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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리빙랩 좌담회] 현장 연구자가 말하는 리빙랩(하)
  • 정명곤 기자
  • 승인 2018.05.2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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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자 타겟형 연구를 위해 리빙랩 필요

연구자의 역할은 모더레이터

테스트베드와 실증사업 리빙랩과 다르다

이 연구는 내게 인생연구였다

아! 교수님, 정말 보람된 연구예요
 

▲성태현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가 2018년 5월 2일 서울 한양대학교 HIT관에서 개최된 제5회 리빙랩 좌담회에서 응용 연구의 방법론으로서 리빙랩의 유용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응용 연구자가 리빙랩을 해야 하는 이유

◇ 성태현 교수 = 감성지수가 높은 사람이 창의력이 높다. 공감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현장과의 공감, 가족과의 공감, 학생들과의 공감, 연구자와의 공감부터 시작을 하는 것이다. 많은 리더들이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자신의 생각만을 쏟아 붓지 구성원들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우리 연구실 학생들에게는 공감하면서 일 하는 것을 가장 주안점으로 두고 있다. 이것이 디자인 씽킹의 첫 발이다. 그것이 연구에서는 리빙랩 개념으로부터 시작하게 된다.

연구자가 왜 리빙랩을 해야 하는지 말씀 드리겠다.

일반적으로 연구자가 연구 결과를 내서 달성한 목표 값에 대해 공인확인서를 받고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면, 할 일을 다 했다고 한다. 그런데 리빙랩은 연구 결과는 공인확인서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수요자와 현장의 만족도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우리 연구실의 안전장비의 경우와 이 교수 연구실에서의 작업복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야간 작업자들의 작업복에 LED 램프를 달아서 밝게 했다. 처음에는 시인성을 염두에 두어 굉장히 밝게 했다. 그랬더니 작업자들이 눈이 부시다고 했다. 눈이 부시지 않으면서 시인성을 좋게 하는 것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했다. 그래서 램프가 눈에 가려지게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뜨겁다고 했다. 온도를 측정해 보니 실제 온도는 높지 않았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밝으면 뜨겁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용자의 감정까지 고려를 해야 한다.

작업복을 방수처리 한다고 해서 조금 뻣뻣한 소재를 사용했다. 작업자들이 이 무거운 것을 어떻게 입느냐며 불만을 말했다. 물리적으로는 기존 작업복 보다 무게를 더 줄였지만, 촉각때문에 더 무겁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부드러우면서 방수가 되는 소재로 변경해야 했다.

주머니가 없어서 불편하다고 해서 주머니를 만들었더니, 일부 사람들이 작업복에 주머니를 만드는 몰상식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어디에다 맞춰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또 사용자는 작업하느라 지쳐있어 설문에 답하기 싫어한다. 밤에 작업자들이 개발한 작업복을 입고 있어야 하는데 입다가 곧 벗어버린다. 그러면 쫓아다니며 착용을 부탁드린다. 왜 안 입는지 그 자리에서 묻고 그 자리에서 듣는다. 이러한 작업들이 연구실에서는 해보지 않은 일들이다.

각 연구실에서 지니고 있는 ‘보유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현장을 찾는 방식의 연구를 하게 되면 현실과 괴리가 생긴다. 그래서 우리 랩에서 항상 중요시 여기는 것이 파이널 프로덕트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현장과 공감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최종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우리가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필요한 기술이라면 연구방향을 그 방향으로 수정해서 획득해야 한다.

저는 학생들에게 스나이퍼(저격수) 사례를 들려준다. 훌륭한 기량을 가진 스나이퍼가 좋은 총을 가지고 있는데, 눈을 가리고 사격하는 어이없는 상황에 대해서다. 총이 좋다는 것은 보유 기술이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눈을 가리면 타겟이 안 보인다. 문제를 풀려면 눈가리개를 풀고 타겟을 정조준해야 한다. 현장에서 공감을 통해 필요기술을 파악하며 최종 타겟을 확인하면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수요자 타겟형이라고 흔히 말하는데, 실제 수요자를 타겟팅하고 연구하라는 것이다. 보유기술 중심으로 연구하는 것과 현장 필요기술 중심으로 연구하는 것은 나중에 큰 차이가 있다.

타겟이 있고 그 타겟이 있는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을 필요기술이라 한다. 보유기술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다. 우리 실험실에서 보유 기술은 항상 바뀔 수 있다. 새로운 타겟이 만들어지면 새로운 필요기술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수요자 타겟형의 연구를 하는 것, 그것이 리빙랩이며 우리 연구팀의 지향점이다. 그것이 나중에 보유기술이 된다.

◇ 임태호 교수 = 저희도 리빙랩을 활용해 소독기계를 제품화할 때 이를 사용하는 업체 측의 요구에 따라 모양, 크기, 형태 등을 수정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등에 매는 형태를 생각했는데, 끌고 다니는 형태로 변했다. 크기도 개인 차량에 넣을 수 있는 크기가 되어야만 한다고 하여 그렇게 수정했다. 전기 줄은 청소기와 같이 줄이 말아져 들어가거나 뺄 수 있는 형태로 만들고, 길이는 5m~7m, 어떤 업체에선 10m까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분사거리는 위로 들었을 때 최소한 2m 정도는 뿜어져야 충분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분들로부터 들었던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소독기계를 본인 키 기준으로 어깨 높이 수준에서 뿜어서 천정 모서리까지 분사되어야 실제로 소독하는 데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업체 분들과 대화 전에, 분사거리는 가까운 거리는 0.5m에서 1m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분의 요구처럼 벽의 모서리까지 소독 기체가 도달하려면 분사거리가 2m는 되어야 했다. 그리고 45도 이상 각도로 분사기가 올라가야하는데 소독액이 흐르면 안 되었다. 압력과 사이즈를 조절하고, 인터뷰를 할 때마다 계속 수정했다.

소독기를 사용하시는 여사님들께서 기계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무서워했다. 안전상에는 문제가 없지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기 위해 기계 안으로 부품을 넣어 디자인을 바꾸었다. 실사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과정을 거쳐 제품이 개발되었다.

사용자 편의성 면에서 어떤 것은 더 커 보이고, 무서워 보이는 것들이 있는데, 실제 착용해 보니 이것은 괜찮네, 보호 장비를 착용해보니 오히려 편하고 괜찮다는 등 다양한 의견 등을 듣고 반영했다. 소방대원, 청소하시는 분들, 간호사 분들 등 국내에서 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리빙랩을 활용해 연구방향을 결정했다.

소독작업 시 착용해야 하는 안전 장비의 수준이나 과산화수소, 오존 등의 농도 기준은 국제 및 국내 규격이 있어 그 기준에 맞춘다.

 

▲임태호 한양대 응급의학교실 주임교수가 2018년 5월 2일 서울 한양대학교 HIT관에서 개최된 제5회 리빙랩 좌담회에서 표면 소독기계의 개발 단계에서 실 사용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 성지은 연구위원 = 임 교수님께서는 식약처에서 의료기기 인증이 되지 않아 우회 전략을 시도했다고 들었다.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 임태호 교수 = 이런 종류의 기기가 미국에선 이미 승인이 되어 있으니까 FDA 승인 등을 받고 다시 들여오는 방식을 취하고자 한다.

식약처를 대상으로 인증을 위해 최선을 다 해봤지만 벽을 넘지 못했다. 따라서 우회해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의료기기로 인증을 받는 방식을 택했다.

국내 의료기관의 신뢰를 얻기 위해 병원의 담당자들에게 설문을 해 보니, 기능이 분명하면 상관없을 수 있지만,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다는 것이 병원 측에서는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는 의견들이 있어서 그렇게 진행을 하려 한다.

 

연구자의 역할은 모더레이터

◇ 사회 = 김윤택 원장님도 안저 카메라 개발 단계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시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을 것 같다.

◇ 김윤택 원장 = 저는 사실 리빙랩을 처음 해봤다. 다른 연구들을 했었을 때에는 제가 주도해서 하는 입장이었다. 이 리빙랩을 활용한 연구는 제가 초기 방향을 잡았지만, 리빙랩을 하면서 제품의 컨셉 자체가 바뀌었다.

성능이 좋아지려면 필수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오히려 부차적인 것이 되고,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것이 필요하게 되었다.

초기에 연구자가 주도했지만 리빙랩을 하면서 어느 순간에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또 다른 개념도 나오고 수정된 개발 방향도 나왔다. 때문에 제가 아닌 연구팀 전체가 칭찬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의료기기를 보다 보니 공대에 있는 지인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이런 것 만드는 거 어떠냐고 하면, ‘아직 너네 그런 것도 안 만들었어? 되게 쉬운데’라고 이야기한다. 거꾸로 공대에서 의료기기를 만들어 가져오면, 기능이 신기하긴 한데 이것을 어디에 써야 하지라는 생각을 한다.

똑같은 행동을 제가 했던 것 같다. 제가 ‘이런 것을 만들어 보겠다’고 했을 때, 안저 카메라를 사용할 분들은 ‘좋기는 한데 이것을 어떻게 써야 하나요’라고 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연구자가 홀로 현장의 수요를 담아내는 것이 불가능하구나, 또 연구자는 모더레이터(중재자) 정도의 역할을 하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 임태호 교수 = 김 원장님의 이야기에서, 리빙랩을 운영하면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변했다는 부분에 많은 공감이 간다.

현장의 상황은 전문가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그런 것을 느끼면서, 연구 방향의 변화가 나타났다. 어찌 보면 리빙랩에 함께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교환되고 반영되는 형태로 연구가 진행이 되는 것이 옳은 과정인 것 같다.

 

응용 연구 현장 적용 위해

리빙랩 분명히 도입 되어야 한다.

◇ 성태현 교수 = 실생활 적용을 목적으로 하는 상용화 연구를 한다면, 리빙랩을 꼭 한 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실험실의 모든 연구원은 리빙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모든 연구는 당연히 리빙랩으로 해야 하는 줄 알고 있다.

엔지니어가 응용 연구를 한다면, 적용현장을 고려해야만 한다. 이 때 연구방법에 리빙랩을 도입하면 개발 제품과 현장의 괴리를 극복하면서 제품 수정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도로에 붙는 에너지 하베스트 연구를 하는데 현장에 갔더니 생각하지 않았던 방수와 방청이 필요했다. 다양한 변수로 인해 방수가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방수는 처음 연구실에서 에너지 하베스터 개발을 생각할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지식이다.

야간 작업자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시인성을 좋게 하려고 LED를 밝게 하려고만 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사용자가 착용해보니 눈이 부셔 불편함을 호소했다. 오히려 밝기를 줄여야 했다.

만약에 리빙랩을 하지 않았다면, 연구실에선 누가 가장 밝게 만들까 경쟁을 했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적당한 간접 조명이 필요했던 것이다.

현장의 니즈가 만족되지 않고 필요 이상의 것을 만드는 연구개발은 도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장과 함께 하는 리빙랩은 상황에 적합한 연구개발을 수행토록해서 적정 연구비 사용으로 예산 낭비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고도의 기술만을 지향하며 달려왔다면, 리빙랩 개념이 들어오게 되면서 현장을 중시하게 되고, 기술개발은 엔지니어들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까지는 보고서에 머물렀던 연구가 이제는 현장에서 살아 숨 쉬는 결과물이 된다. 이것이 리빙랩이다.

물론 원천기술 연구는 다르다. 원천기술은 리빙랩과 관계가 없다. 하지만 실용적인 연구를 하는 연구자에게는 리빙랩은 반드시 필요하다.

 

테스트베드와 실증사업 리빙랩과 달라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이 2018년 5월 2일 서울 한양대학교 HIT관에서 개최된 제5회 리빙랩 좌담회에서 세 과학자가 이루어낸 성과에 대한 의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 성지은 연구위원 = 교수님께 묻고 싶은 게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테스트베드, 실증사업과 리빙랩은 같은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어떻게 보나?


◇ 성태현 교수 = 다르다. 테스트베드는 연구실의 모형이 최적화 되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보여주는 것이지만, 현장은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전혀 예상치 않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그래서 현장으로 우리는 가야한다.

행정에서 가장 비난을 받고 있는 부분이 탁상행정이다. 테이블에선 워킹을 하는데 현장과는 괴리되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연구에서도 똑같다. 현장에선 예상치 않았던 복잡한 일들이 너무 수시로 자주 일어난다. 그것을 무시하면 쓸모없는 기술이 된다. 연구실에선 되는데 현장에선 안 되는 것이다. 테스트베드는 실험장비들을 현장에 가져다가 설치해서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실질적인 현장은 전혀 다른 또 다른 문제가 늘 잠재하고 있다.

◇ 성지은 연구위원 = 교수님 말씀에 동감한다. 테스트베드나 실증사업은 내가 개발한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사람과 다양한 사용 환경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 리빙랩은 다른 이야기이다. 연구자와 현장 사용자들이 생활 속에서 그 기술을 경험하고 평가하여 개선 방안을 찾아가는 활동이다. 기술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기본이며 사회 속에서, 생활 속에서 현실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기술과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활동이 이루어진다.

 

리빙랩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

◇ 사회 = 리빙랩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 김윤택 원장 = 저는 리빙랩을 진행하면서 같이 하자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사실 리빙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빙랩에 참여하는 주체들과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다.

리빙랩에 참여했던 사용자들께 이 과제와 관계 없는 건강 상담이나 안과에 대해서 물어보시면 성실하게 답해드렸다. 그 분이 메시지로 한 문장을 쓰면, 저는 한 열 줄 스무 줄 답을 드렸다. 서로 신뢰가 쌓이다 보면 중간에 마음을 여시는 분이 있다.

사용자들은 이런 것들을 만들어보겠다고 하면, 그래 만들어 봐라 하신다. 처음 시제품을 만져보게 되면 이거 바꿔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 다음에 본인의 의견이 적용이 된 시제품을 확인하게 되면 그 때부터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다.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리빙랩에서 연구자의 역할은 모더레이터(moderator)인 것 같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이 리빙랩에서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선 이 연구가 사회적인 가치가 있다는 것을 그 분들이 함께 느끼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실제로 사용자 본인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고, 의견이 반영되면서 연구가 진행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야 한다.

리빙랩에서 하는 연구는 논문이 쉽게 안 나온다. 이런 이유로 일반 연구자들의 접근이 어려운 점이 있다. 평가제도도 많이 바꾼다고 하니 조금 더 기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제가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하나 있다. 제가 이것을 만들었을 때, 이 열매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 부분도 같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 성지은 연구위원 = 열매를 공유하는 문제는 정책연구자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인 거 같다. 공공자금을 투입해 개발한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소유하고 활용할 것인가는 깊이 있게 논의해야 문제이다.

여러 주체들이 참여하는 리빙랩을 통해서 개발한 기술이 과연 누구의 것이며 어떻게 경제적·사회적 성과를 배분해야 하는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에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갈 수 있지만 앞으로 크게 성공한 사업이 나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개발을 촉진하면서도 그 성과를 널리 장벽 없이 활용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

김 원장님께서 말씀해 주신 참여자 간의 신뢰 문제는 정말 중요하다. 성태현 교수님 팀의 경우 연구 기간 동안 60번이나 방문했기 때문에 그 분들의 마음을 열수 있었던 거다.


◇ 성태현 교수 = 야간 작업자들도 만나고, 그 윗사람도 만나고, 야간 작업자들의 조합에도 갔다. 그 분들은 실질적으로 자신들을 위해서 해주는 일이기 때문에 너무나 감사해 했다. 마음을 여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처음 시작할 때 그 분들은 당신들이 연구비를 받아서 당신들 연구를 하는데 왜 우리를 이용하느냐, 우리가 꼭 해야 하느냐고 했다.

사실은 여러분들의 안전을 위해서 정부가 이렇게 나왔고, 우리가 이 연구를 한다면 본인들한테 얼마나 도움이 될지 계속 찾아가서 설득했다.

그 분들이 “정말 열심히 하네, 진짜 우리를 위하는 일이네”라며 신뢰를 주기까지 계속 찾아가 만났다. 남녀가 처음 만나 마음을 열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신뢰를 쌓아야 진전이 이루어지듯이 연구자들도 현장과 그렇게 데이트를 하듯 임해야 한다.

 

이 연구는 내게 인생연구였다
 

▲김윤택 서울K안과 원장이 2018년 5월 2일 서울 한양대학교 HIT관에서 개최된 제5회 리빙랩 좌담회에서 이번 연구를 하게 된 계기와 보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 사회 = 여기 계신 분들은 훌륭한 과학자이고 의사이다. 세상의 시선을 보면 아쉬울 것이 없는 분들인데 소외계층과 취약계층을 위한 연구를 하셨다. 계기가 있을 것 같다.

◇ 김윤택 원장 = 제 경우는 사실 외국에 의료봉사를 여러 번 나갔다. 또 외국의 아는 선교사님이 나이지리아 의사 세 분을 저한테 보내서 수련을 받게 하셨다. 한국에서 수련을 받고 가셨는데, 고국에 가셔서 환자들을 대하다 보니까 궁금한 게 생기게 된다. 글로 쓰려고 하면 한계가 있다.

의사들끼리 하는 이야기인데, 의사가 한 가지 병을 알면 진단명이 하나로 통일이 되고, 의사가 세 개의 병을 알면 모든 환자는 세 개의 병을 갖게 되고, 의사가 백 개의 병을 알면, 환자는 백 개의 병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의사가 아는 만큼 병을 서술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눈 속 사진을 찍어서 저에게 보내준다. 그런데 사진이 영상을 판독할 수 없을 정도로 온다. 그것을 보면서 안저 카메라를 사면되는데 시중의 기계는 비쌌고, 그럼 직접 만들어 보자 해서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와 아까 말씀 드렸던 소득에 따른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기도 해서 휴대용 안저 카메라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이 연구는 제가 지금까지 했던 것 중에서 가장 재밌었고 인생 연구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같이 리빙랩에 참여하시는 분들의 참여도는 기존 연구에서의 연구원 참여도와 정말 다르다.

리빙랩에서 구성원들은 내가 참여를 해서 사회에 기여하는 보람 있는 일을 한다, 또 내가 의견을 냈던 부분들이 제품에 반영되어서 이렇게 바뀐다고 느끼기 때문에 굉장히 열정적이다.

처음에 1차 시작품을 만들었을 때 시큰둥하다가, 의견을 반영한 두 번째 제품이 나오면 ‘어 이거 괜찮은데, 내가 말한 것이 진짜 여기에 반영이 되어 있다’고 하며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그런 부분이 이 연구를 참 재미있게 만든 것 같다.

 

정부 과제와 별개로 해결을 봐야 하는 과제

◇ 임태호 교수 = 메르스 사태가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안전하지 않은 곳에 제 의료진도 보내야 하고, 간호사나 직원들에게 소독을 시켜야 했다. 일을 마치고나면 너무 힘들어서 우는 직원, 퇴직하는 직원도 있었다. 멸균이 완전하지 않은데 환자는 또 받아야 했다.

환자들한테도 미안하고, 동료들한테도 미안하고, 나도 감염이 됐는지 안됐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집에 갈 수 없어 무척 힘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런 문제를 해결했으면 하는 바램에서 과제로 제안했다. 사실 문제는 있지만 솔루션은 없고, 사태가 닥치면 무방비로 당해야 하니 미리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을 냈는데 과제에 선정이 됐다.

제 생각에 이 문제는 지금 당장이라도 발생할 수 있다. 저 환자가 양성이라고 말이 나오는 순간 바로 시작이다. 그런 질환이 메르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결핵도 있고, 슈퍼 박테리아도 있고, 도처에 있을 수 있다.

병원에서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요양병원에서 옴이 많이 발생한다. 옴은 없어진 것이 아니다. 일반 병원에서도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큰 홍역을 앓는다. 미국에서도 1980년대쯤에 간호형 요양원에서 전국적으로 번졌던 적이 있다. 우리나라도 관리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초진 의료진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옴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좀 더 섬세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이런 게 안 된다.

우리 병동에 신경과, 내과 등 요양원에서 오는 장기 환자들을 받는 몇 개 과가 있다. 이 때 옴이 들어와 다른 환자에게도 옮겨가는 일이 있었다. 환자의 감염이 확인되면 해당 병동의 환자와 스텝들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도 전신에 치료제인 크림을 발라야 된다. 저도 집안 식구 모두 두 번씩이나 바르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제가 이 과제를 시작하게 된 것은 현장에 그런 필요성이 존재하고, 개인적인 이유도 크고, 뭔가 사회를 위해서 해결이 되어야 하는 문제 아닌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 교수님, 정말 보람된 연구예요

◇ 성태현 교수 = 이렇게 훌륭한 분들과 한 자리에 앉아 진솔하게 우리 연구의 지향점을 토론하는 것이 너무 기쁘다. 연구를 하면서 좋은 결과를 산출하고 우수한 논문을 쓰는 것도 과학자로서 큰 기쁨이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다. 열심히 연구한 저의 결과물들을 통해 행복한 우리나라 건설에 일조하고 싶다는 것이다. 아울러 내 조직원들, 내 학생들, 내 가정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내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가 제 가치관이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 우리가 하는 연구를 통해서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이 무얼까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 격차 해소’ 부분이 저에게 와 닿았고 사명감을 가지고 미력하나마 매진하려고 했다.

이 과제를 시작할 때 과제 연구비는 연구내용에 비하여 작고 목표치는 굉장히 높았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일이 눈에 보이는데 비해 연구과제비가 너무 작은데 과연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다. 사실은 안할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 연구를 통해서 ‘사회 격차가 조금이나마 해소가 된다면... 또 이로 인해서 조금 더 행복한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다면...’라는 생각이 잠자던 저의 사명감을 일깨우고 동기부여가 되어서 시작을 한 것이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가 잊고 있던 것을 깨달은 것도 많았다. “우리가 잠자는 동안에 이 분들의 노고로 인해 도로가 깨끗해지네요”, “교수님 우리가 정말로 보람된 연구를 하고 있는 거 같아요”라고 학생들이 이야기했다. 모든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는 분 때문에 우리나라가 아름답게 돌아간다는 것을 경험했다. 학생들은 논문을 하나 더 써 취직의 스펙이 높아지는 것보다도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도울 수 있다는 데 더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야간 작업자들은 삶과 죽음의 거리에 서 있다. 차가 지나가고 있는데 작업자가 잘 안 보이는 것은 재앙과도 같은 것이다. 그들의 사고예방을 위해서 도움을 준 것이 학생들에게 보람이 되었고, 어려운 처지에서 일하는 분들이 행복해지고, 감사해 하는 그런 마음들이 연구 수행과정 동안 빛났던 시간이었다. 사회격차해소라는 이 제목이 우리에게 감사하고 소중했다.

우리로 인해서 소외되었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큰 기쁨이다. 연구를 하면서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마음은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주변에서 이런 연구들이 계속 되고 행복해 하는 분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리빙랩, 기술 현장 적용 위해 가야만 하는 길

◇ 성지은 연구위원 = 오늘 좌담회가 5회째이다. 5회까지 오면서 꼭 모시고 싶었던 분들이다. 오늘 세 분의 이야기는 우리 국민들을 향해 ‘대한민국에는 이런 연구자들도 있다’는 것을 발신하는 것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연구자들을 향해서 발신한 것이다.

리빙랩 운영 현황 조사차 대만을 방문했을 때 리빙랩을 주창하고 계신 연구자들을 만났다. 다른 연구자들에게 리빙랩을 도입하도록 권유했을 때 그 반발과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느냐고 물었다. 그분이 잠시 저를 보더니 “당신 사회과학자냐”고 되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당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겠다고 위로했다. 

대만의 경우 리빙랩을 주창하는 많은 분들이 주로 엔지니어나 공학연구자였다. 정책과 연구현장을 아는 과학기술연구자들이 ‘리빙랩은 이것이다. 이러저런 논거로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일을 했기 때문에 많은 반대는 없었다. 그런데 같은 이야기라도 사회과학자들이 주장하면 현장을 잘 모르면서 외국에서 새로운 개념 하나 들고 왔다며 반발한다고 했다.

오늘은 현장 연구자들이 리빙랩의 필요성을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더욱 설득력과 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세 분은 의사와 공학자이면서 실제 연구개발과정에서 리빙랩을 적용하고 나서 왜 해야 하며 왜 중요한가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기술 공급자 위주의 연구개발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분들의 말씀은 연구자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2018년 5월 2일 서울 한양대학교 HIT관에서 리빙랩 방식을 활용해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혁신을 시도한 연구자들이 모였다. 오른쪽부터 김윤택 서울K안과 원장(전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 성태현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학술연구처장, 산학협력단장, 지주회사 이사장),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임태호 한양대 응급의학교실 주임교수(의과대학 임상교육과장, 임상기술센터장).(사진=이민호 기자)

 

관련기사 : [연구자 리빙랩 좌담회] 현장 연구자가 말하는 리빙랩(상)

 

정명곤 기자  mkchoung@sanha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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