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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랩 코디네이터 좌담회-1] 당신들이 바로 리빙랩 코디네이터입니다<상>
[리빙랩 코디네이터 좌담회-1] 당신들이 바로 리빙랩 코디네이터입니다<상>
  • 정명곤 기자
  • 승인 2018.08.27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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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현장 잇는 코디네이터

지역 살리는 대학… 대학 살리는 지역

현장은 리빙랩을 본능적으로 안다

<응답하라 1994> 시민극장 골목 살려라

오래 지속되고 기쁨 있는 소규모 사업


▲정책과 현장을 연결하는 리빙랩 코디네이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2018년 8월 9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성지은 연구위원(오른쪽부터 반 시계방향), 통영 당포마을 귀어인·마산YMCA 평생교육위원회 김정남 위원장, 경남대학교 지역사회혁신센터 정은희 센터장, 창원시 도시재생지원센터 마을활동가팀 김경년 팀장이 좌담회에 앞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정부와 현장은 멀다.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들이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정작 국민들이 필요할 때 곁에 있던 정책은 아니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는 현장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민생활연구를 통해 미세먼지, 쓰레기 문제 등 국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겪고 있는 문제점들을 R&D를 통해 해결하려고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을 추진하며 지자체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 정책이 연구자와 산업에 초점을 맞춰 기획되고 추진되다 보니, 정책을 시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현장에 어떻게 연결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리빙랩이 이를 보완할 정책 도구로서 주목을 받으며 정부 사업에 적용이 되고 있다.

리빙랩은 정책과 현장을 잇는 가교로서 리빙랩 코디네이터를 역할자로 제시했다.

이들은 우리 주변에 늘 있어 왔으나 평가가 미흡했고 조명 받지 못했다.

리빙랩의 개념이 국내에 안착 되어가면서 파트너십 역할자인 코디네이터들의 역할이 재조명 되고 있다.

마을 활동가, 현장 교육자, 지역사회혁신 교수 등이 바로 정부 정책과 현장을 연결하는 리빙랩 코디네이터이다.

이번 좌담회에선 리빙랩 코디네이터들을 한자리에 모시고 각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해 왔고, 어떤 변화가 있었으며, 겪어온 어려움과 향후 과제 등에 대해 듣고자 한다.

2018년 8월 9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개최된 제7차 리빙랩 코디네이터 좌담회에 창원시 도시재생지원센터 마을활동가팀 김경년 팀장, 통영 당포마을 귀어인·마산YMCA 평생교육위원회 김정남 위원장, 경남대학교 지역사회혁신센터 정은희 센터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성지은 연구위원이 자리했다.


정책과 현장 잇는 가교

리빙랩 코디네이터

◇ 사회 = 오늘 좌담회에선 지역 활동가들을 모셨다. 이 분들을 모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 성지은 연구위원 = 버려진 골목을 애정을 가지고 뛰어다니며 새로운 골목으로 탈바꿈시킨 마을 활동가, 귀어 해 할머니들께 한글을 가르치고, 톳을 활용해 지역의 경제를 살리려고 고군분투하는 퇴직 공무원, 독자적인 지속가능한 리빙랩 개념을 정립하고 대학·학생·지역을 변화시켜 나가는 대학 교수. 여기에 계신 세 분은 한국 리빙랩 코디네이터이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국민생활연구를, 산업부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과학기술과 산업을 현장과 문제해결 중심으로 가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목해야할 부분은 그동안 각 부처들이 기술과 산업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누가 이것을 생활현장에 접목할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분들은 그동안 국가 사업과 현장을 엮어내는 가교의 역할을, 한편으로는 변화의 촉진자 역할을 해왔다.

리빙랩의 구성요소를 꼽을 때 4P를 이야기한다. 정부(Public), 민간(기업)(Private), 시민(people)간의 파트너십(Partnerships)이다. 정부와 민간과 시민을 엮어 나가는 플랫폼이자 방법론이 리빙랩인데, 그것을 엮어내는 역할을 이 세 분들이 해 오셨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리빙랩 코디네이터 좌담회를 시리즈에 걸쳐 추진하는 것이다. 오늘의 자리를 ‘리빙랩 코디네이터 좌담회-1’이라고 감히 부르고 싶고, 또 다시 각 영역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코디네이터 분들을 모시고 좌담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오늘도 그런 취지로 자리로 마련했다.


창동 골목 알리기 8년

마을활동가 김경년 팀장

◇ 사회 = 자신의 소개와 어떤 일을 해 왔는지 들려주시길 부탁드린다.

◇ 김경년 팀장 = 창원시 도시재생지원센터의 마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창동과 인연을 맺은 지 10년 정도 됐다.

처음 마을을 접했을 당시 창동은 모두가 떠나버린 시가지였다. 예전에는 퇴근시간에 수많은 인파로 가득한 곳이었는데 멀티플렉스나 백화점이 생기면서 브랜드 가게들이 빠져나갔다.

사람들이 떠난 빈 거리에 서서 어떻게 하면 다시 젊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 시장경영지원센터에 자문을 구하면서 정부 용역사업을 수주해야만 지원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산시가 창원시로 통합되기 전인 2010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지역경제 활성화 연구용역을 받게 되면서 시설현대화 사업과 공동마케팅 일을 계속 하게 됐다.

의욕은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상인회 회장단들에게 자문을 구했지만 그들도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막막했다.

사무실에 놓인 컴퓨터 한 대로 이곳저곳 검색을 해 서류도 넣어보고 공동 마케팅도 하면서

여러 가지 무모한 도전을 많이 했다.

마산 청소년문화존을 유치해 청소년들이 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더니 상인들로부터 돈 안 되는 학생들만 오고 시끄럽다는 비난을 엄청 받았다.

지역네트워크와 함께 하는 행사를 만들어 상권을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을 6년 동안 했다.

창원시로 통합된 후 창동을 주축으로 빈 점포를 재활용한 상권 활성화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더니 사람들이 조금씩 몰려오기 시작했다.

새로 당선된 시장님께 “창원시 골목에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렇게 잘 만들어 놓았는데, 골목을 안내해 줄 사람이 없다. 앞으로는 골목이 대세이니 골목을 설명할 나를 뽑아 달라”고 말씀을 드리며 수 없이 찾아가 부탁드렸다. 노력 끝에 10개월 동안 창동 골목에서 있을 수 있게 됐다.

그때부터 ‘골목에 서서 김경년’이라고 쓰인 커다란 이름표를 목에 걸고 손님들에게 창동 골목 구석구석을 소개했다. 활동을 하다가 경남대학교의 정은희 교수님을 만나게 됐다.

일을 하면서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통해서 창동 골목을 끊임없이 알렸다.

그 때부터 창원과 마산에서 창동예술촌 골목을 이야기 하는 사람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전국에 도시재생의 뜨거운 물결이 일고 있는데, 제 인생이 재생시대에 시기를 잘 맞춘 것 같다. 지금까지 행복한 마을 활동가로서 일을 하고 있다.


통영으로 귀어 한

마을 활동가 김정남 위원장

▲통영 당포마을 귀어인·마산YMCA 평생교육위원회 김정남 위원장이 2018년 8월 9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열린 리빙랩 코디네이터 좌담회에서 통영에 귀어해 마을 할머니들께 한글을 가르친 사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 김정남 위원장 = 마산에서 살다가 3년 전에 통영으로 귀어를 했다. 평소 은퇴하고 전원생활을 하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남편도 낚시를 좋아해서 바닷가가 있는 통영으로 귀어를 했다.

마을에 어르신들만 사시고 계셨고 그 중 저희가 나이가 가장 적었다. 할머니들은 “내가 이때까지 살면서 제일 한이 한글을 못 배운 것이다”라고 하셨다. 여러 할머니들의 말씀을 들어보니 마을의 70~80% 정도의 어르신들이 한글을 모르셨다.

‘내가 사는 마을에서 할 일이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쳐드리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함안에서 문해 강사 양성 과정을 교육 받았다.

이렇게 시작한 공부가 만 2년이 되었다. 할머니들께서 한글을 익히시며 내면에 응어리진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셨다. ‘당신들이 이렇게 사셨구나, 우리가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이 분들에게 힘들다고 말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저희 마을은 굉장히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이다. 1년에 한 번씩 음력 1월 3일에 제사를 지낸다. 이 자리에는 임신한 여성이 있으면 안 되고 개가 짖어도 안 된다. 예전부터 임신한 사람이 있으면 제사가 시작되기 전에 마을 밖으로 나갔다 제사를 지내고 난 후에 들어 와야 했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젊은 사람이 없지만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저희 집에는 강아지가 두 마리 있는데 잘 짖는 한 마리는 다른 곳에 보냈다.

지나가는 옆집 아저씨께 아침 인사를 드렸는데, 인사를 받지 않고 땅만 보고 가셨다. 알고 보니 아침에 여자를 만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마을 회의는 남자들만 참석하고, 집이 없는 사람은 참석할 수 없다.

할머니들은 “한글도 모르는 데 혹시 속에 있는 말을 꺼내서 잘못될까 싶어 평생을 말씀을 안 하고 살아왔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지금은 한글을 익히시고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마을에 작은 반란을 일으키고 계신다. 이것은 우리 마을에 생긴 작은 변화이다.

통영 당포 마을에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승리를 기리는 한산대첩 출정식과 당포 성지 등 다양한 문화적 자원이 있다. 특히 해조류인 톳은 1년에 약 1만 톤 정도가 생산되는데, 단순히 채취해 판매하는 것은 부가가치도 낮고 어르신들도 연세가 많으셔서 일을 할 수 없어 방치되고 있다.

제가 통영에 가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바로 톳이었다. 톳을 건강식품으로 만들어보려고 시도하고, 비누도 만들고, 음식도 만들다 보니 방송에 귀어인으로 몇 번 소개가 됐다.

톳으로 여러 시도를 하는 과정에 마을에 사시는 여성분들로부터 텃새를 많이 받았다. 톳은 우리 마을 것인데 외지에서 온 사람이 톳을 활용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2년을 임대해 달라고 부탁드렸고 2년동안 톳으로 많은 실습을 해 왔다. 지금은 계약기간이 끝났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본 결과 톳 짱아지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전 이런 실험들을 계속 하고 싶은데 외지에서 온 사람이다 보니 더 할 수가 없다. 실험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이 마을에서 평생을 사시고 한글을 배우고 계시는 할머니들께서 당신들의 이름으로 마을 특산물로 발전시키셨으면 한다.

이런 게 제 꿈이고, 앞으로도 할머니들께 한글과 인문학을 전하는 봉사를 계속 하고 싶다.


지역이 살아야 대학이 살고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2018년 8월 9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열린 리빙랩 코디네이터 좌담회에서 경남대학교 지역사회혁신센터 정은희 센터장이 지역사회와 대학이 긴밀하게 협력해 지역경제와 대학의 변화를 가져온 사례를 이야기 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 정은희 센터장 = 경남대학교 교육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LINC+사업단에선 지역사회혁신센터장을 맡고 있다.

올해로 대학에 몸담은 지 18년이 됐다. 전공은 교육학이고 세부전공은 평생교육이다. 연구 영역들은 지역사회 교육이다.

교육학을 공부하면서 교육에 대해 세운 세 가지 철학이 있었다. 첫 번째는 교육은 즐거워야 하고, 두 번째는 교육은 성장과 변화를 촉진할 수 있어야 하며, 세 번째는 교육은 실천 가능해야한다는 것이다.

연구 논문을 작성하는데, 평생교육을 통해서 지역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다양한 자료를 찾아 정리할 수도 있지만, 내가 겪고 감동받고 심장이 뛰는 그 내용을 내가 사는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했었다. 그런 실천 교육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었다.

대학에서 지역사회혁신센터장과 평생학습연구센터를 맡게 되면서 우리 직원들과 항상 말하고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 이야기로 끝나지 말고, 내가 사는 지역에 가서 풀어내고, 실제 지역이 변하는지를 보자. 그래야 제대로 된 연구자가 될 수 있다라는 점이었다.

지난해 12월에 리빙랩 특강의 강연자로 모시면서 성지은 박사님을 처음 만났다. 특강 때 부총장님, 각 부처의 요직에 계신 분 약 20여 분을 모시고 성 박사님의 리빙랩 강연을 들었는데 박사님께서 강단에서 펑펑 우셨다. 자리에 계셨던 분들이 감동을 받았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씀하셨다.

강연을 듣고 인문사회영역에서 다루고 있었던 지역 거버넌스, 공동체 구축, 협의체 구축 등의 개념을 리빙랩의 개념과 함께 공부하고 연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강연은 저희가 왜 지방에서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며 어떤 역할을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고민 끝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사회가 살아나야 대학도 살고,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연관 관계를 발견하게 됐다.

실제로 지역사회 안에 위치한 대학이 지역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상생할 수 없다.

대학 안에서의 리빙랩 첫 번째 단계는 구성원들 사이에 공유 비전을 만드는 것이었다. 한 두 사람만의 마음으로는 이 사업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총장님, 부총장님, 각 요직에 계신 분들을 모셔서 함께 공유 비전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경남대의 2030 공유비전은 ‘미래를 열어가는 지역 감동 대학’이다.

두 번째 단계는 학교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단들이 비전을 만들 때 공유 비전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LINC+사업단의 맥을 같이해 만들어진 비전은 ‘산학협력을 통한 지역 밀착형 대학을 구현하자’이다.

제가 맡고 있는 지역사회혁신센터도 지역 밀착형 대학 구현을 위해 지역사회 혁신사업을 추진하며 방향성을 맞췄다.

지역 구성원과 대학 구성원이 공유비전을 잃지 않기 위해 교수대상 혁신포럼, 세미나 연수, 워크샵 등의 행사를 만들어 가면서 우리가 함께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공유비전을 설정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 다음 단계로,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이면, 그 사람들이 마음껏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 내에서 리빙랩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리빙랩 플랫폼 구조를 만들게 됐다.

리빙랩 플랫폼은 두 가지 축으로 설정했다. 첫 번째는 지역 연계 활동을 지원하는 활동자원 인프라이다. 활동자원에는 우선 지역의 각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교수, 학생, 지원 등 사람자원, 실험과 연구와 교육 등을 위한 시설자원, 아이디어 개진과 실험적 활동 지원, 경진대회 등의 이벤트, 지역연계 교과 및 비교과 교육활동 등이 지역 연계 활동자원으로 잘 구축되어 있다.

두 번째 축은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이다. 리빙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지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 시민단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 대학, 각종 협의체, 마을 기업, 마을 활동가 등 이런 분들과 협의체를 만들고 스킨십을 꾸준히 유지해 가고 있다.

이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 리빙랩 플랫폼을 통해 지역 안에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이 리빙랩 팀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조직된 리빙랩 팀이 투입이 되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사회 = 김경년 팀장님과 정은희 센터장님은 대학과 지역사회가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며 창동 골목 살리기 활동을 진행해 오셨다. 통영의 김정남 위원장님도 지역사회나 주변 대학과 협업을 하고 있나?


◇ 김정남 위원장 = 2년 동안 혼자서 해 왔고, 이번에 리빙랩을 알게 됐다. 이를 통해서 이제 발전시켜 나가려고 한다.


현장에 오래 계신 분은

리빙랩을 본능적으로 안다

▲성지은 STEPI 연구위원이 2018년 8월 9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열린 리빙랩 코디네이터 좌담회에서 "리빙랩 코디네이터는 지역사회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역할자"라고 말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 성지은 연구위원 = 여기에 계신 분들에게 리빙랩은 최근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들이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부분들이 리빙랩을 만나면서 가슴에 확 와 닿는 게 있다.

그 이유는 리빙랩이 가지고 있는 실천성, 나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부분들, 여러 요소를 통합해 현재 상황을 개선하거나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는 특성들 때문이다.

리빙랩을 통해 혼자 고군분투해 왔던 상황에 과학기술자가 힘을 더하고, 뜻이 같은 또 다른 시민과 전문가들이 만나면서 그동안 한계라고 생각한 부분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많은 분들은 리빙랩을 개념적으로 접근하지만, 현장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해 왔던 분들은 문제를 통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리빙랩을 본능적으로 안다.

여기에 계신 선생님들이 현장에서 오랫동안 고민을 해 왔고 무언가를 바꾸어 보려고 했던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리빙랩이 이 분들의 가슴에 와 닿은 것이다.

제가 경남대에 특강 초청을 받아 방문한 시기는 작년 12월이다. 그리고 올해 7월에 제9차 리빙랩 네트워크 포럼을 경남대에서 했다. 여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경남대의 열정과 힘에 충격을 받았다. 최근에 경남대의 분위기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

작년 겨울에 경남대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데, 밀양을 지나면서 도시 전체의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음을 느꼈다. 누군가가 이 지역을 바꾸어 줄 수 있는 주체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

발표를 하러 갔는데 눈을 반짝이고 있는 분들이 한자리에 계셨다. 발표를 하는 순간 제가 내려가면서 기차 안에서 기도를 했던 부분과 이 분들의 간절한 염원이 닿으며,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그 모습을 본 그 곳에 계셨던 모든 분들이 저를 온 마음으로 받아주셨다.

그 때 이후로 경남대는 계속 변화를 거듭해오다 7월 12일 제9차 리빙랩 네트워크 포럼에서 그 변화된 모습을 전국에 알렸다.

9월 7일에는 국회에서 제10차 리빙랩 네트워크 포럼이 열린다. 경남대에서 제9차 리빙랩 포럼을 진행하며 느꼈던 확신을 통해 이제는 전국적으로 한 번 뛰어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 세 선생님들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꽃을 피우려고 하신 분들이다. 그리고 김정남 위원장님은 이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김정남 위원장님이 톳 이야기를 하셨는데, 저 톳이 나중에 어떤 스토리로 전개가 될까 기대가 된다. 오늘 과기정통부와 산업부의 두 과장님을 청중으로 모셨다. 오늘 우리들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두 부처의 과장님이 듣고 가시는 것. 이로서 조금 더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또 다른 변화를 꿈꿀 수 있다는 생각이 된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그 가능성을 보고 싶다.


▲2018년 8월 9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열린 리빙랩 코디네이터 좌담회에서 통영 당포마을 귀어인·마산YMCA 평생교육위원회 김정남 위원장(왼쪽)과 창원시 도시재생지원센터 마을활동가팀 김경년 팀장이 리빙랩 코디네이터롯서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응답하라 1994> 그 곳

시민극장 골목 살려라

◇ 사회 = 마을에 또 학교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어떤 성과들이 있었나.

◇ 김경년 팀장 : 구도심 뒷골목을 상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올라가다가 구토를 하고, 노상방뇨를 하는 곳이 뒷골목 현장이다.

현재 창동의 중심 시가지의 오른쪽과 왼쪽 골목을 57개 정도의 빈 점포를 활용하고 있지만, 손이 닿지 못한 안쪽 구석의 골목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창피할 정도이다. 이런 골목이 창동에 있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 골목은 저에게 늘 화두였다.

4년 전 방영했던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마산의 3대 갑부 이야기가 나왔다. 마산의 3대 갑부 남학생이 미팅에 나오는 장면인데 무학소주 아들과 몽고간장 아들, 그리고 시민극장 아들이었다.

64년 전통 서점인 학문당 뒤는 상권이 살아있기 때문에 순환되는 발걸음이 남아 있지만, 시민극장 뒷골목은 정비를 하고 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잘 찾지 않았다.

2012년 5월 25일 창동 예술촌이 대외적으로 열렸을 때, 저는 창동 골목이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며 감격해 울었다. 골목에 소소한 볼거리가 많아서 사람들이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니며 아기자기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했었다.

빈 점포를 작가들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우리들은 작가들이 아침에 일찍 와서 사람 사는 모습도 보이고, 지인들이 들락날락 하면서 주위 상가도 이용한다면 상가의 경기가 순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작가 분들은 대부분 인간관계가 소원했다. 그리고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을 싫어했다.

손님들이 낮에 찾아오기 때문에 아침에 문을 열고 활동하다가 밤이 되면 집에 가시기를 바랐는데 작가들의 경우 밤에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한 밤중에 작업을 하는 분도 있고, 외부 출강을 가게 되면 점포를 비워 놓기도 한다.

작은 공간이더라도 운치 있게 갤러리 겸 작업실로 활용하면 좋은데, 밖에서 보았을 때 창고 같은 느낌도 나고 보기 좋지 않았다. 블로그에 올려서 홍보도 하고 노력했는데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마산, 시민극장, 3월 15일 하면 떠오르는 것이 최초의 민중투쟁이자 민주화 운동인 3.15 의거이다. 3.15를 창동 골목의 부흥을 위한 셀링 포인트로 손님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했다.

의거 당시 시민극장 앞은 모두 시위 현장이었다. 민주당사에서 선거를 포기하고 파출소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고, 도심 시가지로서 시민과 학생들이 평소에 많이 몰렸던 곳이라 집회나 시위하기 가장 적합한 곳이었다.

시민극장은 7080 영화의 배경이고 추억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1908년도에 마산에서 민중의 의지를 모아서 시국강연을 하던 최초의 민중들이 모였던 집합 장소인 민의소였다.

시민극장 양 옆 골목에 3.15 의거의 뜻을 기리기 위해 315개 화분을 놓고 싶어서 도의원과 시의원을 찾아갔으나 실패했다.

그래서 제 페이스북에 뜻을 밝히고 1만원 씩 보내주시면 총 315개의 화분을 구매해 꽃 골목을 만들겠다고 올렸다. 처음에 우리 딸이 안 될 것 같다고 말렸다.

오후 4시 30분 정도에 글을 올리면서 처음 신청하는 분이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7시가 좀 넘은 시간인 듯하다. 아름다운가게 간사님 슬하에 여름과 가을이라는 딸 아이 두 명이 있는데, 두 딸에게 3.15라는 역사를 일깨워 주기 위해 신청한다며 2만원을 보내주셨다.

돈이 들어오면 문자 알림이 오는데 그 날로부터 6일 간 315명의 사연과 화분 값을 받았다. 신청자가 100명을 넘겼을 때에는 눈물이 났다. 이제 한 고개 넘었는데 과연 200명을 넘길 수 있을까? 또 300명을 넘길 수 있을까?

5일째 되던 해에 지역 신문사의 기자가 찾아와 무엇을 하는 것인지 물었다. 3.15 의거를 스토리텔링하여 창동 골목을 이야기가 있는 골목으로 만들고 싶어서 한다고 했더니 크게 기사화 해주었다. 이 기사를 보고 저에게 신청해 주신 분들도 많았다.

이 일이 소문이 나면서 큰 신문사에서 와서 창동 골목을 찍어갔다. 부산 이바구 길에 가면 저희 창동 골목 315화분을 벤치마킹해 계단에 화분을 놓은 곳이 있다. 대구의 비산동의 경우에는 동장님이 직접 오셔서 보고 비산동 골목을 완전히 정원으로 만들었다. 이제 비산 1, 2동 골목 정원은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 사례로 주목받는 공간이 됐다.

2016년 3월에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또 무언가 안하냐며 화분 묘목 구매 비용 300만 원을 지원해 주었다. 이때에는 민주 소소화분이라고 해서 어린이 웃음 화분을 설치했다.

사실 이 일이 농사짓는 일과 다름이 없다. 일정한 시기에 맞춰 물을 주어야 했다. 자기 집 앞에 놓인 화분이니 물을 주겠지 했는데, 생명력이 강한 아이비나 수호초를 심었는데에도 불구하고 30%가 죽었다. 사람들이 화분을 놓았을 때에는 좋아하더니 죽으니까 관리도 못한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3월에 센터에서 또 무엇을 기획해보라고 했다. 이제 농사짓는 일은 힘들고 못하겠다 싶어 고민을 많이 했다.

누워 있거나 다른 일을 할 때에도 매일 창동 골목에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을 했다. 작년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 때문에 촛불과 태극기로 흔들린 우리나라를 보며 생각했다.

‘선거는 민주주의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도 민주주의니 이것과 마을을 접목하자. 대한민국이 흔들리는데 희망을 주자. 물을 주는 꽃나무는 심지 못하겠지만 벽화 나무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

눈이 가지 않는 누추한 골목이 있었는데 골목 벽면을 정비하고 아이디어 나무를 그렸다.

그리고 315명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달라고 부탁했다. 315개의 나무판에 이름과 희망 메시지를 적어서 아이디어 나무에 붙였다.

골목의 예전 모습이 지저분하고 보기 좋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멋진 포토존으로 변신했다. 이건 또한 저에게 기쁨을 주었다.

정비가 되지 않은 뒷골목들은 바닥이 너무 더럽고 밤이 되면 더 심해서 그 골목을 가꾸고 꾸미고자 하는 것이 저의 마지막 화두였다. ‘이 골목은 저 끝까지 내가 다 정비할거야’라고 마음먹었다.

퇴근을 하면 캔 맥주를 하나 들고 희망나무 앞으로 갔다. 맥주를 마시면서 고객관리를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준 메시지를 읽게 하고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게 했다.

사람들은 나무판의 글귀를 읽어보면서 재밌어 했고, 아는 사람 이름을 보고 흥미로워 했다. 희망나무에 희망 사연을 남긴 분들도 창동 골목이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으니까 보러오고, 친구들에게 자랑도 했다.

희망나무 바로 뒤에 빈 점포 하나가 보였다. 나무는 그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빈 점포를 얻어 사비와 십시일반 모은 비용으로 휴식할 수 있는 공유 공간을 만들었다.

올해 3월에는 3.15 가족나무를 만들었다. 3.15 민주화 운동은 가족들의 가슴에 아픔을 많이 남겼다. 총을 맞고 돌아가신 열사도 있다. 그래서 3.15 가족의 소망이 담긴 나무를 만들었다.

소규모 사업이

오래 지속되고 기쁨이 있다

▲창원시 도시재생지원센터 마을활동가팀 김경년 팀장이 2018년 8월 9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열린 리빙랩 코디네이터 좌담회에서 창동 골목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사업들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적은 돈으로 지역 네트워크가 스스로 이룬 소규모의 사업은 오랫동안 지속되고 기쁨이 있다. 자기 애정이 간 곳은 사람들이 늘 만지고 관리하게 된다.

반면에 사업비가 1000만 원이 넘게 지급되는 정부행정지원 사업은 입찰하고 보고도 해야 하는 등 매우 번거롭다. 제대로 성과도 나오지 않아 소규모 사업과 같은 기쁨을 내기 힘들다. 200억 원 규모의 지역선도 사업을 했지만 이것처럼 진심으로 마음을 울리는 사업은 거의 없다.

리빙랩을 하면서 현장에 투입 됐을 때 오랫동안 쓰면서도 감동할 수 있는 것들이 매칭이 되어 오래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재 창동의 골목은 회복이 빨라지고 있고 사람들로부터 볼거리가 많고 예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창동 예술촌 조성 이후에 시민들은 체험관 전시를 보고,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진 포토 존에서 사진도 찍으러 돌아다닌다. 골목에서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한복을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프리마켓을 소소하게 하는 팀들도 시민들에게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창동 골목은 물건만 사고 가는 상가에서 머물다 가는 곳이 되었다. 로드샵 골목은 이 골목도 들어가 보고, 저기는 또 뭐가 있을까 가보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가볼 때마다 예쁜 볼거리들이 있으니까 발견했을 때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 성지은 연구위원 : 창동 예술촌을 가보고 같이 갔던 분들과 함께 많이 놀랬다. 리빙랩이 적용이 된 전주 한옥마을, 서울 북촌 한옥마을 등을 다녀보았는데 그곳에서 볼 수 없는 소소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골목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창동 골목은 밤의 풍경과 낮의 풍경이 달랐다. 정말 애정을 가지고 정성스럽게 꾸며진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동 골목은 단연 최고였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과 전주 한옥마을도 역시 잘 했지만 한계점이 있었다. 창동의 경우 그 지역의 유치원생, 초·중·고등학생, 대학생들이 놀이터로 삼아 뛰어 놀고 지역민들이 주인이 되어 작지만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측면에서 이들 지역과 차이가 있었다.

창동은 김경년 팀장님을 포함하여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물이다. 이와 관련해 경남대 정은희 교수님으로부터 대학이 시도한 변화 노력을 함께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기사는 <[리빙랩 코디네이터 좌담회-1] 당신들이 바로 리빙랩 코디네이터입니다(하)>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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