 번 도와줘봐야 경쟁력이 부족하니 해외에 나가 팔아서 경쟁력을 키워 오라’고 한다.

문제의 원인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 예전에는 기술력이 약해 해외 제품과 경쟁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력이 다국적기업과 유사한 수준에 올랐다. 기술이 부족해서 해외에 못나가는 것이 아니라 실적이나 레퍼런스가 없기 때문에 그렇다.

이런 이유로 해외 시장에서 팔릴 기술력이 높은 혁신 제품에 대해 국내에서 사용경험을 축적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10년 넘게 R&D에 투자해 인증 허가를 받은 제품을 선별해 도와 줄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선별해서 공공기관 조달에 넣어 국내 매출 이력을 만들고, 제품 뿐 아니라 서비스 역량을 국내 공공사업을 통해 끌어올려 글로벌 시장으로 갈 수 있는 교두보를 구축해 주어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 갖춘 제품을 선별해 공공기관 조달에 넣어 국내 매출 이력을 만들고, 서비스 역량을 끌어올려 글로벌 시장으로 갈 수 있는 교두보를 정부가 구축해주어야 한다.”

 

◇ 성지은 연구위원 = 오늘 논의는 몇 가지 부분에서 기존의 논의와 차별된다. 때문에 요점을 짚고 갈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우리는 기술 개발 이후에 상용화와 제품화를 하는 것이 기업만의 문제라고 여겼다. 그런데 오늘 혁신기업이 기술개발, 인증‧허가까지 받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제도와 시장구조와 같은 시스템에 가로 막혀 너무나 어렵다고 했다. 이것이 첫 번째 화두였다.

두 번째로 우리 정부와 사회는 책임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공공 서비스 영역에서 외국 제품을 더 우선시해 왔다. 외국 제품을 30여 년 쓰다 보니 외국 제품이 우리나라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나고 안전하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꾸준한 R&D 투자로 어느 순간 우리의 기술이 세계 선두 그룹에 와 있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세 번째는 정부가 창업과 기존 기업을 지원하면 자연스럽게 산업이 촉진되고 고용 창출로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부분에 한계가 있다. 기존 시스템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다양한 시도가 더 이상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는 거다. 연구개발도 마찬가지이다. 내년도 국가연구개발예산이 20조에 달하고 있으나 이것이 경제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를 점검해야 할 상황이다.

네 번째 또 하나 주목을 해야 할 부분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보건·의료서비스는 고령화 등으로 인해 확장 일로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2%대로 저성장으로 고착이 되는 상황에서 예산과 자원을 무한정으로 확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활용한 공공 서비스의 혁신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한정된 예산으로 보건·의료시스템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관건은 R&D를 통한 혁신이다. 결국 우리가 R&D에 투자했던 자원들이 현장에까지 활용되어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진행된 정부 R&D 사업의 결과물들이 기업을 통해 사업화되고 공공 서비스로 구현되어 국민들에게 수혜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 R&D – 혁신기술 사업화와 고용 창출 – 공공서비스 향상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통합적으로 파악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R&D 투자가 끝단인 판매에까지 이어지고, 이것이 공공 서비스를 혁신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일석이조의 대안을 끌어내야한다. 우리가 오늘 여러 쟁점을 가지고 좌담을 하는 핵심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급증하는 보건의료 및 복지 수요에 대응하고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질 좋으면서 값싼 기술·제품·서비스가 보급·확산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새로운 산업이 나오고 고용이 창출될 수 있다. 경제적 이윤 추구뿐만 아니라 공공적·사회적 가치와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오늘 언급되는 체외진단기기 사례는 이런 상황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공공 서비스 혁신, 신기술 상용화, 고용 창출이라는 틀에서 기업의 경제적·사회적 역할을 살펴보고, 현재의 어려움과 그 해결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오늘 좌담회의 핵심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성지은 연구위원이 2018년 11월 8일 제주 한화리조트에서 개최된 심층정책분석좌담회에서 논의의 요점을 정리하며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정명곤 기자)

 

“정부 R&D, 혁신기술 사업화와 고용 창출, 공공서비스 향상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통합적으로 파악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 박미영 연구위원 = 캐나다 등 외국의 경우에는 자국 제품을 성능을 인정하고 써 주는 문화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 부분이 매우 약하다. 같은 성능과 가격이면 정책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김소연 대표님께서 이야기하셨던 것처럼 우선구매제도와 같은 장치가 작동되지 않고 있다. 조달청 등에서 공공혁신조달(PPI)과 같은 것을 운용하고 있지만 기술 혁신 제품과 같은 경우에는 품목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제도의 혜택도 제한적이다.

 

◇ 김소연 대표 = 조달청 자체가 관련 예산을 배분하고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보건·의료관련 공공기관 조달시장의 예산이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다국적 기업으로 가고 있다. 공공기관 입찰 뿐 아니라 KOICA 구호사업 및 심지어 북한의료지원에서도 국내 중소기업제품이 아닌 다국적기업제품이 공공조달 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구매제도 등을 통해서 정부 R&D사업을 통해 기술혁신을 이룬 기업에 지원할 필요가 있다. 혁신기업의 제품은 가격이 해외 기업 제품에 비해 단가가 낮다. 국가에선 같은 예산으로 비슷한 기술력을 갖춘 국내 제품을 더 저렴하게 구매해 예산을 줄일 수 있고, 국내 혁신 기업에게 판매 이력을 갖추게 해 주어 해외로 진출할 기반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앞서 성지은 연구위원님이 말씀하신 일석이조, 일석삼조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혁신기업의 입장에서 우리나라 공공기관에서 구매한 이력은 해외 판매 시 굉장히 큰 레퍼런스로 작용한다. 이는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정말 튼튼한 기반이 된다.

 

“정부는 글로벌 기업 수준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해 예산을 줄일 수 있고, 혁신 기업은 판매 이력을 쌓아 해외로 진출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국내의 많은 혁신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연구 개발 예산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공공기관에 제공할 때에는 거의 수익을 남기지 않는 단가로 제공을 하려고 한다. 정부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더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사명감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어갈 틈이 없다.

공공의료기관에 판매가 힘든 가장 큰 원인은 그 동안 형성된 국산 제품 무시 문화와 다국적기업과의 네트워크 때문이다. 이를 혁신기업만의 힘으로 극복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

 

◇ 성지은 연구위원 = 박미영 연구위원님께 여쭤보고 싶다. 분명히 정부도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법과 제도로 지원하려는 노력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 박미영 연구위원 = 조달청에서도 해외 국가들이 자국의 혁신 기업들을 지원하는 제도 등 사례들을 인지하고 이를 벤치마킹 해 국내 제도를 고쳐야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혁신기업들의 제품이 국내에 팔릴 수 있도록 시장을 만들어 주고, 자국 시장에서 쌓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것을 지원해야겠다는 의지가 있다.

걸림돌로 작용하는 주요 포인트는 우리나라에 수십 년 동안 형성된 독과점 네트워크이다. 이 것 때문에 국내 혁신 기업들이 자국 시장에 들어갈 틈이 없다. 이것을 정부가 공정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20조 원에 달하는 R&D 투자가 혁신기업의 성장과 국내외 판매 성과로 이어지고, 일자리 창출과 공공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포인트의 중심에 우선구매제도가 있다.

그런데 의료기기는 안정성, 신뢰성, 고도의 전문성 문제 때문에 공공 구매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이 부분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수십 년 동안 국내에 형성된 다국적 해외 기업과의 네트워크가 걸림돌이다. 정책연구자들은 우선구매제도의 개선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 김소연 대표 = 의료기기는 다른 제품과 달리 국가기관으로부터 허가와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의료기기를 공공 의료기관에 판매를 시도하는 혁신기업은 개발과 허가와 인증을 완료한 상황이다. 국가로부터 허가와 인증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안정성, 신뢰성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허가‧인증을 했는데 공공기관에서 구매 이력이 없어서 못 쓴다고 하는 것이다.

전에 공공 의료기관의 규격공고의 내용 중에 ‘글로벌 판매 경력 3년 이상만 지원할 수 있다’라는 지원 규정이 있었다. 이것은 차별이라고 항의를 했지만 반려됐다.

결국 허가와 인증을 받은 제품을 믿지 못한다는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보건복지부 등의 허가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닌가?

 

▲2018년 11월 8일 제주 한화리조트에서 개최된 심층정책분석좌담회에 참석한 피씨엘(주) 김소연 대표이사 겸 동국대학교 교수(왼쪽)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성지은 연구위원.(사진=정명곤 기자)


기사는 [심층정책분석좌담회] 허가 인증까지 받은 첨단 제품을 왜 팔 수 없을까?(하)에서 계속됩니다.
 

정명곤 기자  mkchoung@sanha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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