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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청년 TLO 육성사업이 잘못된 5가지 이유
  • 정명곤 기자
  • 승인 2018.06.0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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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95% 간접비 5% 관리 예산 전무

대학생 일자리 사업 주체 대학 아닌 산단?

TLO 업무 가중, 기술이전 역량 저해

1년에 4천명 ‧ 취업률 70% 무리한 목표

공청회 없는 사업… 현장 의견 반영 없어
 

▲지난 4일 한국연구재단에서 열린 2018년 청년 TLO 육성사업 설명회에서 전국에서 모인 산학협력단 관계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과기정통부가 이공계 학‧석사 졸업생 4,000명을 청년 TLO(대학기술이전조직) 전문가로 육성해 70% 이상 취업시킨다는 내용의 <청년 TLO 육성사업>을 지난달 28일 공고하고 4일 한국연구재단에서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 참석한 산학협력단(이하 산단) 관계자들은 부처가 시범사업에서 도출된 문제를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됐다며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산단 관계자들은 사업 예산의 95%가 청년 TLO의 인건비로, 나머지 5%가 간접비로 책정됐다며, 지원 조직 운영에 대한 예산이 거의 전무한 무리한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올 해 일자리 추경예산으로 신규 추진되는 <청년 TLO 육성사업>은 일자리 창출과 대학의 기술이전 전담인력 부족 해소라는 목적을 내세우며 출발 했지만 ▲무리한 목표 설정 ▲편향된 예산 배분 ▲일방적 재정 부담 ▲사업 주체 설정 미스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일방향 사업 진행으로 산단 TLO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반쪽짜리 사업이 되어버렸다는 평이다.

<청년 TLO 육성사업>이 잘못된 이유 5가지를 짚어보았다.

 

첫 째, 사업 관리 조직 할당 예산 전무

산단은 교육기관이 아닌 특성상 피 교육자에 대한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고, 직원들 역시 트레이닝 되어 있지 않다. 이런 이유로 산단이 <청년 TLO 육성사업>을 이행하기 위해선 직무교육 프로그램 마련, 외부 자원 인건비, 연구실 매칭, 기업 매칭 등에 사용 될 예산과 관리 지원 조직의 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2018년도 6개월 간 지원되는 사업의 예산 내역을 살펴보면, 총 예산은 466억 9,600만 원으로, 95%에 해당하는 444억 7,200만 원이 청년 TLO 4000명의 인건비이고, 나머지 5%에 해당하는 22억 2,400만 원이 간접비이다.

사업을 수행하는 산단은 총 50개이며, 한 개 산단에 지원되는 간접비는 약 4,000만 원이다. 한 달에 700만 원 남짓한 예산으로 80명의 청년 TLO를 교육 시킬 장소, 사무실, 책상 및 PC 등 기자재, 현장 출장비, 장애인 고용부담금, 외부 강사 초청비 등을 충당하라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해 산단이 청년TLO에 제공되는 인건비 외의 제반 비용을 알아서 만들어 내라는 이야기이다.

 

둘 째, 사업 수행 주체의 설정이 잘못됐다.

예산의 출처가 일자리 추경예산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사업의 본질은 이‧공계 대학생들의 취업이다. 재학생들의 취업을 담당하고 지원하는 부서는 대학에 소속되어 있고, 학생의 취업률은 정부가 대학을 평가하는 데 주요 지표로 활용할 정도로 대학의 고유 업무화 되어 있다.

과기정통부는 일자리 창출이 본질인 <청년 TLO 육성사업>의 수행 주체를 대학이 아닌 산단으로 지정했다. 이에 산단은 인력 부족과 과다한 업무분장으로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술이전‧사업화 부서를 대학생 취업지원에 다시 내몰아야 할 입장에 처했다. 대학과 산단은 수입과 지출이 엄격히 분리된 독립된 법인이다.

혹자는 사업의 목적이 일자리 창출뿐이 아닌, TLO 인력의 보완이란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산단이 사업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가 사업주체인 TLO에 적절한 사업 수행 예산과 지원을 한다면 이 주장이 맞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재 부처의 결정을 비추어 볼 때, 이 사업은 산단 TLO 지원 사업이 아닌 산단 TLO를 활용한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오히려 일방적으로 TLO에 부담을 강요하는 기술이전‧사업화 역량 약화 사업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산단입장에서 매칭 펀드가 부담이 된다면 사업을 수주하지 않으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산단의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을 신청해야만 할 처지에 있다.

산단의 최고 결정권자인 산학협력단장은 대학본부에 소속된 부총장이며, 대학본부와 고용계약을 맺고 있는 교수이다. 대학의 입장에선 취업률이 정부재정지원사업을 좌지우지 하는 대학평가의 주요지표이기 때문에 이 사업에 관심이 많다. 따라서 부총장인 산단장에게 <청년 TLO 육성사업> 수주에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할 것이 자명하다.

 

▲지난 4일 한국연구재단에서 열린 2018년 청년 TLO 육성사업 설명회 전경.(사진=이민호 기자)


셋 째, 산단 TLO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

선도대학 산단이라고 불리는 상위 20여개 산단의 TLO 인력 규모는 평균 7.1명이다. 이 인원마저도 정부 지원 사업 수주 유무에 따라 변동이 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다. 더군다나 이 사업의 실질적인 타겟인 지역 대학 산단의 경우 TLO 전담인력은 1~2명에 불과하다.

상위 20개 산단에 포함되는 대학의 학생들은 이 사업의 매칭 대상인 중소기업 등으로의 취업을 꺼려하고, 굳이 이 사업이 아니더라도 취업에 성공 할 확률이 높다. 실질적으로 이 사업이 적용 가능한 산단은 지역중심 대학의 산단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분장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TLO에 본연의 업무를 유지한 채 80명의 학생들을 직무교육하고 관리하며, 인사행정까지 책임지라고 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주관 부처가 예산 지원 없이 4,000명의 학생 직무교육과 70% 취업률이라는 높은 목표치를 제시하며 일방적으로 산단을 압박한다면, 이는 현실을 무시한 사업이며 기술이전·기술사업화 역량을 떨어뜨리는 사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넷 째, 감액된 예산 무리한 목표 설정

30분 동안 진행된 사업 설명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문장는 "채용률 70%를 달성"이었다. 이는 대학 산단에 주는 미션이며 반드시 달성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TLO에게 80명의 졸업예정자를 2~3주 교육을 시켜 기술이전을 할 수 있는 인력으로 육성하라고 했다. 육성된 청년 TLO가 본인이 속한 연구소의 기술을 기업에 이전을 하고, 관련한 회사로 70% 이상 취업시키라는 무리한 임무를 맡겼다.

단순 기능직이 아닌 기술을 이전하는 전문가를 2~3주 직무교육으로 육성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짧은 기간 내에 취업률 70% 달성이란 목표도 무리수로 보인다.

이 모든 것을 사업 수행 예산 지원 없이 추진하라고 했다.

앞서 과기정통부가 기재부에 요구했던 예산은 1년에 1,000억 원, 사업 기간인 3년간 총 3,000억 원 규모였다. 기재부에서 사업 예산은 1년에 약 467억 원으로 반 이상이 감액 되었으나, 과기정통부는 목표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 운영·관리 예산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과기정통부는 예산 규모에 맞게 청년 TLO 교육생 4,000명의 수를 적절하게 축소하고, 전체 예산 중 학생 인건비와 운영·관리 예산을 적정하게 분배하는 것이 옳다. 매칭펀드를 염두해 두었다면 대학이 산단에 의무적으로 매칭펀딩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했다.

 

다섯 째, 공청회 없는 일방적인 사업

본 사업에 앞서 운영된 시범사업에선 청년 TLO를 교육하고 지원할 별도 조직 구성의 필요성과, 학생 인건비 외에 사업을 운영할 조직에 대한 예산 할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

이후 공개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인 공청회는 생략됐고, 공고가 나갔으며, 설명회가 이루어졌다.

이를 반영하듯 설명회의 분위기는 공청회장이나 다름 없었다. 30분 남짓한 사업설명에 이은 질의응답은 세 배가 넘는 한 시간 반 가량 진행됐다. 산단 관계자들의 불만이 얼마나 높았는지 옅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설명회에선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산단이 80명의 청년 TLO와 고용계약을 맺을 경우 약 2,000 여 만원에 달하는 장애인 고용부담금 과태료를 부담해야한다는 이슈가 다루어졌다.

이와 관련해 설명회 주최 측은 고용노동부와 협의해보겠다고 했지만, 당장 8월부터 시작되는 사업에 적용이 될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과기정통부,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이 3년에 걸쳐 진행하는 <청년 TLO 육성사업>은 핸들링이 부족한 사업으로 평가 받으며 첫 단추를 꿰었다.

사업의 수요는 분명히 있다.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연구개발 컨설팅 회사, 기술이전을 받는 중소기업 등은 청년 TLO로 육성된 이·공계 인재들을 필요로 한다.

이 사업이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청년 일자리 창출’과 ‘부족한 TLO 인원 보완’이란 두 가지 목적을 함께 이루려한다면 예산에 맞게 4,000명이란 사업 지원 대상 학생 목표 수를 하향 조절하고, 이를 수행할 관리 지원 조직에 대한 예산 지원을 재배정 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학과 산단이 매칭펀드를 함께 마련할 수 있는 장치를 의무화 해야한다.

그동안 정부가 지원해 주었으니 이번에는 산단이 돈을 내고, TLO 인원으로 어떻게든 미션을 완수하라는 식으로 추진된다면, 이 사업은 대학의 기술이전·사업화의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
 

정명곤 기자  mkchoung@sanha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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