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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TLO 사업에 대학가 혼돈... 책임공방 우려
  • 정명곤 기자
  • 승인 2018.09.2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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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모집 성적 1/4 고배… 제한 풀고 총장 설득

정체성 변질된 사업… 대학 편법 운영 방조

시행착오 거치는 동안 피해자는 학생

6개월 간 월급 받으며 취업 준비… 역차별 갈등

과기정통부, 10월에 가이드라인 낸다
 


과기정통부는 6월 청년 TLO 육성사업의 시범사업에서 도출된 문제점에 대한 현장의 의견(관련기사 : [단독]청년 TLO 육성사업이 잘못된 5가지 이유)을 반영하지 않은 채 1차 모집을 추진했다. 그 결과 19개 대학 1,000여 명이 모집됐고, 모집 정원의 1/4 달성이라는 쓴 잔을 마셨다.

과기정통부는 공청회 등을 통해 사업의 제한을 풀겠다고 알리고, 실‧국장을 동원해 대학 총장 설득작업에 나섰다. 7월 2차 모집에선 67개 대학 4,000여 명이 모집됐다.

사업 운영 주체인 대학 산학협력단(이하 산단) 관계자들은 1차 때 적용이 되었던 제한사항들이 사실상 모두 풀렸기 때문에 부담을 덜긴 했지만, 사업의 정체성이 바뀌었는데 이렇게까지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사업 설계 오류, 공청회 없는 일방적 사업 강행, 사업 정체성까지 바꾸는 임기응변 등으로 거친 출발을 보였던 청년TLO 육성사업은 대학가에 ▲TLO 기술사업화 역량 저하 ▲관리 예산 배정 없이 추진된 사업으로 인한 학생 관리 공백 ▲6개월 한시적 계약직 양산 ▲연구소 내 역차별 문제 등의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사업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안정될 때까지 국민과 학생과 대학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년 TLO 육성사업 실시 이후의 대학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수도권 소재 사립대학, 전국 국공립거점대학, 지역중심대학 산학협력단 등을 방문해 취재했다.

정부 재정지원 사업이란 특수성 때문에 대학의 이름은 무기명으로 작성했다.

 

■ 청년 TLO 육성사업이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지난 6월 과기정통부가 청년 TLO 육성사업 1차 모집을 진행한 결과, 전국에서 19개 대학 1,000여 명이 모집됐다. 초기 사업 목표인 50개 대학 4,000명의 25%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같은 부처가 주관하고 있는 TMC 사업(TLO와 기술지주회사의 협력을 지원하는 사업)이 대학들 사이에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과는 상당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청년 TLO 육성사업이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 산단들은 ▲학생 인건비 95%, 간접비 5% 편향된 예산 배분으로 인한 관리 예산 부재 ▲대학 당 80명 70% 취업률 달성이란 무리한 목표 설정 ▲대학 본부 산하의 취업 전담부서가 아닌 산단으로 사업 주체 설정 미스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공청회 없는 사업 진행 ▲기업에 채용 부담을 떠넘김에 따른 기술이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 ▲TLO 본연의 업무인 기술이전 및 사업화 업무 역량 저하 ▲Cifre와 같은 선진국에서 추진 중에 있는 기술 중심의 취업지원형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시적 인건비 지원이라는 타 부처와 차별화 되지 않은 사업 설계 미스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과기정통부가 전국국립대학총장협의회 등을 통해 사업 수행을 압박하고, 따르지 않으면 TMC 사업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며 취업률 70% 무조건 달성을 강요하던 청년 TLO 육성사업의 서막은 모집 목표 1/4 달성, 대학이 기피한 전무후무한 정부 재정지원 사업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 사업 정체성 변질... 대학 편법 운영 방조

추경예산을 받아 어떻게 해서든 추진해야만 하는 사업에 대학들의 참여가 저조하자, 과기정통부는 초기 사업 기획의 규정과 제한을 사실상 모두 풀고 실‧국장들을 동원해 대학 총장 설득에 나섰다.

부처는 공청회 등을 통해 ▲‘50개 대학, 대학 당 80명 모집, 70% 취업률 달성’ 기준은 ‘신청 인원의 70% 취업률 달성’으로 ▲‘전체 예산의 95% 학생 인건비, 5% 간접비’는 ‘중간 취업 인원이 있을 경우 남은 사업 개월 수에 해당하는 학생 인건비는 간접비로 활용 가능’으로 ▲‘기술이전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기업으로의 취업만 취업률 포함’에서 ‘기술이전과 관련 없는 취업도 취업률로 인정’으로 ▲‘기술창업에서 아이디어 창업까지 대상 확대’로 비공식 허용했다.

7월 2차 모집 결과 67개 대학 4,000여 명이 모였다.

임기응변으로 사업 운영 대학과 인원은 채워졌지만 당초 대학의 보유 기술을 민간 기업에 이전하며 미취업 졸업생의 취업을 연계해 기술사업화와 창업을 촉진한다는 사업의 정체성은 6개월 한시적 학생 인건비 지원 사업으로 변질됐다.

서울 소재 A 사립대학 관계자는 “기술 창업 스타트업에서 아이디어 창업 스타트업까지 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제한이 풀렸다”라며 “사업 자금을 교내 아이디어 스타트업 학생들에게 6개월 간 창업 자금(월급)으로 지원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남권 소재 B 사립대학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제한이 풀려 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조금 수월해진 것은 사실이다”라며 “대학들의 편법 운영이 난무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 대학가 혼돈‧갈등‧역차별 발생… 책임공방 우려도

청년 TLO 사업은 대학가에 혼돈을 가져왔다.

과기정통부의 잘못된 사업 주체 설계와 4,000명 중 70% 취업률 달성이라는 성과 보여주기 식 예산 배정은 대학 부처 간, 연구실 내 대학원생과 학부생 간, 대학본부와 산학협력단 간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모 대학 교수 실험실에서 청년 TLO 사업을 통해 취업한 학부생과 2개월 째 함께 근무하고 있다고 소개한 한 연구원은 온라인 제보를 통해 학생들의 근태 실태에 대해 전했다.

그는 학생들이 6개월만 연구실에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연구 장비에 대한 교육은 뒤로 한 채 타 회사 취업 준비에 몰두하고 있어 직무 교육에 대한 능률이 떨어진다고 했다.

교수 연구실 대학원생들은 연구 특성 상 야근 및 주말 근무 등을 해야 하지만 학부생들은 주 52시간 근무 기준 때문에 정시에 퇴근을 한다고 했다.

연구원은 학부생이 대학원생과 비슷한 수준의 인건비를 받으면서 취업준비를 하며 타 회사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반문했다.

대학 취업전담기관 등 부처와 산학협력단과의 갈등 문제도 있었다. 사업의 주체가 산학협력단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재학생 취업전담기관 조차 업무 협조가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업 운영 관리 부서에 대한 예산(전체 예산의 5%)과 전담인력을 마련하지 않은 채 강행한 사업으로 인해 학생들의 관리 공백 상태에서 일어날 일들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울 D 사립대학 관계자는 “여전히 학생에 대한 관리 문제는 부담으로 남아있다”며 “관리 예산, 근무 공간, 전담인력이 딱히 없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6개월 간 돈만 주고 방치하는 모럴해저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경기권 E 사립대학 관계자는 “출장비나 숙박비 지원이 되지 않는데, 학생들 기업 취업 지원이 얼마나 이루어질지 의문”이라며 “학생들이 이중 취업이나 근태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산학협력단 기술이전 및 사업화 역량 저하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산단들은 TLO 직원 중 평균 1.5명을 전담시키고 있었다.

부산‧경남권 F 사립대학 산단 관계자는 “TLO 조직에게 9월에서 12월은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라며 “기술사업화의 성과를 집중해 바짝 끌어 올려야 할 시기에 부서 본연의 업무가 아닌 곳에 인력과 역량을 분산하려니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또 청년 TLO 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걱정이다”라며 “6개월 업무 마비에서 1년 마비로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충북권 G 지역중심대학 산단 관계자는 “아직까지 일의 로스는 없지만 기술이전 전담인력이 몇 명밖에 되지 않아 걱정이다”라며 “조금씩 기술사업화 역량을 키워가고 있는 입장인데 올 해 기술사업화는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장애인고용부담금 등 과태료 문제, 최저임금 예산 미반영 문제, 대학정보공시 등의 문제가 제기 됐다.

전남‧전북권 H 국립대학 산단 관계자는 “사업 초기부터 제기되었던 장애인고용부담금 과태료 부담 문제, 최저임금 예산 미반영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남아있다”라며 “아직까지 관계부처로부터 명확한 대응 방안을 전달 받지 못한 상황이다”고 했다.

다수의 산단 관계자들은 “사업이 고용노동부 등의 한시적 인건비 지원 사업과 다를 바 없이 정체성이 변경된 마당에 기술이전과 사업화라는 본연의 업무에 지장을 받아가면서까지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여러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안은 불투명하며,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면 책임은 고스라니 대학에 전가될 상황이다. 과기정통부가 사업의 제한 해제를 공청회 등을 통해 구두상으로 전달했지만 아직 공문화 하지는 않았다.

서울 소재 D 사립대학 산단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공청회 등을 통해 전달을 받았지만 공문이나 가이드라인을 받은 바는 없다”라며 “부처가 추후 책임공방을 피하려고 공식화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어쩌면 사업이 흐지부지 넘어가며 그 어느 누구도 책임을 물지 않을 수 있다”고 말끝을 흐렸다.

 

■ 결국 피해자는 학생과 국민... 늦기 전에 바로 잡아야

대학 산단 관계자들은 청년 TLO 육성사업이 사업 설계 단계에서 잘못됨을 지적하며 더 늦기 전에 바로 잡든지 아니면 그만 두는 것이 낫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산‧경남권 F 사립대학 산단 관계자는 “교수가 기업에 기술을 이전했을 경우, 기업은 기술이전을 받은 교수 연구실의 해당 기술을 잘 알고 있는 연구원을 원한다”라며 “단지 몇 개월 수박 겉핥기로 배운 내용을 아는 초짜 학생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사업의 취지가 잘못 설계 됐음을 지적했다.

그는 “청년 TLO 사업의 내용을 보면 학생들에게 교수 연구실에서 몇 개월 동안 머물며 기술을 익혀, 기업에 기술과 학생을 보내라는 이야기 인데 이는 기술이전 현장의 생리를 이해하지 못한 가운데 나온 기획이다”라고 덧붙였다.

다수의 산단 기술사업화 전문가들은 “설계가 잘못된 사업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 관리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라며 “수정을 하든지 차라리 그만 두는 것이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여러 상황들이 곪아 나중에는 결국 사고가 날 것이다. 너무 많이 왔다”라며 “올해 사업이 마무리 되는 6개월 후에 실태조사를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과기정통부, 10월 가이드라인 전달 계획

“빠르면 10월 안에 사업의 기준을 만들어 산단에 내려 보낼 계획이다. 내년에는 TMC 사업 예산 연계 활용 외에 50억 원 규모의 사업 관리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 국회 심의를 추진한다. 사업 운영 주체 변경은 힘들다.”

21일 과기정통부 일자리진흥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과기정통부 일자리진흥원은 빠르면 10월 안에 사업의 가이드 역할을 할 운영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대학 청년 TLO 육성 사업을 운영 중인 산학협력단에 내려 보낼 계획이다.

부처 관계자는 “공문이나 가이드라인의 어떤 형태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빠르면 10월내에 기준을 만들어 대학 산단에 내려 보낼 계획”이라며 “내용에는 취업률에 포함이 되는 업체 기준 등 사업성과에 대한 다양한 기준이 담길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사업이 기존의 취지에서 변질돼 정체성이 바뀌었다는 의견에 대해선 “사업은 ▲학생 단기 일자리 지원 ▲TLO 인력 부족에 대해 학생 활용을 통한 기술이전 촉진 ▲청년 TLO가 기업에 기술이전까지 하는 세 가지 목적이 별개로 있다”라며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좋지만 아직 사업 초기이기 때문에 일부 성과만이 부각되는 것이다”라며 세 개의 목적이 연결된 것이 아닌 각각 존재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올해 관리 예산 배정 미흡에 따라 학생들의 위장취업이나 근태 부분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는 의견에 대해선, “대학에서 4대 보험 등을 통해 이중 취업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입사 전까지 고용을 한 것이기 때문에 학생이나 대학에 이와 관련한 책임은 묻지 않겠다고 대학에 설명했다”라고 했다.

그는 "학생에게 나간 인건비는 채용 노동에 제공하는 반대급부로 인건비에 대한 사업비 환수조치는 없을 것이다”라며 “이런 사례는 취업 성과로 볼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 같다"라고 덧붙였다.

장애인고용분담금 과태료와 관련해선 “한 대학 당 학생 80명 고용기준으로 약 1,000만 원이 조금 넘는 과태료가 나올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아직 까지는 명확히 답을 드리기 어렵고 더 검토를 해 봐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과기정통부 일자리진흥원 관계자는 “올해는 청년 TLO 육성사업을 세팅해 나가는 단계이다”라며 “공청회 등을 통해 대학의 의견을 많이 듣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명곤 기자  mkchoung@sanha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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