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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좌담회] 사회적 가치 중심의 과학기술혁신 패러다임 전환을 논하다.
[정책좌담회] 사회적 가치 중심의 과학기술혁신 패러다임 전환을 논하다.
  • 이민호 기자
  • 승인 2020.11.09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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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혁신의 현재 상황과 문제점
◇ 과학기술혁신의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 과학기술을 사회혁신으로 어떻게 연계할까
◇ 지역과 과학기술이 결합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현장에서 필요한 과학기술혁신은 무엇인가

기후위기, 고령화, 양극화, 전염병 등 사회적 난제가 전 세계적으로 진전되면서 새로운 과학기술혁신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이 세계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럽은 Horizon 2020을 넘어 Horizon 2030을 발표하면서 사회적 도전과제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과학기술혁신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Society 5.0 개념을 통해 과학기술과 사회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인문·사회·자연 등 학제 간 연구개발을 통한 문제 해결성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사회문제 해결형 R&D, 기술기반 사회혁신, 리빙랩 등 새로운 유형의 정책과 프로그램이 도입되었지만 기존 R&D 및 산업발전 중심의 패러다임 하에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코로나 19를 경험하면서 현재 사회·기술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인가? 특히 2030년, 2050년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담아내야 할 과학기술혁신정책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 것인가? 그리고 현재 점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환의 활동을 선으로, 그리고 면과 규모로 채워나갈 수 있는 사회적·정책적 과제는 무엇일까?

이번 정책 좌담회는 사회적 가치 중심의 과학기술혁신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국회, 연구개발, 사회혁신 등 각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형균 보좌관(이용빈 의원실) ▲김민수 박사(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시민참여연구센터 운영위원장) ▲엄승용 센터장(충북사회혁신센터) 등 3명이 토론패널로 참석하였고, ▲성지은 박사(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가 사회를 맡았다. 11월 3일 충북사회혁신센터에서 진행된 이번 좌담회는 한국리빙랩네트워크와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이 공동주관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합클러스터 과제(“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미래기술 전략·과제 탐색 융합클러스터”, 클러스터장: 김민수)에서 지원했다.

각 부문에서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과학기술혁신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점검하고 있는지, 그리고 새로운 전환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현장 활동가의 생생한 이야기와 의견을 들어보자.

3일 충북사회혁신센터에서 한국리빙랩네트워크와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이 공동 주관하여 1회차 정책좌담회가 개최됐다. (왼쪽부터)▲엄승용 센터장(충북사회혁신센터) ▲김형균 보좌관(이용빈 의원실) ▲김민수 박사(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시민참여연구센터 운영위원장) 등 3명이 토론패널로 참석했고, ▲성지은 박사(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가 사회를 맡았다. (사진=이민호 기자)
3일 충북사회혁신센터에서 한국리빙랩네트워크와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이 공동 주관하여 1회차 정책좌담회가 개최됐다. (왼쪽부터)▲엄승용 센터장(충북사회혁신센터) ▲김형균 보좌관(이용빈 의원실) ▲김민수 박사(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시민참여연구센터 운영위원장) 등 3명이 토론패널로 참석했고, ▲성지은 박사(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가 사회를 맡았다. (사진=이민호 기자)


사회가치 중심의 과학기술혁신 패러다임 전환을 논하는 ‘정책 좌담회’

… 첫 번째 이야기

◆ 성지은 연구위원 = 과학기술혁신이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 그리고 사회적 가치로 어떻게 전환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주제로 시작하고자 한다.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각자 소개해 달라.

◇ 김민수 책임연구원/운영위원장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대전 지역사회에서 시민참여연구센터라는 과학기술영역 시민단체 대표자 역할도 맡고 있다. 시민참여연구센터는 2004년에 설립돼 과학기술과 시민참여를 기반으로 지역사회 현장의 문제해결을 지원해 왔다. 최근 리빙랩이나 사회문제해결 R&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사회적 역할도 커지고 있다. 대전지역 내에서 지역사회단체들과 과학기술영역을 연결하는 활동과 정책 제안 등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 김형균 보좌관 =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이신 광주 광산갑 이용빈 의원님을 보좌하고 있다. 평소 저희 의원님의 소신이 우리 사회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가치와 기준점을 세우고, 지역발전과 사회혁신을 기반으로 국가 공동체주치의로서 국민을 살리는 정치를 하시는 거다. 저는 이에 필요한 크고 작은 일들을 보필하고 있다.

◇ 엄승용 센터장 = 충북시민재단 사회혁신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 충북시민재단은 지역재단으로서 공익활동을 촉진하고, 인적·물적 기반을 조성해 우리 사회의 공공성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이다. 그 중에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풀어가는 사회적 경제조직을 육성하고 시민과 함께 좀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활동을 촉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국 여러 지역과 함께 주민이 주도해 문제를 발굴하고 지자체 공공기관들이 지원하는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을 전국에 구축·확산하는 일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질문을 던지고 있는 성지은 박사(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 (사진=이민호 기자)
질문을 던지고 있는 성지은 박사(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 (사진=이민호 기자)


과학기술혁신의 현재 상황과 문제점을 짚어본다면."

◆ 성지은 = 과학기술혁신이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현재 상황을 각자의 시각으로 짚어본다면.


◇ “고약한 문제(wicked problem)… 기존 익숙했던 방식은 해결할 수 없어”

김민수 = 올해 우리가 몸으로 겪고 있다시피 생태·환경적인 부분에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갈등, 차별, 양극화를 넘은 다극화 등의 문제들이 확산되고 있고, 사회 구성원들을 연결하는 공동체적 인식도 매우 취약해지는 양상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사회·환경 등 다양한 영역의 문제들이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여러 문제들이 발생되고 있다.

요즘 ‘고약한 문제(wicked problem)’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런 부류의 문제들을 고약하다고 하는 이유는 기존에 익숙했던 방식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행정은 행정대로, 시민은 시민대로, 과학기술은 과학기술대로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해결을 이루는 데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어, 영역 간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학기술도 기존에는 사회적 가치와는 동떨어진 산업과 경제 영역에만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는데, 최근에는 사회문제해결 R&D와 생활 속의 문제를 해결하는 리빙랩 등의 영역으로 다가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각자의 방식에 머물고 있고 효과적이고 모범적인 협력의 사례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좌담회처럼 관련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하며 개선 방향을 찾고 더 나은 사례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김민수 ETRI 책임연구원.(사진=이민호 기자)
김민수 ETRI 책임연구원.(사진=이민호 기자)


◇ “현재 혁신적 과제에 ‘직면’… 다양한 의견 모아야 해법 모색될 것”

김형균 = 기본적으로 우리가 현재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먼저 과거의 정책들은 대부분 인구증가와 고도성장을 전제로 짜여진 계획이다. 지금 상황과 걸맞지 않으므로, 과감한 궤도 수정과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 등장 전후를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언택트 사회라고 표현할 정도로, 교육과 일상, 비즈니스 등 생활 전반에 걸친 많은 것에서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한 상당한 변화를 거치고 있다. 저희는 이것을 혁신적 전환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표현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도 모르게 전환돼 버린 것은 어떻게 보완해가야 할지 빠른 속도로 준비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혁신적 전환의 길을 걸으려면 무엇을 결단할 것인지, 지속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론화 해가야 할 시기라고 보인다.

전환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의 우선순위는 두 가지다. 바로 기후위기대응과 경제사회구조의 재구성이다. 특히 과학기술혁신영역에서도 기존에 해오던 첨단과학기술과 미래먹거리에만 그치지 않고, 혁신과 전환이라는 화두를 접목해 국민의 삶의 질을 위해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지게 할 것인지가 과제이다. 당장 지금 우리 사회의 부족한 가치가 무엇이며, 또는 전환에 필요한 가치들을 정립하고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시기야말로, 다양한 시각과 감각들을 조감해 볼 기회이며, 오늘과 같은 좌담회가 해법을 모색하는 기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이제는 지속가능발전 준비해야… 사회문제R&D, 규모화 필요”

엄승용 = 이전까지 우리 과학기술이 주로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끌어오고 여러 삶을 개선하는 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좀 더 지속가능한 사회로서 나아가야 하는 중요한 전환기에 있다고 보인다. 이전에는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해왔다면 이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준비를 해야 되는 시점에 있다.

이전에 경제·산업 발전이 중요했다면 그것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제는 보다 행복한 삶과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인 사회적 가치들이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과학기술혁신이 전환되어야 할 시점이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굉장히 복잡해졌다. 단편적인 솔루션으로 해결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인데, 복잡해졌다는 것에 의미는 현장에 밀착해서 보지 않으면 그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거다. 현장 가까이 다가가서 실제 사용자, 고객들, 소비자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 그것을 통해 하려고 했던 궁극적인 가치는 무엇이고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과학기술혁신분야는 기술과 관련된 전문영역이라 소위 말하는 기업인이나 과학자, 전문가 중심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빠르게 솔루션을 제시하는 프로세스로 진행되어 왔다. 이제 실제현장에서 필요한 것이 과학기술의 발전인지 짚고 가야할 시점이다. 실제생활현장에 밀착해 필요로 하는 내용들을 과학기술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2013년부터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회문제 해결형 R&D가 언저리 개념으로 돼 있는데 보다 규모화되고 독자적인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이제는 별도의 운영체계와 예산체계를 가지고 가야 우리 사회가 보다 지속가능한 발전한 사회로 나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혁신의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 성지은 = 지금까지 과학기술혁신이 왜 바뀌어야 하는지 말씀해주셨는데, 사회적 가치 추구의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짚어 달라.


◇ “기술혁신체계, 한계 드러났다… ‘세 가지의 눈’ 시선 필요”

김형균 = 지난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21년 예산 국회시정연설을 통해, ‘재난은 약자에게 먼저 다가가고, 더욱 가혹하다.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지속가능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이렇게 말씀하신 바 있다.

과학기술혁신정책 차원에서 아쉬운 것은 한국 과학기술 역량이 세계 최고임에도 국민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는 여전히 하위에 머무른다는 점이다. 어쩌면 첨단과학기술과 경제발전 목표하에 움직였던 추격형 경제구조의 가치가 이제 더 이상 국민의 답답함과 허전함을 해결하는 데에 한계에 다다른 것은 아닌지 제대로 점검해봐야 할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세 가지의 눈이 필요하다. 하나는 전체를 큰 그림으로 조감할 수 있는 ‘새의 눈’, 두 번째는 현장의 시선과 감각으로 밀착해서 바라볼 수 있는 ‘벌레의 눈’, 세 번째는 흐름과 맥락을 읽는 ‘물고기의 눈’이 바로 그것이다.

‘새의 눈’으로 보면 기본적으로 사회혁신이라는 국정과제 틀에서 조감해 볼 수 있다. 과기부의 사회문제R&D를 중심으로, 지자체-공공기관-시민사회가 지역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행안부의 사회혁신플랫폼,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기업, 기재부의 협동조합, 문화부의 바우처, 여가부·복지부의 기부나눔봉사돌봄, 기재부의 경평상 사회적가치 평가, 행안부/지자체의 주민참여 예산제, 정부부처·청 산하기관들의 사회적 가치 활동, 민간기업의 사회적가치경영 등 매우 다양한 정책적 접점들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문제는 이것들을 구조적으로 조율하고 종합하는 역할이 부재하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벌레의 눈’으로 보면, 각 현장이 더욱 문제해결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감각과 수요를 끈끈하게 연결할 구심점과 모멘텀이 절실해 보인다. ‘물고기의 눈’으로 보면, 앞으로는 ‘안심주는 사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기후위기로부터, 감염병으로부터, 경제적 어려움으로부터, 사회적 취약점으로부터, 양극화로부터, 저출산·고령화로부터 안심주는 사회구조를 위한 전환, 새로운 일자리-새로운 생태계와 관계질서-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국민과 밀접한 문제를 당장 해결해가는 노력이 사회적 가치와 마주하도록 힘쓰고 계신 흐름과 풍토를 소중히 여겨야 함을 느낀다.

제가 보는 사회적 가치의 핵심영역은 민관협력-집단지성-개방공유-지속가능-플랫폼 등으로 집약된다. 여전히 아쉬운 것은 서로 적극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점인데, 앞으로도 중요한 과제로 부각될 것 같다.

김형균 이용빈 의원 보좌관.(사진=이민호 기자.)
김형균 이용빈 의원 보좌관.(사진=이민호 기자.)


◇ “BAU 틀에서 벗어나야… 저성장 시대, 기술과 현장 연결 네트워크 필요”

김민수 = 사회문제해결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우리는 기존 패턴과 현재 중심의 관점에서만 문제와 기술을 바라보고 있다. 김형균 보좌관이 얘기한 전환적 관점에서 보려면, 바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떻게 기술과 사회를 재구성하고 재설계할 것인지를 내다보며 짚어낼 줄 알아야 한다. 사회문제해결에서도 기술혁신의 관점에서도 여전히 익숙한 기존 방식의 경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후변화대응이나 시스템 전환 같은 논의에서 미래변화를 예측할 때 흔히 언급하는 BAU(business as usual)의 틀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회적·환경적으로 도래하게 될 새로운 변화들이 어떤 현상을 야기하고 모순을 심화시킬 것인지, 어떤 문제가 초래될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이런 부분을 예측하여 사전에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데, 우리 현실은 지금 걷고 있는 발 앞길에 보도블럭 하나 더 놓는 작업만 하는 모습에 가깝다. 이래서는 10년, 20년 뒤에 기후위기나 감염병 등 환경적 변화와 사회적 문제들이 더욱 심각해진 상황에 도달해서야, 지금까지 우리가 기존 방식으로 만들어 왔던 길이 엉뚱한 길이었음을 자인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과학기술 개발·설계의 방향 설정 이전에, 미래사회에 대한 심도있는 예측과 전망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다. 이런 기반이 부실한 상황에서 국가R&D는 과제와 사업 단위로 개별적 성과만 확보하고 쌓아나가는 방식에 머물고 있다. 아직 전체적인 지향점을 설정하고 사회적 가치를 달성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계를 대상으로 연구개발 투자에 비해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된다. 과거에는 산업성장을 통해 성과가 드러났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저성장시대에 들어서 있어 성과와 성장에 대한 다른 시선이 필요하다. 기술혁신론의 관점에서는 기술의 혁신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서 무엇을 혁신할 것인가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여기서 나오지만 현실에서는 기술의 혁신 자체가 혁신의 성과로 포장된다. 과학기술혁신이 어떤 가치·지향을 갖고 무엇을 해결해 나아갈 것인지 다시 정립해 나가는 과정들이 주목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는 사회적 가치나 사회문제해결 R&D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혁신의 영역과 벤처 생태계가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에서도 기술의 활용현장과 활용방식을 모르는 기술개발의 문제가 존재한다. 기술과 활용 현장을 연결하는 혁신의 연결고리 네트워크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사회문제해결 관점에서만 아니라, 산업·경제를 포함한 국가혁신 전체 틀에서 함께 바라보고 해결해 가야 한다. 그 속에서 과학기술의 역할, 진짜 혁신을 위해 필요한 과학기술의 모습에 대해서도 함께 설계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과학기술을 사회혁신으로 어떻게 전환해야 할까… 가치창출 방안은?”

◆ 성지은 = 세 분을 모셨을 때 기획했던 부분이 있었다. 김민수 연구원은 출연연과 대전에 있으면서 실제 현장에서 활동도 하고 있고, 김형균 보좌관은 국회에 있으면서 과학기술과 사회혁신을 엮어내기 위한 법제화 역할을 자처했고, 엄승용 센터장은 사회혁신 관점에서 과학기술을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 고민하고 계신다. 지금 과학기술을 사회혁신 축으로 결합시키는 포인트와 과학기술의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 설명한다면.


◇ “혁신의 본질은 본질의 혁신… 새로운 방법의 핵심은 새로운 ‘관계’”

엄승용 = 앞서 (김형균 보좌관이 말한) 시선의 전환과 패러다임의 전환, 관점의 전환 등을 통해 결국은 “혁신의 본질은 본질의 혁신이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바라봤던 시선과 관점을 새롭게 혁신한다는 것은 새로운 ‘사업’을 한다는 게 아니라 새로운 ‘방법’을 한다는 얘기다.

새로운 방법 중 하나는 새로운 ‘관계’다. 그래서 다양한 주체들의 영역과 분야를 넘어서는 관계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앞으로 과학기술이 전환할 시점에서도 그동안 연구자나 전문가 중심이었다면 실제로 현장에 필요한 맞닿는 내용을 위해 단순히 형식을 갖추는 게 아닌 실제로 직접 기획부터 평가, 환류 과정에 함께 참여해서 계속 보완해나갈 수 있는 체계를 어떻게 갖출 것인지, 자율에 기반한 독립적 운영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제도적 뒷받침은 어떤 것이 필요한지 이러한 논의들이 필요하다.

결국은 우리가 가져야 할 눈은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심안이다. 본질적으로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기준, 단순히 문제해결을 할 것이 아니라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 등을 어떤 사회의 상으로 그려야 할지를 같이 질문을 해야 한다. 과학기술은 중첩된 경험과 기술들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역할의 차이가 조금씩 생길 것 같다.

엄승용 충북사회혁신센터 센터장.(사진=이민호 기자)
엄승용 충북사회혁신센터 센터장.(사진=이민호 기자)


“사회문제해결과 국민생활연구의 포인트를 점검해본다면.”

◆ 성지은 = 그동안 과학기술은 한축으로 기술의 수월성과 탁월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또 한축으로는 어떻게 기업에 지원할 것인가 양대 축이었다. 이제는 사회문제해결연구와 국민생활연구를 통해 또 다른 축을 형성하려 시도하고 있는데 그 포인트를 점검해 본다면.


◇ “문제해결 본질보다 R&D 역할에만 충실… 가장 아쉽다”

김형균 = 처음에는 우리 사회의 일상문제와 사회적 난제를 과학기술로 해결해 간다는 관점이 굉장히 새롭고 신기했다. 기본적으로 과학기술을 활용한 사회문제해결은 과학기술기본법 16조 6항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정부는 과학기술을 활용해 삶의 질 향상, 경제·사회적 현안 및 범죄구조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세우고 추진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2020년도 기준 사회문제해결 R&D 전체 예산이 1조 4천억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19에 대한 진단키트나 N번방 사태가 촉발됐을 때 인공지능을 활용해 차단하고, 사회적 문제, 재난·재해 등을 대응하는 등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위해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다만, 문제해결의 본질보다는 R&D라는 역할에만 자족하고 있는 모습이 가장 아쉽다.

우리 사회의 불공정-불안정-불균형은 무엇인지, 국민입장에서 체감되는 불신-불만-불안요소는 무엇인지, 정책적으로 어떤 것들이 편중-과다-부족한 실정인지, 시기적으로 우선순위-비중-시급성에 맞게 집행되고 있는지, 또 국민의 수요-눈높이-속도에 걸맞게 대응되고 있는지 본질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국민생활연구나 사회문제 해결형 R&D의 바람직한 위상과 역할은 무엇이고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인지 함께 노력했으면 하는 기대 또한 적지 않다.

최근 8월 과기부가 ‘국가R&D투자기준’과 ‘과학기술미래비전 2045’를 발표했는데, 사회문제R&D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4차 국가R&D 성과평가관련 계획에도 공공R&D라는 관점을 반영해 성과평가가 이뤄지도록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보인다. 능력은 결과로 입증되기 때문에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그 실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함을 느낀다.

그런 측면에서 사회문제해결 R&D는 두 가지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사회문제해결 R&D 자체를 내실화하는 것, 그리고 국가R&D의 새로운 흐름으로 사회문제해결 R&D가 제대로 자리매김해 가는 것이다. 이용빈 의원께서도 이 관점으로 앞으로 깊이 주시하실 예정이다.


◇ “ICT방식 과제 비중 높아…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약받고 있다”

김민수 = 사회문제해결의 관점에서 장기적 지향으로 바라보고 해결해 나갈 과제들은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로 잘 정리돼 있다. 과학기술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이 이슈들 속에서 보다 실질적인 해결과제들을 뽑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사회문제 해결형 R&D 사업 유형으로 진행되어 온 과제들을 보면, 기존의 사회문제 접근방식을 ICT플랫폼 위에 올려놓는 과제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ICT플랫폼이 기존 솔루션의 활용성을 높이고 제한되던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시키는 스케일 업 효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ICT플랫폼 과제 비중이 높은 현실은 사회문제해결에 대한 상상력의 제약을 보여준다. 다른 방식의 솔루션에 대한 구상이 잘 발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리빙랩 활동 영역에서는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이나 성대골 마을태양광 활동 사례처럼 ICT 방식이 아닌 새로운 솔루션 모델들이 등장하지만, 출연연들은 여전히 이 영역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출연연 입장에서 보면 몇 천만 원 또는 1~2억 원 규모의 사업을 하기도 어렵지만, 한편으로는 사회문제 해결형 중대형 R&D사업에 대해서는 시스템 통합 사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있던 기술로 시스템 구현해서 서비스만 하면 되는 건데 그걸 굳이 출연연이 수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따져보자면 융합 영역의 국가R&D사업들 대부분이 시스템 통합 성격을 포함하는 게 사실이다. 출연연이 수행할 만한 아이템을 발견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사회문제 관점에서 평가하고 발굴해 내지 못하는 것 같다.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보면, 민생R&D도 중요하지만 시스템R&D도 굉장히 중요하다. ETRI의 사례를 들어볼 수 있겠다. 태양광 시설이 많이 확대되고 있지만 유지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문제가 있는데, 이 시설들을 통합적으로 유지관리하고 지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 있다. 에너지 자립이나 에너지 지역분권을 생각한다면 전력을 어떻게 생산하고 보급할 것인지 에너지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력중개 시스템 플랫폼 개발 사례도 있다. 에너지가 남아도는 문제, 절감해야 하는 과제를 개개인들이 가정과 마을에서 노력하는 것만으로 온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시스템과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런 유형의 영역에서 출연연의 거대 R&D가 담당해야 할 역할들이 많이 있다.

그런 면에서 여전히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상당히 제약되고 있다. 이런 역할들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출연연이나 국공립 연구기관들이 사회문제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기제들을 찾지 못해왔던 문제를 해결하면서 중대형 R&D사업을 통해서도 사회와 국가 시스템의 전환을 돕는 연구들을 더 발굴·장려하고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김민수 ETRI 책임연구원.(사진=이민호 기자)
김민수 ETRI 책임연구원.(사진=이민호 기자)


“지속가능한 과학기술 전환에 대해 공공기관과 출연연 역할을 짚어본다면.”

◆ “지속가능 전환은 현장에서 시작… 출연연도 현장으로 들어가야”

성지은 = 많은 사람들이 지속가능성, 지속가능한 전환을 얘기하면 굉장히 큰 얘기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지역과 현장 속으로 들어가면서 작은 과제로 구체화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작은 과제는 그런 게 담겨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출연연에서도 지속가능한 전환을 얘기하지만 그것이 구체화되려면 현장과 지역사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R&D에만 집중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R&D를 넘어 그 성과의 전달체계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며, 사회로 어떻게 확산해 나갈 것인가는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출연연은 큰 일을 해야만 우리가 할 일이고, 작은 일은 우리일이 아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서로 연결시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스템R&D 역할 필요”

김민수 = 다르게 바라봐야 할 것이 있는데, 각 기관 특성에 맞는 미션 범위들이 존재한다. 큰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립된 기관들에게 작은 일을 맡기는 것은 존재 방식을 바꾸라는 얘기가 되는데, 그 또한 필요한 면은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연구기관들이 여전히 혁신 중심에 매달리고 있는 것, 그 역할이 중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연결된 사회·환경적 문제들이 작은 영역의 솔루션들만을 통해 전체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것들을 어떻게 묶어내고 시스템 수준으로 연결시켜 낼 것인지 이러한 부분에선 시스템적 과제들이 존재한다. 제가 강조하는 것은 그런 면에서 서로 연결시키고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 R&D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사회시스템과 무관하고 현장과 무관한 R&D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 “다양한 사회 속 구체적인 작은 사업 필요… 문제를 드러내야 해결할 수 있다”

김형균 = 공공기관, 출연연의 역할은 대부분 대국민 공공서비스다. 대국민 서비스로서의 수단 차이만 있을 뿐이다. 굳이 평가를 하는 이유를 찾자면 궁극적으로 국민행복을 위해서 이바지하는 취지로 설립된 점을 제대로 살려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핵심이어야 한다. 앞으로도 국민을 위한 공공서비스를 어떻게 하면 고도화할지 핵심과 정곡을 찌르는 고민을 담은 본연의 위상과 역할을 제대로 정립하고 그에 기반해 입장을 정확히 해야 할 것이다.

기관과 출연연의 태도 문제도 있겠지만, 기관만의 문제가 전부는 아닐 수 있다는 것이 제 견해다.

우선 우리 사회가 워낙 다원화되어 있고 다양한 사회이기 때문에, 현장중심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담은 작은 사업의 단위로 출발해야한다는 성지은 박사님 말씀에 적극 공감한다.

다만, 새로운 정책이 적용될 정책현장에 어떠한 신호를 주어 공감대를 일으켜 작동되게 만들었는지, 과연 맘껏 연구하고 일하는 풍토를 만들어주었는지 점검하고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로서는 탑다운 방식의 억지 분류가 낳는 정책 공백이 가장 크게 우려된다. 현장에서 제 아무리 의지를 갖고 임해도, 저평가 받는 구조를 내버려 뒀다는 것은 그만큼 정책적으로 무관심하거나, 무책임했다는 거다. 본질에 대해 진정성 있게 고민했던 사람들이 외면되고 지쳐가는 것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성과 함께 반드시 점검되어야 할 사항이다.

문제를 드러내지 않으면, 문제해결에 접근할 수 없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을 수 있고, 현재 성과평가체계 틀 안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 곤란할 수 있다. 다양한 현실적인 어려운 조건들이 분명히 있을 것인데, 현재로서는 정책적 신호가 제대로 간파되고 소통되도록 정부가 좀 더 노력해 가야할 것 같다.

김형균 이용빈 국회의원 보좌관.(사진=이민호)
김형균 이용빈 국회의원 보좌관.(사진=이민호)


“지역과 과학기술이 결합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성지은 = 엄승용 센터장의 역할이 크다. 지역을 플랫폼화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과학기술과 결합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하나하나가 결국은 전환을 이뤄내기 위한 실험이다. 어떻게 보면 고도의 전환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와 관련해 얘기해 본다면.


◇ “새로운 관계에 익숙해져야… 기획-과정-평가-환류 모든 과정에서 모여야 할 때”

엄승용 =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과 비전에 대해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데 방식을 과학기술로 푸는 분도 계시고, 다른 방식으로 푸는 분들도 계신다. 결국은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위한 혁신가로 생각하고 있다. <과학기술 미래전략 2045> 모습을 보니 잘 잡아 놨다. 정부가 주도해서 비전을 제시했는데 이것을 어떻게 같이 갈 것인지 찾아보면 될 것 같다.

과기부는 <과학기술 미래전략 2045> 비전을 ‘국민의 삶과 경제성장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인류사회의 기여하는 과학기술’ 로 제시하고 있다.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 풍요롭고 편리한 사회, 공정하고 차별없는 사회, 인류사회 기여하는 대한민국’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런 미래상을 함께 공감하고 동의한다면 각자의 분야에서 익숙한 관계와 익숙한 영역에서 벗어나 우리가 여기에 이렇게 앉아있듯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사실 저는 과학기술은 문외한인데 성 박사가 알려준 보고서를 살펴보면서 우리는 결과적으로 다르지 않은데 각자가 다른 경주를 하고 있었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같이 뛰어야 한다.

미래전략을 세울 때도 미래상을 정하고 누구나 거기에 어떤 미래가 펼쳐지면 좋을지 상상할 수 있는 질문을 8가지 던져놓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8개 질문들을 다시 정리한 방식으로 했다. 저희도 테이블에 같이 모여, 테이블은 플랫폼일 수도 있는 거고 각자 갖고 있는 여러 가지 고민과 관점과 시선, 지향에 관한 것들, 각자 역량을 모아내는 사회혁신의 빅텐트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일상적으로 기획부터 과정, 평가, 환류로 갈 수 있도록 전 과정에서 모여 논의하고 흩어지고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돼야 한다. 이런 시도들이 적극적으로 일어나면 좋겠다. 여기에 전제조건은 일반 시민도 혁신가로서 오늘 안고 있는 문제를 더 넘어서 활동하고 있는 동료의식을 가지고 미래를 함께 만드는 플랫폼을 가져가야 한다.


◇ “중요한 것은 협력과 통합… ‘성장’ 보다 ‘생존’의 R&D도 다뤄져야”

김민수 = 실제로 보면 기술영역에서도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리빙랩을 도입하고, 지역사회에서도 각 주체들이 리빙랩을 수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기들끼리의 리빙랩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리빙랩에서 주민참여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협력과 통합이다. 기술은 기술대로 주민을 활용방안 정도로만 생각하고, 또 지역 현장은 현장대로 기술을 활용방안으로만 생각하는데, 결국 자기중심의 활용 관점이지 협력·통합의 관점은 아니다. 제대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나선다 해도, 적절한 협력 대상이 어디에 누가 있는지 그것부터 파악되지 않는 문제에 부딪힌다. 그러다보니 영역 간 결합이 잘 이뤄지지 않는데, 각자는 “그거 아니라도 할 일 많아. 굳이 번거롭게 잘 모르는 다른 분야랑 협력까지 챙겨야 돼? 그거 아니더라도 우리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은 많이 있거든.” 이러한 생각들도 있는 것 같다. 구체적인 현장과 공감 속에서 뭘 만나서 같이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동의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 미래전략 2045>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그중에 진짜 중심이 되어야 할 문제는 뭘까? 20년 후의 우리 사회에서도 과연 자아실현이 가장 중요한 숙제일까? 북극해 주변의 영구동토층에서 메탄가스의 방출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인류가 이산화탄소를 완전히 줄인다 해도 지구적인 온난화의 진행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렇다면 인류와 생태계가 어떻게 생존해 나갈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져야만 할 텐데, 여전히 미래 지향의 욕구와 R&D 방향은 자아실현과 성장 중심의 관점에 놓여 있다.

김민수 ETRI 책임연구원(왼쪽)과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오른쪽).
김민수 ETRI 책임연구원(왼쪽)과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오른쪽).


“어떤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 성지은 =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얘기해본다면.


◇ “코로나19로 사회 활력 떨어져… 사회문제해결 촉진법·내실화 준비 중”

김형균 = 우선 현장에 정책신호를 정확하게 주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현단계 국가R&D의 성가평가 체계는 논문과 특허중심이다. 과연 대한민국의 연구개발의 성과측정 기준으로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의문이다. 특히, 사회문제 R&D는 이것만으로 측정이 불가하다. 이로 인해 여전히 현장이 받아들여지는 사회문제 R&D의 난해함과 역할의 불분명성 등이 존재한다. 기존 틀을 흔들어 군더더기를 없애가며, 새로운 관점을 반영해가도록 힘쓰고자 한다.

두 번째는 과학기술기반 사회혁신촉진법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혁신 빅텐츠 차원에서 과학기술 기반의 사회혁신 촉진을 위한 기본적인 기준점을 법제화하자는 취지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모두가 다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활기 활력이 상당히 떨어졌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활력주기 일환으로 사회문제해결을 다루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현장에서 계속 노력해 오셨던 점들을 법제화하고, 이를 혁신적 관점에서 법적 근거로 작동되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고자 한다.

세 번째는, 사회문제해결 R&D의 내실화를 위한 노력이다. 내실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투자를 제대로 하자라고 하는 것이 이용빈 의원님의 생각이다. 내실화이 가능한 범위(시범사업, 목표, 주체, 생태계 구조 등)의 최소한의 값이 무엇인지를 설정해, 이것이 국민께 가져다주는 변화들을 함께 공론화하도록 촉진하자는 것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과기부 장관님도 이점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셨고, 후속조치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법을 만들거나 제도를 세웠다하여 모든 과제가 끝나는 건 아니듯이 현장성에 입각한 확장성이 잘 작동되도록 계속 뒷받침할 예정이다. 정치의 역할이 조율-조정-중재-견제 등도 있지만, 사회적 공감-공론화를 촉발시키는 권위있는 해설과 대안 마련에도 상당한 역할과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필요한 과학기술혁신은 무엇인가?”

◆ 성지은 = 현장의 묵직함을 담당하는 사람이 김민수 박사와 엄승용 센터장이다. 묵직함을 얘기해본다면.


◇ “여전히 국민생활연구는 작은 사업단위에 머물러… ‘군’ 단위로 격상해야”

김민수 = 기존에 해왔던 활동을 보면, 시스템R&D 측면의 사업으로 대전지역 산업단지 악취문제 개선을 위한 융합R&D사업을 제가 제안해서 기계연구원 등 다른 기관들이 수행하고 있다. 대전 시민 생활·안전 영역의 ICT솔루션 사업도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저의 제안을 담았다. 최근에는 자원순환 영역에서 대전지역 시민사회와 함께 해야 할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들과 함께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시민실천에서 끝나지 않고 이 힘을 기반으로 정부와 사업주체인 기업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그런 방향까지 같이 바라보며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정책과 사업을 제안하며 지역사회 자원이 연결되고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활동도 펼쳐오고 있다.

또 한편에선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지원하는 융합클러스터 과제를 통해 예측·전망 영역의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새의 눈’으로 우리의 앞길을 내다보며 과학기술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얘기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관련 영역에서 미래 전략과 전망에 관심있는 그룹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페이스북에 그룹(“과학기술과 미래 전략”)을 개설했는데, 불과 2주 만에 약 200명이 참여했다. 그 중심에는 수년간 지속적으로 과학기술 현장 이슈와 전략을 논의해 오던 수십 명의 코어그룹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과학기술의 국가·사회적 역할과 실현 방안·사례를 논의하고, 이를 정책과 제도로 연결시키기 위한 현장 중심의 협력그룹을 다른 분들과 같이 형성해 나가고 있다.

김형균 보좌관의 얘기에도 좀 더 보태볼까 한다. 사회문제 해결형 R&D의 영역이 형성되면서, 국가사업에 프로그램을 넘어서는 최상위 카테고리 ‘군’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었다. 2015년에 이미 기존의 기술 주도 R&D영역은 ‘기초·원천연구군’으로 배치하고, 이와 별개로 ‘국민생활연구군’을 설정한 것인데, 여전히 국민생활연구는 사업단위에서만 돌아가고 있다. EU의 경우 FP7과 Horizon2020으로 이어가면서 ‘Societal Challenge’ 영역의 예산을 40% 수준으로 배분해 왔다. 우리나라도 여전히 한쪽의 작은 영역 사업처럼 머물고 있는 국민생활연구의 위상을 국민생활연구군으로 다시 끌어올리고 원래 추구했던 목적과 방향성에 부합하는 예산과 투자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법과 제도의 정비와 관련해서는, 물론 김형균 보좌관이 잘하리라 믿지만, 연구현장에서는 법을 만든다고 하면 통제요소만 더 생기는 것으로 느끼기 때문에 굉장히 싫어한다. 구조적으로 어떻게 개선하고 지원할 것인지, 각 영역과 활동들을 어떻게 촉진시켜 낼 것인지, 그런 부분들을 깊게 봐주시면 현장에서도 호응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성지은 = 전환을 생각할 때 과학기술이 한 축이라면 사회, 즉 지역과 현장이 한 축이라 생각한다. 엄승용 센터장을 만났을 때 또 다른 한 축을 만난 것 같았다. 현장에 대해 얘기해본다면.


◇ “우리 사회는 불확실 상태… 새로운 협력방식으로 역량 모아야”

엄승용 = 저는 사회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미래는 굉장히 불확실한 상태다. 그래서 과학기술이 됐던 어떤 방법이 됐던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능동적으로 행동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여기에 우리가 자기들만의 울타리가 아닌 더 큰 우리로서 함께 할 때 가능해지리라 믿고 있고 복잡한 사회문제해결을 위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문제혁신 설명을 하는데 새로운 관계를 통해서 새로운 협력을 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서 하는 일들을 촉진하고 있다.

풀어야 할 의제를 중심으로 우리가 같이 고민하고 논의하는 것이 이미 새로운 관계다. 그리고 새로운 협력방식으로 각자 갖고 있는 역량을 모아내는 것이다. 새로운 관계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반복적인 만남이 이뤄지면서 점차 해소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만나 논의해야 한다.

엄승용 충북사회혁신센터 센터장.(사진=이민호 기자)
엄승용 충북사회혁신센터 센터장.(사진=이민호 기자)


“정책좌담회, 첫 번째 이야기를 마치며…”

◆ 성지은 = 정책 좌담회를 왜 열어야 하는지 저 스스로에게 물었다. 저는 리빙랩 활동을 통해 저 스스로가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정책 좌담회는 모두 다 ‘네오’임을 깨닫고 함께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리이다. 한번하면 모른다. 그래서 좌담회를 시리즈로 가려고 한다. 과학기술이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내고 전환해 나갈 것인지가 오늘 주제라면 과학기술이 지역과 어떻게 만날 것인지, 최종 사용자와 어떻게 함께 만들어 갈 것인지 등으로 이후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오늘 첫 시작을 열었다.

◇ 김민수 = 연구현장 구성원들과 함께 과학기술은 어디로 가야할지, 미래를 위해 우리가 준비할 것들은 무엇인지 같이 고민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실현 방식은 현장 중심으로 지역 내의 관계 속에서 찾아 나가야 한다. 그런 노력을 통해 정책 현장에서 또 사회 현장에서 서로 다른 주체들과 손을 잡고 나가야 되는 숙제들이 있는 것 같다. 여기 계신 분들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과 협력할 수 있는 많은 계기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 김형균 = 우리 모두는 코로나19 이후로 낯선 위기에 항상 노출된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서로 격려하고 독려하는 풍토가 더욱 필요한 것 같다. 사회혁신 전반에 진정성을 가지고 몰두하고 있는 모든 분이 반갑고 변화를 만드는 주역이다. 무엇을 가속화하고 연착륙시킬지 저 스스로도 되돌아볼 수 있었던 좋은 계기였다. 앞으로도 함께 모색했으면 좋겠다.

◇ 엄승용 = 함께하면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망설이지 말고 저는 항상 손을 내밀 테니 함께 잡아주시고 저와 함께 우리가 돼서 더 확실한 미래를 위한 즐거운 상상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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