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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랩 플랫폼 좌담회] 플랫폼 씨앗 틔운 소방‧시니어 리빙랩(하)
[리빙랩 플랫폼 좌담회] 플랫폼 씨앗 틔운 소방‧시니어 리빙랩(하)
  • 정명곤 기자
  • 승인 2018.07.10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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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패널 구성은 리빙랩 플랫폼 기본

왜 좋은 연구 결과물은 상용화 되지 못할까?

변화는 분명히 시작 됐다

리빙랩을 향한 세 가지 바람

보이지 않는 것 보이게 하기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이 2018년 6월 28일 세종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개최된 제6차 리빙랩 플랫폼 좌담회에서 소방 리빙랩의 사례와 같이 리빙랩에서 특성을 분석해 사용자 패널을 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기획단계에서 소방관을 그룹별로 묶고 자문단을 구성했다.

개발·검증단계에선 전국 8개 소방학교 훈련장을 활용하기로 했다."


플랫폼 구축한 소방 리빙랩

◇ 사회 =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에도 유사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 김수영 연구관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희 소방과학연구실은 처음에 리빙랩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예산을 신청하고 연구 작업을 진행할 때 실장님께서 리빙랩을 하자고 하셨다.

기술개발과 관련된 최종 고민은 ‘과연 이것이 현장에서 쓰일 수 있을까’라는 점이었다. 그런데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막연한 것들이 리빙랩을 거치면서 체계화되었다.

리빙랩 착수 후에 떠오르는 개념은 플랫폼이다.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은 무엇일까 그런 점들을 고민하게 되었다.

연구개발 단계를 크게 기획단계, 연구개발 단계, 시제품 검증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그 단계별로 최종 사용자들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고민하다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누었다.

기획 단계에선 소방 활동의 범주가 넓기 때문에 현장의 소방관들을 그룹별로 묶고 자문단을 구성했다. 40개 재난 유형별로 그룹을 나누고 전국적으로 총 300명의 자문단을 구성했다. 기업과 연구소 등에서 재난 현장에서 사용되길 원한다고 가져오는 연구 개발품을 유형에 맞춰 자문단과 매칭하려는 목적이었다.

개발과 검증단계에선 전국 8개 소방학교의 훈련장을 활용하기로 했다. 매번 재난 현장을 재현할 수 없고, 연구자를 화재 진압 현장에 데려갈 수도 없기 때문인데, 현장을 유사하게 재현하는 플랫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훈련장을 찾게 되었다. 건물 붕괴 구조 활동 훈련장 등에서 연구자와 수요자인 소방관들이 소통을 하면 좋겠다는 판단에서였다.

현재 이렇게 유형별로 나누어서 플랫폼 구축이 진행 중이다.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것이 국가 기관의 역할인 것 같다. 저희는 플랫폼을 만들고, 재난현장을 연구할 분들이 모이면 현장의 경험은 우리가 전해주는 형태이다.


◇ 사회 = 플랫폼을 통해서 시도해본 연구 사례가 있나?


◇ 김수영 연구관 = 현재는 플랫폼 시스템의 고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계이다. 플랫폼을 통해 나온 대표적인 성과물은 없지만, 대신 연구 결과물과 현장이 잘못 매칭된 사례를 들려드리겠다.

많은 국민과 기업이 소방관 고생한다고 현장 활동에 사용하라며 연구 개발품들을 많이 가져온다. 한 기업체에서 소방 드론을 가져 오셨는데 크기가 굉장히 컸다. 조립하는데 약 15분에서 20분이 소요된다.

소방 드론을 가져오신 분께 “초를 다투는 긴박한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기 위한 일손도 부족한 데 20여 분을 들여 드론을 조립하고 날리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소방차 한 대만 가기에도 부족한데 또 다른 차량에 드론을 싣고 몰고 가야하는 상황이 생긴다. 하천에 떠내려간 시신을 찾는 등의 용도로는 활용이 가능할 것 같다”는 식으로 정중하게 설명해 드린다.

또 다른 분은 심장 박동 측정 기계가 자동으로 CPR(심폐소생술)을 하는 기계를 가져오셔서 응급환자 수송할 때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구급대원에게 물어봤더니 환자에게 CPR 기계를 세팅하는 데 약 5분에서 10분 정도 소요된다. 도심지역에선 병원이 많은 이유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응급실로 실어가는 게 더 급하다고 답했다. 이런 유형의 제품은 농촌지역 등 이송시간이 오래 걸리고 인원이 없을 때 쓰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소방 연구 결과물들의 대표적인 문제점은 재난 상황이 매번 일어나는 것이 아닌 특성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뒤로 숨어버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세월호 사건과 같은 경우를 대비해 수난구조용 장비를 만들었는데, 세월호 사건과 같은 재난 상황들이 주기적으로 발생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이 줄어들다가 연구개발 결과물이 나오면 사진만 찍고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두 번째 문제점은 다양한 재난 현장에서 범용으로 쓰일 수 있는 기기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특정 재난 현장에서 수행하기 적합한 기능이 담긴 기기가 필요하고, 그 기능을 정확히 말해 주고 연구 범위를 좁혀주는 능력이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소방과학연구실의 리빙랩 연구원들은 2년간의 작업을 통해 이 기능을 점점 확보하고 있다.

세 번째 문제는 니즈의 대표성 문제이다. 소방관의 의견을 듣는다고 하는데 현장 지휘관이 원하는 것과, 신입 소방관이 원하는 것이 다르다. 똑같은 상황 속에서 10년, 20년 경력의 소방관이 원하는 것 또한 다르다. 대표성이라 하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제한된 자원 속에서 이런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리빙랩의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신입대원, 10년차 고참, 지휘관의 수요는 달라.

특성 구분해 사용자 패널 구성한 것 큰 의미

어떤 연구자가 와도 매칭 가능한 장점 있어”


▲2018년 6월 28일 세종시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열린 제6차 리빙랩 플랫폼 좌담회에 소방·시니어 분야에서 리빙랩 플랫폼을 구축한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 방장원 실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성지은 연구위원.(사진=이민호 기자)


사용자 패널 구성은 리빙랩 플랫폼 기본

◇ 성지은 연구위원 = 김수영 연구관님이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하셨다. 소방관의 활동 범위가 다양하고, 신입 소방관과 10년차 소방관의 수요가 다르다, 주택가 화재와 공장 화재는 전혀 틀리다, 이런 특성을 구분하고 그에 맞는 사용자 패널을 구성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빙랩 플랫폼에서 최종 사용자들을 유형별로 다양하게 구분하고, 정의해 나가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정덕영 센터장님의 사례를 들면, 고령인 중에서도 관절이 안 좋은 분들, 고지혈증을 앓고 계신 분들을 유형별로 자문단을 구분해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기술 개발 시 주제에 적합한 분들을 효과적으로 매칭 시킬 수 있었다.

소방관들과 어르신들의 유형을 구분하고 패널을 조직하면서 같은 특성을 가졌다고 생각한 모집단이 사실은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리빙랩 플랫폼의 기본은 바로 패널 구성이다. 체계적으로 패널을 구성하면 그 어떤 연구자가 오더라도 현장 사용자 그룹과 연결시켜 줄 수 있다.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R&BD 지원센터에 찾아오시는 분들은 일반적인 어르신들이 아니다. 돈을 많이 쓰고, 굉장히 활동적인 분들로 당신들 스스로가 노인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이다. 가장 뒷단에 숨어있는 감정이 있다.

지팡이가 아무리 좋고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이것의 도움을 받는 다는 것을 심리적으로 인정하기 싫어하는 것이다. 어떤 고기능 첨단 지팡이가 만들어져도 지팡이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연구자 중심의 탑다운 방식의 연구개발을 해 최종 사용자인 어르신들의 수요에 맞추지를 못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시니어 리빙랩에서 인지하고 최종 수요자와 교감하며 연구 개발에 반영했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장비는 무엇인지 모르고

가져다 준 연구 결과물은 현장에 맞지 않았다.

새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다.”


왜 좋은 연구 결과물은 상용화 되지 못할까?

◇ 방장원 실장 = 저는 개발된 제품들이 상용화 되지 못하는 문제점을 말씀드리려고 한다.

첫 번째 문제는 최종 수요자인 소방관들이 현재 연구 개발되고 있는 소방 장비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갑자기 연구기관에서 장비를 가져다주면 현장에서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두 번째는 예산 문제이다. 국가 연구개발로 개발된 시제품을 사용해 보니 정말 편리하고 좋아서 대원들이 사용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것을 구입하려면 정부 예산 절차에 따라 2년 후에나 가능하다.

다음 년도 예산에 반영을 해야 하고, 예산에 반영된다 하여도 조달 절차를 거치다 보면 7~8월, 늦으면 12월에 장비를 받아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 기술은 이미 지난 기술이 되고 더 좋은 장비들이 나온다.

이런 간극을 줄이려면 리빙랩을 통해서 개발되고 있는 것들을 수요자가 미리 파악을 하고 구매를 할 수 있도록 수요를 미리 발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플랫폼 씨앗 틔운 한국 시니어 리빙랩

◇ 사회 =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에서의 시니어 리빙랩 활동에 대해 더 듣고 싶다.


◇ 정덕영 센터장 = 앞서 말했듯이 저희 체험관은 건물 전체에 리빙랩을 구성했다. 이곳에서 생산자, 사용자, 연구자가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어르신들 유형에 따라 구분된 시니어 평가단 200명과 전문기술 자문단 20명, 고령친화 관련 기술 업체 183개사를 위촉했다.

중요한 것은 저희 연구자들에게 리빙랩 프로세스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저도 리빙랩 강의나 포럼에 몇 번 참여할 때까지 개념 정립이 잘 되지 않았다.

기존에 있는 프로세스를 가져오려면 안 되고, 우리 체험관 나름대로의 프로세스를 정의 내려야겠다고 판단했다.

변함없는 부분은 시니어가 연구의 주체라는 점이었다. 예전에는 연구자가 연구의 주체였다. 자금을 연구자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개념에서 벗어나 이제는 시니어가 무조건 연구의 처음부터 참여를 하고 시니어가 컨펌 하면서 끝나는 것으로 하자는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연구자들에게 보여주었더니 알겠다고 대답은 하는데 실행은 하지 않았다. 저희 연구자들은 거의 다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는데, 석사 과정은 어느 교수님의 랩에 들어가 있다. 그 랩 안에서 연구만 한 연구원이다 보니 마인드가 똑같다.

우리 연구원들이 저에게 묻는 첫 번째 질문은 “시니어 분들 만나서 연구가 되겠습니까?”였다. 그리고 “왜 만나야 하나요? 그냥 우리가 궁금한 것을 연구하고 개발하면 안 됩니까?”라고 했다.

공과대학에는 교육과정에서 인문 사회학적 훈련은 충분히 받지 못한다. 기술전문가인 자신의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교수님으로부터 교육을 받는다.

제가 리빙랩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공대생일수록 사회학적이고 인문학적인 공부를 하고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리빙랩 같은 과목이 있을 경우 더욱 좋다. 이런 것을 하나의 커리큘럼 안에 넣어 교육을 받고 이러한 마인드를 가지고 졸업을 한다면, 그 사람이 회사 연구소를 가든 국책연구소를 가든,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개발을 하고 서비스를 만들어 낼 때 도움이 될 거다. 이러한 교육 과정을 거치다면 자기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 소비자에게 물어볼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러한 교육 등이 대학에서 진행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리빙랩을 진행하며 가장 힘들었던 건

쉽게 바뀌지 않는 연구원들의 마인드였다.”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R&BD지원센터 정덕영 센터장이 2018년 6월 28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개최된 제6차 리빙랩 플랫폼 좌담회에서 쉽게 바뀌지 않은 연구원들의 마인드가 리빙랩을 진행하는데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저희가 리빙랩을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체계는 다 구축이 됐는데, 우리 연구원들 마인드가 쉽게 안 바뀌는 부분이었다. 이게 가장 힘들었다.

두 번째는 시니어들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 부분이었다. 제가 프로세스를 체계화 시키면서 처음부터 시니어들이 아이디어 회의에 참여시켰다. 시니어분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 함께 개발에 참여할 줄 알았는데 가만히 앉아계셨다. 연구자가 주도해서 이야기 할 것이나, 보고서 등 판단을 해 줄 무언가를 주기를 원했다.

물건이 만들어지면 테스트를 위해 설문지를 준다. 그 설문지 자체도 시니어가 아닌 연구자가 만든 것이다. 저희가 방식을 바꾸어 설문지에 무엇이 필요할지 시니어에게 물어보기 위해 시도를 했는데 어르신들이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한다. 자신들이 주체인데도 불구하고 자꾸 무엇을 달라고 한다.

연구자도 시니어도 보수적이고 타의적인 자세에 젖어 있어 바꾸는 것이 힘이 들었다.

학교에서 이런 점들을 해소시켜주는 교육을 해 준다면 졸업생들이 개발연구에 빠르게 투입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이제는 어르신들도 많이 바뀌셨다. 예를 들어 보행 보조차를 개발한다고 하면, 개발 컨셉을 드리지 않고 “보행 보조차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먼저 묻는다. 그러면 어르신들로부터 “바퀴가 어떻고, 브레이크가 어떻고, 뒤로 넘어질 것 같고” 등 이런 식의 의견들이 나온다. 그럼 그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을 시작한다. 그렇게 컨셉이 바뀌었다.


◇ 김수영 연구관 = 연구개발 쪽에 최종 사용자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한 것인가.


◇ 정덕영 센터장 = 의도한 것은 아닌데 자연히 필요했다.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유지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하려고 하니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리빙랩이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 성지은 연구위원 = 저는 시니어 리빙랩에서 치매 연구를 통해 연구자들이 바뀐 사례가 매우 흥미로웠다.


◇ 정덕영 센터장 = 치매 연구는 랩에서 하는 전형적인 연구 중의 하나이다. 유전자 연구, 약물, 치매 반응 등의 연구를 랩에서 하는데, 저희가 하고자 했던 것은 치매 질환 고령인의 위치 추적 제품이었다. 최근 3년 동안 목걸이형, 밴드형, 방석형 위치 추적기 등이 다양하게 쏟아졌다.

저희에게 한 업체에서 같이 위치 추적 제품을 개발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이 사람들이 제안한 개발 제품이 과연 진짜 액티브 시니어들에게 쓰일 수 있을까 물어보고 싶었다.

업체 사람들과 경도‧중증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액티브 시니어 그룹과 함께 만났다. 일주일 관찰을 했는데, 제품의 디자인부터 컨셉이 모두 바뀌어 버렸다. 위치 추적, 추적 확률, 어디에 착용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첫 번째는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어르신들은 목걸이든 밴드든 착용을 안 하려고 한다. 다 떼어낸다. 그런데 업체 쪽에선 잠금 시스템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목걸이의 경우는 잠김이 아예 되지 않는다. 잠김 시스템이 바뀌니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했다.

업체의 연구자들이 연구를 했던 것들을 백지화시키고 조금씩 처음부터 다시하기로 결정했다.


“치매 환자 제품 개발 연구자들이

한 번도 치매환자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 성지은 연구위원 = 치매 환자를 위한 제품을 연구 개발하는 업체의 연구자들이 한 번도 치매환자를 만나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 분들은 당신들이 연구 개발했던 밴드형, 목걸이형의 치매 환자를 위한 위치 추적 장비들이 현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소위 말해 보건복지, 헬스케어와 관련한 많은 R&D가 ‘누가 쓸 것인지’에 대한 고민없이 연구 개발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 사회 = 성지은 박사님은 두 기관에서 현장에 적용이 가능한 연구를 위한 리빙랩 플랫폼 구축 노력을 곁에서 지켜보셨다. 정책연구자로서 어떤 것을 느꼈는지 말씀 부탁드린다.


◇ 성지은 연구위원 = 방장원 실장님이나 김수영 박사님의 경우에는 연구자 중심의 연구 결과물이 소방 현장에서 쓰이지 못하는 것을 직접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빙랩을 시작한 것이다.

소방 분야는 보수적이고 조직이 바뀌지 않는 부분이 있다. 소방과학연구실은 정말 작은 조직이었는데 이곳에서 리빙랩 플랫폼을 구축하며 나갔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 분들이 준비했던 부분이 출발점이 되어 최근 국방과 경찰 부문까지 리빙랩이 확장되고 있다.

오늘 선생님들께 더 듣고 싶은 것은 리빙랩이 주장하는 바는 어떤 것이고, 리빙랩을 했더니 어떤 효과를 얻었다는 이야기이다.


“좋은 연구 개발품을 구매하려 해도

예산 절차 이유로 2년 가까이 소요

현 공개입찰 체계 내에선 특정 제품 구매 부담”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 방장원 실장이 2018년 6월 28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개최된 제6차 리빙랩 플랫폼 좌담회에서 좋은 연구 결과물이 상용화 되는데 많은 걸림돌이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변화는 분명히 시작 됐다

◇ 방장원 실장 = 리빙랩을 진행할수록 소방과학연구실의 부담은 커진다. 예전에는 과제를 도출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국가연구개발 체계를 따라 출연하고 관리만 하면 됐다.

그런데 연구 개발 시스템에 개입을 하게 되면 거기에 따른 책임이 생긴다. 또한 리빙랩을 통해서 연구를 했다면 연구 결과물인 장비에 대한 구매나 성능을 일부 보증해야 하는 부담감도 생긴다.

소방청에 있는 실무 담당 과장들은 사실 이런 프로세스를 원하지 않는다. 구매는 조달 체계에서 투명한 절차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입찰 방식으로 가야하는데, 연구개발 된 특정 제품을 사는 방식은 현 체계에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도 숙제이다.

리빙랩을 통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국가 예산을 타내기 위한 보여주기식 연구를 줄여 국가 예산을 절약하는 것이다.

소방 리빙랩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노력한지 2년이 조금 넘었다. 지금까지 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우리도 딱히 무엇을 했다고 명확한 답을 내어놓을 수 없다. 나타나지 않는 과정을 정량화 하는 것도 우리가 고민을 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변화는 분명히 시작이 됐다. 여기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한 성과를 구체화하는 것은 앞으로 적어도 2~3년은 더 있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이 일을 하는 우리가 보람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


“연구자가 타 전공자와 교류할 수 있는

마음가짐 길러줄 학교 교육이 필요하다.”


연구자 인식변화 학교 교육에 희망

◇ 정덕영 센터장 = 시니어 리빙랩을 진행해오면서 느꼈던 어려움과 가장 큰 관심사를 함께 말씀드리겠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기술개발을 하는 입장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연구자들의 인식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학교 교육에서의 타 전공 분야와 교류할 수 있는 마인드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기술자들과 연구자들은 대학에서 양성이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자신의 전공분야만 가지고는 불가능하다. 이공계 학생이 다양한 전공분야를 배워서 나오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양한 전공자들과 교류할 수 있고 최종 사용자들과 함께 소통하며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마인드를 학교에서부터 양성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에 한 포럼에 가니 공과대학이 주관이 되어 사회에 대해 학습하고 경험하는 조직을 만든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도 융합적인 부분이 시작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


◇ 방장원 실장 = 이런 교육은 필요하고 굉장히 중요할 거 같다.


“한국 시니어 리빙랩의 확산과

일상 속에서 AI가 노인을 케어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최대 관심사이다.”


▲2018년 6월 28일 세종시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열린 제6차 리빙랩 플랫폼 좌담회에 소방·시니어 분야에서 리빙랩 플랫폼을 구축한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R&BD지원센터 정덕영 센터장,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 김수영 연구관.(사진=이민호 기자)


◇ 정덕영 센터장 = 다음으로 어려운 문제는 사용의 주체가 되는 사람이 먼저 자발적으로 리빙랩에서 내가 주체구나라는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다. 체험관 차원에서 액티브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그런 교육들을 진행하고 있다.

제일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풀 확보를 통한 시니어 리빙랩의 확산이다. 저희 체험관을 넘어 성남시에 있는 노인복지관 등 시니어 관련 기관들과 엮어서 함께 리빙랩을 진행하고 싶어 최근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분당에서 가장 큰 복지관과 최근에 MOU를 체결했다. 복지관 관장님께 저희들이 진행했던 리빙랩을 설명해 드리니 무척 좋아하셨다.

관장님은 웃으면서 “우리 복지관은 성남고령친화체험관보다 어르신들이 더 많이 온다. 우리가 빠지고는 리빙랩을 논할 수 있겠나. 우리 복지관이 리빙랩 활용 1호가 되겠다. 어르신들도 아주 좋아할 것이다”라고 했다.

시니어 리빙랩 앞에 ‘한국’이란 단어를 붙였다. 우리 체험관이 1호라는 호칭은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시니어와 관련된 리빙랩이 보다 많이 만들어져서, 나중에 ‘시니어 리빙랩 데이’도 하고 ‘시니어 리빙랩 네트워크 데이’도 하면 너무나 행복할 것 같다.

두 번째는 4차 산업 혁명과도 관련이 있는데, 시니어의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해서, 일상 속에서 인공지능이 시니어를 케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이루려면 리빙랩이 필수이다. 왜냐하면 리빙랩 안에서 자연스러운 일상의 데이터가 쌓여야하기 때문이다. 그 단계까지 간다면 미래가 정말 행복할 것이다. 현재 보건복지부, 과기부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 과제 따기 위한 도구로 변질되지 않기를,

인증제 도입해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며

효율성 정량화하는 기준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리빙랩을 향한 세 가지 바람

◇ 김수영 연구관 = 무척 많은데 그 중에 중요한 과제 세 가지만 정리해보겠다.

먼저 이 리빙랩이 공무원 조직 안에서 또 하나의 행정적인 절차로 변질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리빙랩의 본질은 최종 수요자의 의견을 반영해서 현장에서 기술이 쓰이는 것이다.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정부 예산을 따내기 위한 포장으로 쓰이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많다.

단적인 예를 들면 연구과제의 중간 결과물을 가져와 소방과학연구실에서 리빙랩 서비스를 조금 받은 다음 “우리는 이제 현장을 적용한 연구입니다”라는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저희 의견을 받고 가서 내용을 고치지 않고, 다시 그대로 가지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소방과학연구실의 의견을 몇 번 받았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는 사용자가 선택을 할 수 있게 유기농 인증 제품과 같은 인증제를 도입했으면 하는 바램과 고민이 있다.

리빙랩은 연구 개발자들의 진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의무화하게 된다면 형식만 쫒아가는 부작용이 생길 것 같다.

지금과 같이 다양한 부처와 기관에서 소방 관련 연구 개발을 하고, 규약이나 법규에 따라 이것은 소방과학연구실에서 나온 리빙랩을 통한 연구 결과물, 저것은 기존의 연구 결과물로 인증을 해 사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리빙랩의 효율성을 측정하는 척도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소방 드론을 개발하시겠다고 오시는 분들, 열 차단 능력이 높은 방화복을 만들어 주겠다고 오시는 분들 등 많은 연구자들이 좋은 의도로 외부에서 찾아오신다.

현장에서 대원들이 뛰어다닐 때 열이 방출이 안돼 탈진해 사망하는 사고까지 날 정도로 소방관들은 열 차단 기능보다 열 방출기능이 더 필요하다. 연구 방향은 이쪽이 좋겠다는 식으로 말씀 드리면 연구자분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돌아가신다.

소방 분야의 연구는 소방청 뿐만 아니라 과기정통부, 산업부 등 타 부처에서도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융합과 협업이 필요하다.

소방과학연구실이 타 부처 연구가 현장과 맞지 않는 사항을 수정해 줌으로써 연구개발 시간과 예산을 절감시켜 주었는데 이 효과를 어떻게 정량적으로 표시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이런 것들이 저희가 풀어야 할 과제이자 문제점들이다,


◇ 방장원 실장 = 김수영 박사가 방금 전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를 이야기했다.

각 부처나 기업체가 와서 리빙랩 자문을 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투입에 대한 성과가 표시가 나지 않는다. 1년 동안 무엇을 했냐고 하면, 딱히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정량화시켜 성과를 표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것 보이게 하기

◇ 정덕영 센터장 = 저희도 같은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저희 체험관은 올해부터 ‘리빙랩을 활용한 기업지원’ 이라는 사업을 공식적으로 업무에 포함시켰다.

체험관에서 몇 건 이상 기업지원을 했을 때 성과를 낸 것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각 팀장들에게는 정량화된 목표가 주어졌다.

체험관 설립의 목적이 기업지원이기 때문에 그 성격에도 맞다.


◇ 방장원 실장 = 저희 소방과학연구실에서도 자구책을 마련해서 타 부처나 기업 지원 업무를 기록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 김수영 연구관이 2018년 6월 28일 세종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개최된 제6회 리빙랩 플랫폼 좌담회에서 소방과학연구실에서 구축한 소방 리빙랩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 김수영 연구관 = 요즘 저희가 리빙랩을 통해 문제해결을 하는 연구개발을 시작하니 경찰과 국방품질원에서도 리빙랩을 하겠다며 움직이고 있다. 그 곳에서도 분명히 이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저희가 많은 고민들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들이 든다.


“플랫폼 역할을 하는 이 분들의 성과는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플랫폼은 훗날 강한 힘을 갖게 된다.”


◇ 성지은 연구위원 = 이 주제는 정책연구자인 저에게도 적용이 되는 이야기이다.

한 번은 어떤 분이 제게 와서 “당신은 리빙랩을 한 것이 아니잖아. 당신이 발로 뛰었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당신들은 당신들이 만든 것은 스스로가 했다고 생각하고, 도와준 것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었다. 사실 정책 연구자는 정책 부문에서 리빙랩의 한 주체로 뛰고 있다.

그리고 리빙랩에서 아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공공-민간(기업)-시민 간의 파트너십(Public-Private- People Partnership)인데 여기에서 정책 연구자들은 공공부문의 한 축이면서 이들을 잇는 코디네이터이자 중요한 활동 주체이다.

여기에 계신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이다. 리빙랩에서 플랫폼 역할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힘들게 해 낸 일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한 번은 ‘나는 왜 이렇게 남의 일만 도와주다가 이런 이야기까지 들어야 할까’라는 생각에 낙담한 적이 있었다.

그 때 STEPI 선배 박사님께서 “리빙랩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갖는 줄 아느냐. 또 플랫폼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갖는 줄 아느냐. 플랫폼은 모든 사람들이 몰려들 수 있는 기반이다”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벨기에 IMEC이 리빙랩 전문기관으로서 플랫폼 역할을 한다. 2016년 iMinds에서 IMEC으로 인수·통합되었는데 기존 IMEC이 가지고 있는 반도체 하드웨어 기술에 iMinds가 가진 소프웨어 부분이 결합한 것이다. 기존 iMinds의 경우 2만 명 이상의 사용자 패널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를 관리하는 전담 팀이 있었다. 현재 IMEC은 리빙랩을 추진하며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나눠주고 있으며, 전 세계의 모든 리빙랩 정보가 이곳에 다 몰리고 있다. 리빙랩 경험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전세계 리빙랩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방 리빙랩과 한국 시니어 리빙랩이 모두 소방과 어르신을 위한 플랫폼이지만 우리 사회는 그동안 한 번도 플랫폼을 주목하지 않았다.

두 기관은 공공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분들이 타 조직에서 수행하는 정부 리빙랩 연구과제에 하나의 선수로 참여해 리빙랩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여를 했지만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인정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오늘 제가 이 세 분을 모시고자 한 것도 바로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이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 부문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계신 이 분들이 플랫폼을 구축하고, 후에는 리빙랩을 통해 만들어진 소방 장비, 시니어 장비 제품을 시험·인증을 하게 된다.

시험·인증이라는 툴을 가지게 되면 또 다른 힘을 갖게 된다. 그런 기반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지금이다. 지금은 그런 고도화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


◇ 사회 = 빛이 나지 않는 곳에서 플랫폼이 되어주며 연구 개발 분야에서 중요한 변화를 만드시는 분들을 모시고 소중한 말씀 잘 들었다. 감사하다.


관련기사 : [리빙랩 플랫폼 좌담회] 플랫폼 씨앗 틔운 소방‧시니어 리빙랩(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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