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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랩 플랫폼 좌담회] 플랫폼 씨앗 틔운 소방·시니어 리빙랩(상)
[리빙랩 플랫폼 좌담회] 플랫폼 씨앗 틔운 소방·시니어 리빙랩(상)
  • 정명곤 기자
  • 승인 2018.07.10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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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기술‧서비스 개발 확산의 메카

소방청 유일 연구조직 소방과학연구실

연구원이 왜 필요하냐고요?

현장의 절박함이 부른 리빙랩

사회에 손 내민 기계 엔지니어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 방장원 실장이 2018년 6월 28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개최된 제6차 리빙랩 플랫폼 좌담회에서 소방 R&D 연구 결과물이 현장에서 쓰이지 못하는 이유와 소방 리빙랩 플랫폼을 구축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앞서 소개한 ‘대학 리빙랩’, ‘지역 리빙랩’, ‘연구자 리빙랩’은 모두 최종 사용자가 연구의 구성원으로 참여해 좋은 결과를 낸 훌륭한 리빙랩 연구였지만 사업이 종료되자 아쉽게도 끝나버렸다. 일회성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이야기는 ‘리빙랩 플랫폼’에 관한 것이다. 리빙랩 운영과 관련된 지식·경험이 축적되고 사용자 조직이 구성되어 지속성을 가지고 자신의 조직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에게 리빙랩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빙랩에 대한 것이다.

리빙랩 플랫폼의 대표적인 사례로 다음 두 조직을 다룬다.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의 소방 리빙랩 사례에선, 긴박한 화재 현장에서 필요한 소방 장비 개발과정에서 자주 나타나는 ‘연구 결과물과 현장의 미스매치’를 극복하고자 리빙랩 플랫폼 구축에 나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R&BD지원센터의 한국 시니어 리빙랩 사례에선, 자신이 가진 첨단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바꿀 수 있다고 자신했던 한 엔지니어가 자신이 만든 장비가 현장에서 쓰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와 속한 기관을 바꾼 이야기를 다룬다.

이 두 기관의 사례는 리빙랩 플랫폼을 꿈꾸는 리빙랩 연구기관들의 이정표 역할을 충분히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2018년 6월 28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개최된 리빙랩 플랫폼 좌담회에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 방장원 실장, 김수영 연구관,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R&BD지원센터 정덕영 센터장, STEPI 성지은 연구위원이 자리했다.

리빙랩 플랫폼 구축의 주역들에게 추진 내용과 어려움, 앞으로 나아갈 바에 대해 물었다.


“소방 리빙랩과 한국 시니어 리빙랩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리빙랩 플랫폼 유형이기 때문이다.”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이 2018년 6월 28일 세종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개최된 제6차 리빙랩 플랫폼 좌담회에서 소방 리빙랩과 한국 시니어 리빙랩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리빙랩 플랫폼 구축의 주역 4인 4색

◇ 사회 = 오늘 자리는 여섯 번째를 맞는 ‘리빙랩 좌담회’ 자리이다. 이 자리에는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 방장원 실장님, 김수영 연구관님,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R&BD지원센터 정덕영 센터장님이 와계신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성지은 연구위원님이 이 분들을 모신 취지가 궁금하다.


◇ 성지은 연구위원 = 지난 5월 2일 한양대에서 열린 ‘연구자 리빙랩 좌담회’를 마친 이후 이번 ‘리빙랩 플랫폼 좌담회’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오늘 모신 분들은 릴레이 좌담회를 기획하는 초기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다.

오늘 소개하는 두 기관의 리빙랩에는 이야기가 있다.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R&BD지원센터의 한국 시니어 리빙랩은 연구가 어떻게 현장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덕영 센터장님은 첨단 연구를 하시는 엔지니어이다. 이 분에게는 한국 시니어 리빙랩을 운영하면서 연구자 중심의 연구에서, 최종 사용자의 의견을 연구 기획부터 검증 단계까지 반영하는 연구로 전환하게 된 중요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의 방장원 실장님과 김수영 연구관님은 다른 리빙랩 행사에서 사례 발표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상당한 감동을 받았다.

구미 불산 유출사고 시 극도로 위험한 순간에 열악한 소방 장비를 착용한 대원들을 현장에 투입 시킬 수밖에 없었던 방장원 실장님의 깊은 고민들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소방 장비 R&D 사업 결과물이 정작 현장에 맞지 않아 쓸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분들이 리빙랩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상황에 공감 할 수 있었다.

평소 존경하는 분들인데 오늘 세 분을 모시고 좌담회를 진행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오늘 좌담회를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두 기관의 리빙랩 형태가 플랫폼이란 점에 있다.

대부분의 리빙랩이 단발성 정부 R&D 과제로 진행되어 온 것과 달리, 오늘 소개될 두 리빙랩 사례는 각각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연구를 하면서 축적된 시설, 장비, 경험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구축하며 진화를 하고 있다는 특성이 있다. 이제는 다른 연구조직이 리빙랩 운영을 의뢰하면 리빙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했다.

오늘 이 자리를 세 단어로 요약한다면 ‘리빙랩 플랫폼 좌담회’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분들이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면서 경험한 생생한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에 자리를 마련했다.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역할은

시니어 관련 기술‧서비스 개발과 확산"


◇ 사회 = 두 기관의 소개를 부탁드린다.


◇ 정덕영 센터장 =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은 2007년 당시 지식경제부가 액티브 시니어 사업 등 고령자와 관련한 분야를 산업의 블루오션으로 보고, 이와 관련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3년간 진행된 체험관 구축 사업을 통해 건립됐다.

체험관은 고령친화 관련 연구기반을 구축했다. 3년간의 국가사업이 끝나면서 당시 지자체로 참여했던 성남시가 대지와 건물을 제공하여 체험관이 본격적으로 개관을 했다.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고령친화 산업과 관련된 기술과 서비스 개발이다.

두 번째 역할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고령친화 기술과 서비스를 확산시키고, 관련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생길 수 있도록 견인하는 것이다.

체험관은 ‘R&BD센터’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와 사업화 기술개발을 위한 ‘사용성평가지원센터’, 고령자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마케팅하고 홍보해 줄 수 있는 ‘전시체험센터’ 이렇게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R&BD센터’는 한국 시니어 리빙랩을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사용성평가지원센터’와 ‘전시체험센터’가 이를 지원해 주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 김수영 연구관이 2018년 6월 28일 세종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개최된 제6회 리빙랩 플랫폼 좌담회에서 소방과학연구실의 역할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소방청 내 유일한 연구조직, 소방과학연구실

◇ 김수영 연구관 =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은 소방청 안의 유일한 연구조직이며, 연구개발을 통한 소방관들의 현장 활동을 지원 하는 것이 목적이다.

소방관의 현장 활동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화재 진압만을 생각할 수 있는데 구급 활동, 구조 활동, 벌집제거와 같은 생활 안전까지 범주에 들어간다. 이런 이유로 연구 범위가 상당히 넓다.

저희 조직은 소방청 산하 중앙소방학교의 과단위인 소방과학연구실로 있었는데, 연구실 직원들의 노력으로 연구원이라는 조직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소방과학연구실은 리빙랩 연구원을 포함해 총 32명의 직원들이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소방과학연구실을 어떻게 연구원으로 확장해 성장시킬 것인가 논의하기 위해 자문단을 구성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TRL 9단계 기술을 신속히 끌어내기 위해

리빙랩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겐 당장 현장에 투입될 장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연구원이 왜 필요하냐고요?

◇ 방장원 실장 = 일반적으로 정부 부처의 경우 특정 목표와 고유의 업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소방과학연구실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소방의 역할은 건물 화재 예방을 위한 시설 예방, 설치, 위험물 안전관리, 화학물질 안전관리, 화재 진압, 구조, 구급 등을 총 망라한다.

과 단위로 존재하는 소방과학연구실을 연구원으로 확장하고 구성하기 위해 기재부와 행안부를 찾았더니 연구원이 왜 필요하냐고 물었다.

소방이 담당하고 있는 많은 역할 중 한 가지만 제시해도 연구원을 만들고도 남을 이유가 나온다.

한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 구급대원들의 1년 출동 건수는 300만 건이다. 30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긴박한 상황에서 소방 구급대원의 혜택을 보고 있다. 구급 한 분야만 보더라도 소방청이 연구소 기능을 가져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국민들이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안전하게 생활하고, 위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고통으로부터 최대한 빨리 해방시키는 일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이런 부분을 기재부와 행안부에 이야기하고 있다.

소방 현장에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들 중에는 시급히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많다. 이 문제들은 국가연구개발체계에서 TRL(기술성숙도) 6단계가 아닌 9단계 상용화 단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9단계를 신속하게 끌어내기 위해 리빙랩을 할 수 밖에 없다. 당장 우리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임을 질 수 있는 기관과 연구를 진행하고

대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설계-개발-검증을 직접 하자.

그래야 현장에 맞는 장비를 개발하고 쓸 수 있다."


▲2018년 6월 28일 세종시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열린 제6차 리빙랩 플랫폼 좌담회에 소방·시니어 분야에서 리빙랩 플랫폼을 구축한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 방장원 실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성지은 연구위원(사진=이민호 기자)


현장의 절박함이 부른 리빙랩

◇ 사회 = 두 기관에서 리빙랩을 진행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 방장원 실장 = 현장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소방장비 중 우리가 개발한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소방장비 개발과 관련된 연구개발은 정부 각 부처 및 출연연구기관에서 주로 하는데, 사실 개발을 위한 개발이 진행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기관에선 소방 기관이나 소방관들의 의견을 듣고 만들었다고 하지만, 현장에 사용할 수 없어 창고에 쌓여 있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개발된 소방 로봇이 화재 현장에서 일정한 거리를 가다가 멈췄다. 로봇이 소방관들이 원하는 위치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화재 현장과 같은 엄혹한 환경에서는 원격 유도장치가 작동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연구에 몇 십억이 투입된 비싼 장비라고 하니 사용하다 고장이 날 경우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로봇 개발 업체들이 연구 과제 종료 후 폐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고장이 나거나 하자가 발견되어도 수리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장과 괴리된 기술개발의 문제점들을 우리가 직접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2016년부터 리빙랩을 시작하게 됐다.

책임성을 갖고 있는 기관들과 협업해 연구를 진행하고, 연구에 소방대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반영되며, 설계부터 연구 개발, 검증까지 우리가 직접 하자. 그래야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할 수 있고, 그 장비를 우리가 받아 쓸 수 있을 것이란 판단 하에 진행됐다.

2012년에 구미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있었다. 피해가 굉장히 컸다. 오후 3시 40분쯤 사고가 발생했는데 최종 수습은 저녁 10시 30분쯤 했다. 당시 저는 중앙구조본부 국제구조대 팀장과 유해화학물질 화생방 팀장을 겸직하고 있었다. 사고수습을 지원하기 위해 소방청에서 중앙구조본부에 출동지령을 내렸다. 헬리콥터를 타고 10명의 대원들과 함께 구미로 내려갔다.

처음에는 폭발사고라고 전달을 받았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았다. 탱크가 폭발했으면 순식간에 불산이 증발해 버리고 끝난다. 그런데 몇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불산이 나온다는 것은 누출이 분명하다. 잠정적으로 화재 원인을 누출로 결론을 내고 현장에 대한 수색을 시작했다. 사태 파악은 어려웠는데 수습은 단 1초 만에 끝났다. 현장에 가서 보니 밸브가 열려 있었는데 잠그자 끝났다. 현장 수색을 소방에 적합한 드론이나 첨단 장비를 활용해 재빨리 파악했다면 피해가 그렇게 크지 않고 빨리 수습이 됐을 것이다.

소방대원이 등에 짊어진 공기호흡기의 사용 가능 시간은 통상 50분이다. 대원들은 화재 진압 현장에 공기호흡기를 착용하고 그 위에 화생방 보호구를 입은 둔한 복장으로 투입이 되는데, 작업을 하고 안전하게 탈출하려면, 실질적으로 20분 내에 작전을 마쳐야 한다.

대원들의 공기가 떨어질까 봐 무척 고민을 했다. 무전을 하면서 공기 잔량이 얼마나 남았는지부터 확인했다. 총 네 번 투입했는데, 첫 번째 투입은 15분 만에 철수시켰다. 두 번째는 20분, 세 번째에 수습이 완료됐다.

보다 넓은 현장에선 대원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공기를 더 오래 써야 하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하며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았다.

그게 제가 리빙랩을 생각하게 된 시초였던 것 같다.

제일 먼저 독일제 산소호흡기가 눈에 들어왔다. 산소를 순환해 필터링시키면서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세 시간 반에서 네 시간 동안 호흡이 가능했다. 이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활용하고자 했다. 그런데 대원들이 사용을 꺼려했다.

이 산소호흡기는 오래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치명적인 단점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단점은 장비를 사용하고 50~60분이 지나면 공기가 뜨거워진다는 점이다. 화학사고 현장에서 방호복 내 온도가 섭씨 40도 가까이 오르는데 여기에 뜨거운 공기가 대원들의 폐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두 번째 단점은 활동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공기 호흡기는 내쉰 공기가 밖으로 배출된다. 뒤에 배출구가 있어서 부풀어 오르면서 활동성이 좋아지는데, 산소 호흡기는 폐쇄형으로 공기를 배출하지 않는다. 고무로 된 보호복이 몸에 달라붙어 활동이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로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공기 호흡기의 용량을 늘리는 연구를 리빙랩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 성지은 연구위원 = 위험하게 전개된 화재 현장에 부대원을 투입해야할지 말지 고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울컥했다. 그 이야기를 들려 달라.


◇ 방장원 실장 = 농도가 짙은 불산은 아주 잠깐만 노출이 되어도 생명이 위험하다. 불산 가스가 하얗게 보일 정도라면 잠깐의 노출만으로도 폐가 완전히 망가진다. 그런 이유로 대원들의 안전사고를 우려해 고민했던 것이다.

그 때 대원들에게 들어갈 사람은 거수하라고 하자 현장에 있던 20여명 전원이 자진해서 들어가겠다고 해 무척 고마웠다.

당시에 대원들이 패닉에 빠질 수도 있었다. 현장 투입 시 대원들의 특성과 현재의 상태를 면밀히 살핀다. 눈동자를 보면 알 수 있다. 투입했을 경우 불안요소가 있다고 판단이 되는 대원은 뺀다. 잘못하면 그 즉시 사망하기 때문이다. 소방관들은 늘 그런 위험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심각할 정도로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만든 시니어 첨단 제품이 왜 안 쓰일까

그렇다면 내 역할은 무엇일까 고민에 빠졌다.”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R&BD지원센터 정덕영 센터장이 2018년 6월 28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개최된 제6차 리빙랩 플랫폼 좌담회에서 엔지니어로서 현장에서 쓰이지 않았던 자신의 개발품에 대한 반성과 이후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사회에 손 내민 기계 엔지니어

◇ 정덕영 센터장 = 나는 엔지니어이고 지속적으로 고령자 기술을 개발해 오면서 내가 만든 기술이 고령자에게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다. 그래서 고령자 활동 보조기구 등에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국가 R&D를 많이 수행했다.

누워있는 상태의 노인을 일으켜 좌석에 앉혀 자동으로 갈 수 있는 휠체어, 첨단 지팡이 등 여러 가지를 만들어 봤는데 현장에서 쓰이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연구자로서 기술개발이라는 중요한 역할은 수행해 왔다. 제품을 개발하고 만드는 것까지 했는데 그 뒤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만든 것이 왜 안 쓰일까라는 첫 번째 의문을 가졌다. 두 번째는 그렇다면 내 역할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고령사회 문제를 내 전공을 활용해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갈수록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고령사회 문제 중 치매, 우울증, 자살 등의 해결책을 찾는 모임에서 우연히 다른 전공자들과 만나게 됐다.

저는 기계 엔지니어로서 모임에 참여를 했다. 철학과 교수님, 심리학과 교수님, 사회복지학과 교수님 등 많은 분들이 오셨다. 저는 엔지니어라서 딱히 이야기하기가 애매해 다른 교수님들의 말씀을 계속 듣고 있었다.

제가 고령사회 관련 연구 기술 개발에서 안 풀렸던 부분들을 다른 전공 교수님들이 이야기하고 있어서 놀랬다.

고령자의 고독사나 자살을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려고 한다면, 엔지니어인 우리는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생각한다. 그리고 해결책으로 노인과 대화할 수 있는 로봇이나 장난감, 어플리케이션을 제시한다.

그런데 심리학과 교수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고령자의 심리나 환경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 개발은 1%이고 나머지 99%는 다른 곳에서 온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부터 적극적으로 다른 전공 분야에 계신 전문가들을 만나기 의견을 듣고 묻기 시작했다.

한 분이 “체험관에 어르신들이 많이 오는 데 당신이 개발한 물건들이 왜 실패 했는지 물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언을 해주셨다.

어르신들께 환자를 기립시켜서 앉혀 자동으로 움직이는 휠체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묻자 크게 웃으시면서 “우린 이런 제품은 안 써”라고 했다. 고령자들이 나이가 들고 누워 지내는 환자가 될 경우, 일어나면 어지럼증이 오기 때문에 이런 물건은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국가 예산이 엄청나게 들어간 연구였는데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했던 것이었다.

한 번은 심리학과 교수님께 노인을 따라다니며 말을 걸어주는 로봇인 디지털 컴패니언(Digital companian)에 대해 물었다. 우리 엔지니어가 연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장애물을 회피하며 따라다니는 기술이었다.

교수님은 이 로봇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노인이 얼마나 고독한지 측정하는 기술이라고 했다. 고독의 정도는 알아내기 위해선 얼굴 근육의 변화, 언어 습관, 행동 등을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어르신들에게 말을 걸어주는 로봇이 개발이 되면 쓰시겠냐고 물었다. 어르신들은 귀찮고 정이 없어서 쓰지 않겠다고 하셨다. 또 집 구조가 로봇이 노인을 따라다니기 힘든 구조였다.

말씀을 들으면서 다음부터 개발할 때에는 어르신들 몇 분을 모셔다가 의견을 들으면서 같이 연구를 진행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리빙랩 기사를 보았고 ‘이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성지은 박사님을 찾아가 자문을 구하게 됐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리빙랩이 맞냐고 물으니 박사님은 맞다고 말씀하셨다. 자세히 알아보니 리빙랩의 종류가 무척 많았다. 그 사례들과 똑같은 것을 만들려고 하니까 잘 되지 않았다.

리빙랩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며, 리빙랩이란 자신이 있는 공간, 자기가 생활하는 환경 안에서 최대한 인적 물적 자원들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보통 랩에선 연구 결과물이 나오고 체험자 자격으로 소수의 어르신을 모셔 연구를 진행한다.

체험관의 환경을 살펴보니 한 달에 5~6천 명의 어르신들이 자유롭게 놀러왔다. 어르신들은 1, 2층에 위치한 커뮤니티도 방문하고, 교육도 받고, 건강 채혈도 하고, 운동도 하고 있었다. 체험관 3층에는 고령친화 연구개발을 하는 입주기업도 있고, 우리 랩도 있고 연구원들도 있었다.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생산자와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 그리고 연구자가 한 공간에 모두 모여 있었다.

리빙랩을 운영하기 전까지는 연구 주체들이 한 곳에 모두 왔다가 각자 자신의 일만 보고 흩어지는 형태였다. 어르신들은 와서 놀다가 가고, 입주 기업들은 비즈니스를 한다고 바쁘고, 연구자들은 어두운 실험실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연구하고 있었다.

세 연구 주체를 묶은 플랫폼 형태를 리빙랩 이론에서 발견했다. 그 때부터 어르신들하고 기업들이 만나는 자리를 많이 만들었다.

처음에는 잘 안됐다. 이후에는 고령자를 위한 제품을 연구 개발하는데 도와주실 어르신을 모집한다고 공고를 냈다가 ‘불러다가 이상한 짓 하는 것 아니냐’라며 욕을 많이 들었다.


“자발적 참여 시니어 200명

정년퇴임 관련 전공자 20명

동반 협력기업체 183개

연구자들이 모인 플랫폼을 만들었다.”


▲2018년 6월 28일 세종시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열린 제6차 리빙랩 플랫폼 좌담회에 소방·시니어 분야에서 리빙랩 플랫폼을 구축한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R&BD지원센터 정덕영 센터장,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 김수영 연구관.(사진=이민호 기자)


지금은 시니어분들중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시는 분 200명, 정년퇴임을 하신 분들 중에서 관련 전공을 가지신 분들 20명, 동반 협력기업이라고 해서 제품을 만들어 줄 수 있는 183개 업체, 그리고 우리 연구자들이 모여 연구자 플랫폼을 만들게 됐다.

연구자 플랫폼을 만든 이유는 탑다운 방식의 연구자들의 오만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였다. 대부분의 기업 사장님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로 비즈니스를 하면 성공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다른 산업 분야에선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의 경우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탑다운 방식으로 나온 아이디어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많은 사례를 경험하며 알게 됐다.

한 번은 한 벤처기업 담당자가 첨단기술이 집약된 지팡이를 들고 찾아왔다. 지팡이에는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GPS, 손잡이를 잡기만 해도 작동하는 체지방 측정 기능, 100m 까지 환히 비춰주는 LED 램프, 전방의 장애물을 알려주는 초음파 발생기까지 장착되어 있었다.

저희 연구자들도 산업부도 이 첨단 지팡이를 높게 평가했고 맘에 들어 했다. 행사장에서 전시하기에도 좋고 기능도 매우 훌륭했다. 어르신들의 반응도 당연히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르신들은 시연 해보기도 전에 “이거 아니야”라고 말씀하셨다.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이유를 알아보니 첫 번째로 어르신들은 이 지팡이를 잡을 수 없었다. 나이가 들게 되면 근육이 퇴화되고 관절염 등 질환이 생기면서 지팡이를 잡는 힘과 범위가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첨단 지팡이는 개발 단계에서 고령자가 지팡이를 잡는 부분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결국 중국에서 지팡이 손잡이 부품을 가져와 칩만 넣어 결합했다.

두 번째 이유는 어르신들이 들고 다니기에 디자인이 너무 튀었다. 어르신들은 “이런 거 부끄럽게 어떻게 들고 다녀”라고 말씀하셨다. 모양이 기술에만 맞춰져 있다 보니 발생한 문제였다.

LED가 장착돼 100m 앞도 비출 수 있다고 설명을 드렸더니 “시골은 저녁 8시면 자는데, 차라리 방에 어디다 해주면 안 되겠나”라고 하셨다.

어르신들은 지팡이가 지닌 기술에 대해선 호감을 보였지만 ‘결국 우리가 못 쓰는 도구’라는 결론을 내렸다.


◇ 방장원 실장 = 어르신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팡이를 보완했는데도 반응이 안 좋았나?


◇ 정덕영 센터장 = 개선을 시도하다 보니 비용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업체가 연구의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개발하는 시간, 투여해야 할 비용 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금 여유가 있는 큰 기업이었다면 1, 2억 비용을 더 투입해 전면적으로 개량을 했을 터인데, 영세한 작은 기업이어서 그럴 여유는 없었다. 결국 첨단 기술들은 빼고 LED와 몇 개의 기술을 탑재해 진행했다.


기사는 <[리빙랩 플랫폼 좌담회] 플랫폼 씨앗 틔운 소방‧시니어 리빙랩(하)>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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